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동항공사들을 견제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동항공사의 등장으로 기존 터전이었던 유럽, 북미 노선에서의 입지를 위협받게 된 미국 항공사들이 초조함을 보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5일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 3개 항공사는 중동 국영 항공사인 에티하드항공, 에미레이트항공, 카타르항공이 2004년부터 세금 감면 등의 방법으로 420억달러의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다고 폭로했다. 미국 항공사들은 이는 자유 경쟁에 어긋난다는 행위라 설명했다. 또 더 나아가 미국 정부와 UAE가 맺은 항공 자유화 협정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6월2일 에티하드항공은 미국 정부에 전달하는 공식 답변서를 통해 미국 항공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에티하드항공은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다는 미국 항공사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으며 합리적 가격을 통해 고객들을 유치한 것이라 설명했다. 오히려 에티하드항공과 기타 걸프지역 항공사들의 미국 지역 운항 서비스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된 것이라 밝혔다.
항공자유화 정책에 대해선 이 정책이 항공 소비자와 미국 무역, 관광산업에 혜택을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미국 항공사들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 정부보조금에 대해서는 에티하드항공의 최대 주주인 아부다비 정부로부터 지분과 주주대출을 유치한 것이라 설명했다.
카타르항공 역시 미국 항공사들의 견제에 반발하며 원월드 얼라이언스 탈퇴를 시사하는 등 중동 항공사와 미국 항공사 간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가는 추세다.
세 곳의 미국 항공사들이 공개적으로 중동 항공사 견제에 나선 것은 그만큼 중동 항공사들의 성장이 무섭기 때문이다.
대표적 중동 항공사 중 하나인 에미레이트항공은 지난해 사상 2번째로 높은 실적을 냈다. 에미레이트 항공의 모기업인 에미레이트 그룹은 지난해 수익이 총 15억 달러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으며, 매출은 전년대비 10% 오른 263억 달러를 기록했다. 에미레이트 스카이카고 또한 2014-15 회계연도에 전년 대비 9% 증가한 34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에티하드항공 역시 지난해 최고 실적을 나타냈다. 에티하드항공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6.7% 증가한 76억 달러, 순이익은 7,3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2.1% 성장해 4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실적과 함께 중동 항공사들은 2017년 확장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인 아부다비공항을 허브로 삼아 공격적인 노선 확장에 나선다. 여기다 중동 국가들 또한 항공 산업을 국가적으로 육성할 뜻을 내비쳤기 때문에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한 성장세가 무섭다는 업계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화물 부문 역시 중동 항공사의 등장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막강한 지원을 바탕으로 중동 항공사들은 북미·유럽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항공화물 노선의 경우 공급 과잉으로 지난해에 비해 1kg 당 약 2000원이었던 운임은 1500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잠깐 서부 항만 적체로 반사효과를 얻었던 북미항로도 다시 운임 침체에 들어섰다.
항공사 화물부문 관계자는 “LCC의 화물노선 진출, 휴대폰 관련 화물 감소 등 항공 화물 시장의 파이를 줄게 하는 건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 중 가장 무서운 건 중동항공사의 성장”이라 밝혔다.
< 이명지 기자 mj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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