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찾아온 기회의 바다 북극해항로에 우리나라 강원도가 출사표를 꺼내들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올림픽 루트’를 구축해 북극해항로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새로운 국제 교통망을 건설하겠다는 포부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동북아시아에서는 2년 간격으로 2020 도쿄하계올림픽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등 전 세계가 주목하는 대형 이벤트가 개최된다. 강원도는 이 기회를 잡기위해 ‘올림픽 루트를 활짝 열어야 한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북극해항로, 거리 절감은 물론 자원 수송까지 ‘OK’
북극해항로의 가장 뛰어난 이점은 거리 단축이다. 기존 수에즈 항로와 비교해 동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최대 12일이 단축되고, 물류비는 25%가 절감된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축소하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가운데 북극해항로의 연료 절감효과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북극해 지역에 매장돼 있는 석유 및 가스자원과 광물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동북아지역은 세계 최고의 자원 소비지역으로 북극해항로는 자원 운송경로로써 주요한 역할이 기대된다. 일본은 2018년부터 쇄빙기능을 갖춘 LNG 전용선을 도입해 러시아 북부 야말반도에서 생산된 LNG를 유럽과 아시아 등으로 운송할 계획이다. 최근 북극지역에 풍부하게 매장된 야말반도 등의 자원개발이 본격화되고 있어 머지않아 북극해를 왕래하는 선박과 물동량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아울러 세계 경제 확대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컨테이너 화물운송을 위한 대체 경로로 북극해가 새로이 각광받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 9월 동방경제포럼에서 북극해항로 컨테이너 운송항로 개설에 대한 강력한 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중국은 지난해와 올해 컨테이너선을 북극해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보내는데 성공했으며 정기 이용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상업화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18일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개최된 ‘2015 북극해항로 국제학술세미나’에 참석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이성우 국제물류연구실장은 “중계 인프라와 항만의 부족으로 북극해항로의 상업화가 지연되고 있다”고 있다며 “2030년을 기점으로 정기선 운항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북극해항로는 큰 이점을 가진 만큼 리스크도 크다. 러시아 북부연방대학교의 발레리 고니세프 교수는 북극해의 빙하는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며 “빙하는 빠르게 사라지기도 하지만 생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극야 현상(Polar Night)으로 인한 저온 현상도 운항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고, 행정기술적 장벽도 존재한다. 현재 러시아는 쇄빙선 이용료와 도선사 지원, 기후 정보 등을 비싼 값에 요구하고 있다.
떨어지는 이용률을 두고 항로의 가치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도 있다. 2014년 선박운행 횟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18회 감소한 53회에 머물렀다. 고니세프 교수는 “서방국가의 러시아 제재로 물동량이 낮아졌을 뿐, 러시아가 북극해 개발을 본격화하게 되면 2030년까지 환적 물동량은 8000만t으로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사)한국항만경제학회의 송계의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북극해항로 관련 국제학술세미나를 통해 상호 학술교류가 확대되고, 연구개발과 투자가 증대돼 강원권 항만이 북극해항로시대를 선도하는 항만물류 거점항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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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중국 ‘양자 협력체제’, 유라시아대륙경제 이끈다
러시아는 북극해항로의 지위를 두고 딜레마에 처해있다. 북극해항로를 국가적 교통로로 삼고 싶어하는 한편, 국제적인 협력 앞에서는 개방의 자세가 취해야하기 때문이다. 고니세프 교수는 러시아에게 북극해항로의 경제적 가치는 굉장히 크기 때문에 러시아가 국제 협력을 위해 한 발 물러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북극해를 자국 항로로 주장하고 있는 러시아 정부는 북극해항로를 지정학적·전략적 요충지로 간주하고 있으며, 러시아 연안에 많은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북극해 개척을 위해 중국을 메인 파트너로 한 양자 간 협력체제를 고려하고 있다.
깊은 수심을 가진 아르한겔스크의 항만과 아시아를 잇는 ‘벨크무어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벨크무어 철도는 중국 실크로드와 함께 북방물류 자원을 나르는 대표 환적 운송로가 될 것이다. 러시아는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 파트너들과의 프로젝트 협업도 환영하고 있다.
북방경제와 연결되는 북방물류루트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가시화되고 있다. 북방경제란 북극해 경제와 유라시아대륙경제를 합친 것으로 EU(유럽 연합), NAFTA(북미 자유무역협정)와 비교해 인구는 5배, 경제규모는 2배에 달한다. 러시아는 한국, 북한, 러시아가 참여한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추진해, 2013년 9월 북한의 나진과 러시아의 하산 철도(약 53km)를 연결했다.
우리나라도 내륙수로를 연계한 네트워크 전략을 구상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라시아를 하나의 대륙, 창조의 대륙, 평화의 대륙으로 만들기 위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하고 로드맵을 구축했다. 유라시아 대륙의 철도망을 연결해 북극해항로 물류 루트를 개척해 해상운송과 항만을 연계하는 새로운 복합물류체계를 강화하는 등 유라시아 물류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실행전략으로 육상으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를 구축하고 해상으로는 북극해 항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11월18일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개최된 '2015 북극해항로 국제학술세미나'에 참석한 인사들이 강원도의 발전을 다짐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북극해 화물 유치위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해야
강원도는 현재 강원권 항만과 수도권을 연계하는 물류네트워크를 추진하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강원도를 ‘환동해권의 사통팔달이자 요충지’로 비유하며 북극해항로와 대륙철도를 하나의 교통망으로 연계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동해안 지역은 삼척호산항 가스공사 LNG 터미널 운영 및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조성사업에 따라 물동량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북극해 항로 전초기지로서 잠재력이 크다.
강원도는 이미 동해항을 모항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일본 사카이미나토 등의 국제항로를 운항하고 있다. 금년 4월 동해항에 컨테이너 항로를 개설한 MCC트랜스포트는 블라디보스토크와 상하이, 동남아 지역을 운항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국내 전체 시멘트 수출입 물동량이 동해·묵호항을 통해 처리되는 등 벌크화물 공급도 성장하고 있다. 최문순 지사는 “이 모든 것들이 강원도의 항만이 극동러시아·중국 동북3성·일본 중북부를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대북방무역의 전진기지로서 절대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확증”이라고 말했다.
강원도는 현재 환동해권 개념을 대륙전진기지 개념으로 확장하는 ‘대륙화 전략’을 구상 중이다. 북방 물류루트의 지름길을 자처하겠다는 것이다. 수도권과의 육상 접근성 측면에서 부산항와 울산항에 비해 3배 거리감축이 가능하고, 수도권과 유럽 간의 항해의 경우 2일이 단축된다.
북극해항로를 통해 화물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도 제시됐다. 이성우 국제물류연구실장은 러시아 동시베리아 지역에서 극동러시아 항만을 통해 우드펠릿을 가지고 오는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았다.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에 따라 우리나라 우드펠릿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014년 우드펠릿 수입물량은 전년대비 380% 증가한 185만t에 달한다. 수입단가는 동남아산(163~171달러) 펠릿과 비교해 러시아산이 165달러로 열량과 가격 면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국내 수요는 2020만 308만t, 2030년에는 572만t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크루즈항로 개발도 제시됐다. 강원도 지역의 항만들은 동북아시아의 크루즈 항로와 북극해항로의 중심에 위치해있다. 동북아 크루즈시장은 매년 16% 이상 성장하고 있어, 북극해항로 연결 시 크루즈 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배가된다.
강원도는 현재 북극해항로-강원도 항만-제주·일본-중국-동남아를 연결하는 국제 크루즈 항로를 개발하는 안을 구상 중에 있다. 이성우 실장은 “극지크루즈를 연계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화물과 사람을 동시에 유치해 강원도 항만 활성화를 도울 수 있다”고 밝혔다.
호산항의 기능을 세분화해 전문성을 키우는 방안도 제시됐다. 속초항은 항만·관광허브, 동해항은 산적화물 허브로 만들고 호산항은 항만·에너지 허브로 키우자는 것. 컨테이너 항만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육상·철로·항공을 잇는 연계운송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성우 실장은 “북극해항로 시대를 선도해 가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과 더불어 지역별 여건과 특성에 맞는 활용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박채윤 기자 cy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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