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세를 지속하던 유럽항로 운임이 4개월 만에 다시 200달러대로 내려왔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10월9일 발표한 상하이발 북유럽항로 운임(스팟)은 20피트컨테이너(TEU)당 전주 대비 54달러 감소한 259달러를 기록했다. 아시아-지중해항로 운임도 TEU당 244달러로 전주 313달러에서 69달러 하락했다. 중국 국경절에 따른 물동량 감소와 수급 불균형에 의한 선복과잉이 발생하면서 운임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유럽항로의 극심한 수급 불균형은 선사들의 운임회복 움직임을 번번이 실패로 이끌었다. 선사들이 매월 시도한 운임인상(GRI) 효과가 단기간에 그치고 있고 선박계선 등을 통한 공급량 조절도 운임 상승에 별다른 효과를 미치지 못하고 있다. 4분기에는 전체 얼라이언스가 선복 감축에 나서고 있지만 수요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운임 회복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발 북미항로 운임도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미서안이 전주 대비 FEU(40피트컨테이너)당 94달러 하락한 1197달러, 미동안이 전주 대비 119달러 하락한 2199달러를 기록했다. 유럽항로의 초대형선 투입으로 북미항로로 캐스케이딩(전환배치)이 일어나면서 북미항로 선복량 역시 증가해 운임 상승에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드류리는 글로벌 무역량 둔화, 초대형선박 인도량 증가에 의한 공급과잉 심화, 금융 부담 등으로 컨테이너선 시장의 불황이 앞으로 3년 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올해 컨테이너 수요 증가율을 2.2%로 하향 조정했으며 2016년에도 초대형선박의 인도 증가와 지속적인 캐스케이딩으로 컨테이너선 시장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 1만TEU급 이상 초대형선박은 316척 421만4천TEU에 이르고 있으며 전 세계 컨테이너 선대 중에서 척수로는 6.1%, 선복량으로 21.6%에 달하고 있다. 신조발주량을 보면 올해 9월말 기준 1만TEU급 이상 초대형선박은 209척 314만 6천TEU에 이르고 있으며 세계 신조발주량에서 척수로는 42.1%, 선복량으로 7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1만TEU급 이상 초대형선박의 선복량은 세계 전체 선복량의 21.6%를 차지하고 있지만 신조발주량이 세계 전체의 74%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향후 세계 컨테이너선 시장은 초대형선박 위주로 선대가 개편될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원양항로 전환배치→아시아역내항로까지 선복 증가
또한 2014년 이후 1만TEU급 이상 초대형선박의 선복량은 2014년 334만5천TEU(33% 증가), 2015년 447만TEU(29.7% 증가), 2016년 534만4천TEU(19.6%증가), 2017년 636만 4천TEU(19.1% 증가)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1만8000TEU급 이상의 초대형선박은 2014년 276.7%, 2015년 137.5%, 2016년 38.2%, 2017년 55.6%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초대형선박이 집중 배치되는 원양항로의 공급증가효과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1만8000TEU급 이상 초대형선박은 9월 기준으로 31척을 기록했고, 신조발주량은 72척에 이르고 있어 총 100척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인도량은 2015년 35척, 2016년 13척, 2017년 25척, 2018년 이후 30척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1만2000TEU급 이상 초대형선박의 선복량은 2015년 81만TEU를 정점으로 2016년 50만TEU, 2017년 60만TEU로 예상된다. 또한 인도선박의 평균 규모를 보면 2015년 1만6542TEU, 2016년 1만6181TEU, 2017년 1만8171TEU로 향후 원양항로로 투입될 신조선 평균 규모가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원양항로에 초대형선박이 신규 배치되면 그 항로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선박은 남북항로나 역내항로로 전환배치되는 현상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동서 원양항로뿐만 아니라 남북항로, 동아시아 등 역내항로도 공급과잉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2019년까지 1만8000TEU급 초대형선박은 103척으로 증가하며, 이들 선박은 유럽항로로 가장 먼저 배치된다. 이러한 경우 유럽항로에서 1만∼1만2천TEU급 선박은 다시 북미항로로 전배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2016년 4월 파나마운하 확장사업이 완공될 경우 유럽항로에서 북미로의 캐스케이딩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형진 해운시장분석센터장은 “유럽에서 북미항로, 이어 남북항로, 역내항로 순으로 캐스케이딩이 발생해 세계 컨테이너선 시장은 공급과잉이 더욱 심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단순하게 선박 규모별 공급량 증가율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최정점의 시장인 유럽항로에 배치되는 초대형선박의 공급증가가 시장 전체에 미치는 공급증가효과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