미국, 유럽 주요 국가가 대러시아 경제 제재를 지속하면서 한러항로는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극심한 침체에 1, 2월 시기상 완연한 비수기에 진입하면서 한러항로는 물동량과 운임 모두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
2월 현재 한러항로 취항 선사들의 소석률(선복대비화물적재율)은 평년 수준의 30%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2월 중국 춘절 연휴 이후 물동량 감소가 있었지만 워낙 수출물량이 줄어있던 탓에 그 감소폭은 크지 않았다. 한 선사 관계자는 “중국 춘절 이후 증가세를 기대했지만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물동량이 늘어나는 3, 4월을 기대를 걸어 보지만 상승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시황이 나아길 기대하고 있지만 2016년 들어 루블화 가치는 더 크게 하락하며 분위기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1월21일 국제 유가가 배럴당 26달러대까지 떨어지면서 러시아의 루블 환율은 1달러당 86루블을 기록해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2014년부터 시작된 루블화 가치 하락은 국제유가와 함께 하향곡선을 형성하고 있다. 에너지 자원 수출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경제의 특성상 최근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국제유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한러항로 취항선사 관계자는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러시아 현지 바이어의 구매력이 줄어든 데다 환율이 기존보다 3배 가까이 뛰어 미수금이 쌓이면서 수출 화주들도 주문이 들어와도 바로 화물을 보내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한러항로 소석률도 한국발 물량으로는 3분의1 수준도 못 싣고 있다”고 말했다.
루블화 가치하락으로 인한 수입감소로 작년 러시아 항만에서 처리한 컨테이너물량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러시아 해양상업항만협회(ASOP)는 2015년 러시아 항만에서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이 394만TEU로 전년 대비 25.4%나 급감했다고 밝혔다. 4분기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1% 감소했다. 3분기에 25.9%나 곤두박질친 것과 비교해 둔화된 편이지만, 여전히 가파른 감소세다. 이 중 극동 지역은 24.2% 감소한 122만TEU를 기록했다. 2009년 글로벌 경제 위기 당시에도 러시아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30%나 급감하며 지금과 비슷한 상황을 보이기도 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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