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상 성수기에 들어선 한러항로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러시아 경기침체로 1년째 얼어붙어 있는 한러항로는 소석률(선복대비화물적재율)의 반도 못 채우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화물 유치를 위해 몇달째 출혈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러시아에 이어 최근에는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도 통화가치가 폭락하면서 구매력이 더욱 줄고 있어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한러항로는 전통적으로 5~6월 물동량이 늘어나기 시작해 10~11월 고점을 찍는다. 율리우스력으로 날짜를 따지는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크리스마스를 12월25일이 아닌 1월7일로 지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한러 취항 선사들의 소석률은 평년 수준의 30%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0월 한국-극동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 보스토치니)물동량은 주당 2500TEU(20피트컨테이너) 수준에 머물렀다. 9월에 주당 2700TEEU를 처리하던 한러항로는 시기상 성수기 진입하면서 오히려 수출물량이 줄어들었다. 전년동월 주당 5천TEU를 처리하던 때와 비교하면 반토막난 수준이다.
11월에도 10월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돼 이미 비수기 진입한 것과 매한가지인 상황이다. 12~1월 비수기에 접어들면 수출물량 증가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여 한러항로의 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선사 관계자는 “11월 최고점을 찍어야하지만 오히려 물량이 감소했고 비수기를 코앞에 두고 있다”라며 “매년 적용하던 TEU당 50달러의 동절기할증료(WSS)도 적용할 계획이 없고, 운임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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