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물동량 상승세를 견인할 환적화물의 증가세를 유지하기 위해 항만시설의 적기 공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지난 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6 KMI 해양수산전망대회’에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전찬영 항만연구본부장은 “환적 물동량이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를 감안해, 환적화물 처리를 위한 터미널 개발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부산항 허브포트 포기로 인한 손실액 ‘21조’
2015년 전 세계 환적물동량은 약 1억9400만TEU로 총물동량의 27.9%를 차지한다. 1980년대 11.3%에 불과했던 환적화물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0년을 기점으로 비중이 27~28%로 안정화된 상태다. 싱가포르와 홍콩 다음으로 많은 환적화물을 처리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환적물량은 약 1076만TEU로 전년대비 8%나 증가했다. 이 중 부산항은 94.6%의 점유율이 예상된다.
2016년 항만 수요 전망을 살펴보면, 컨테이너 화물의 경우 수출입 물동량은 성장이 저조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경제성장률 저하와 더불어 주요 3개 국가(중국·미국·일본)의 물동량 저조 등이 영향을 미쳤다. 하태영 KMI 항만수요예측센터장은 “대중국·대미 환적물량은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어, 환적물량 증가가 총물동량의 상승세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환적화물은 휘발성이 강해 ‘신기루’로 비유되고는 했다. 실제로 항만별 환적물량은 장기적으로는 증가세를 보이나 기복이 심한 편이다. 부산항의 교역항만 1,055개 중 매년 환적물량이 증가한 항만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 때문에 “남의 화물을 유치하기 위해 환적항만을 개발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적인 비판이 제기되곤 했다.
그러나 부산항이 허브포트를 포기하고 수출입 화물에 주력할 경우, 직·간접적인 부가가치 손실액은 2030년 기준 연평균 1.4조~1.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전찬영 본부장은 “2015년 국내 항만개발 총 예산이 1.4조원임을 감안하면, 항만 투자는 충분한 경제적 타당성을 보유한다”며 “환적화물이 창출하는 경제적 편익은 항만 건설 비용을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리적 강점 살려 허브포트 경쟁력 키워야
부산항은 현재 전 세계 1000여개 항만과 정기서비스로 연결돼 있으며, 항만 네트워크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환적화물이 증가하는 가장 큰 요인은 지리적인 강점에 있다. 아시아-북미항로의 중심에 위치해, 직항로에 준하는 운송거리를 보유하고 있는 것. 전찬영 본부장이 환적화물 기종점을 분석한 결과, 톈진-부산-제3국 노선에서 가장 많은 환적화물이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북미와의 교역이 38.6%에 달한다.
중국·미국·일본 이외 기타국가의 환적화물 비중도 지속적으로 상승 추세에 있다. 또한 동남아 지역 환적물량도 크게 증가하고 있어, 아시아 역내 환적 서비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북중국 항만이 고도성장하고 있는 것도 환적화물 증가 요인 중 하나다. 우리나라 대중국 환적물량의 67.3%는 북중국의 톈진, 칭다오, 다롄 3개 항만에 집중돼 있다. 3개 항만과 부산간 물동량은 수출입과 환적이 25% 대 75% 수준으로, 환적교류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환적항 선택의 핵심 요인은 선사들이 얼마나 비용절감을 할 수 있냐에 달려있다. 부산항의 경우 북중국(톈진)에서 미주(롱비치)로 컨테이너 수송시 부산항을 이용할 경우 약 1.5일 단축이 가능하며, 운항비는 약 9% 정도 절감할 수 있다. 전 본부장은 “9%의 영향력을 다른 항만이 상쇄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직까지 부산항이 중국보다 경쟁력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처럼 항만 경쟁력을 유지할 경우, 쉽사리 증가세가 끊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환적화물에 대한 수요는 매우 탄력적이기 때문에, 터미널 개발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실례로 인천공항은 확장 투자기회를 놓쳐 공항 이용객이 수용인원을 초과한 상태다. 허브공항의 지표인 환승률도 2013년 18.7%에서 2014년 16%로 감소했다. 전 본부장은 “선사 정책에 의해 잠시 떠나간 화물은 다시 들어올 수는 있어도, 항만 경쟁력을 상실해서 빠져 나가는 화물은 다시 들어올 수 없다”며 공격적인 항만 개발을 주문했다.
< 박채윤 기자 cy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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