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항로가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대할증료 규제 정책을 배경으로 시장 건전화의 기틀을 마련할지 주목을 받고 있다. 취항선사들은 기본운임은 안 받는 대신 각종 부대운임을 통해 수익을 내는 기형적인 시장 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교통운수부는 최근 자국 선주협회에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부대운임을 제외한 각종 할증료를 모두 폐지하라고 했다. 기본운임을 인상해 할증료 폐지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라는 취지다.
원양선사들의 부대비 인상이 규제의 발단이 됐다. 덴마크 머스크라인이 터미널할증료(THC) 인상을 추진하자 중국 화주협의회에서 반발해 당국에 진정한 것이다. 중국정부는 머스크라인에 THC를 원래 수준으로 내릴 것을 명령했으며 나아가 다른 원양선사들에까지 THC 인하를 지시했다.
중국정부는 여기서 머물지 않고 중국 기점의 해상항로에서 징수되고 있는 부대운임을 대대적으로 정리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상하이항운거래소에 신고하고 있는 운임을 ‘기본운임’과 ‘부대할증료’로 명확히 구분토록 했다. 선사들이 정부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매주 확인하겠다는 의도다.
국제적으로 승인된 THC를 비롯해 유가할증료(BAF), 통화할증료(CAF) 등은 기존대로 부과하되 긴급유류할증료(EBS)나 컨테이너불균형비용(CIC) 등은 모두 없애라는 것이 중국정부의 요구사항이다. 현재 선사들은 한중 수입항로에서 기본운임을 받지 않는 대신 부대비용을 통해 수익을 챙기고 있다.
상하이항운거래소에서 매주 발표하는 상하이발 부산행 운임의 경우 모두 부대할증료를 더한 값인 셈이다. EBS의 경우 상하이 구간에서 100달러, CIC는 30~50달러 사이에서 부과되고 있다.
선사들은 중국정부의 부대운임 규제 정책이 시장 안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대비용을 규제할 경우 자연스레 마이너스운임이 사라지고 기본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 선주협회는 한중항로 취항선사 권익단체인 황해정기선사협의회와 함께 부대비용 실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을의 입장인 선사들이 폐지된 부대할증료를 기본운임에서 받아낼 수 있느냐다. 이 제도로 기본운임은 오르지 않고 부대할증료는 사라질 경우 선사들의 수익성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11월16일 발표한 한중 수입항로 운임이 전주보다 13달러 떨어진 117달러를 기록한 것도 이 같은 우려의 일단이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제도적으로 시장 건전화에 힘쓰고 있는 만큼 선사들도 제도 목표를 달성하고 채산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영업을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항로 1~9월 물동량은 197만7000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1만9000TEU에서 2.1% 감소했다. 수출항로에서 11.2% 감소한 80만7000TEU, 수입항로에서 5.4% 늘어난 117만TEU를 각각 기록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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