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한러항로가 좀처럼 회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러항로는 6월 들어 점차 수출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5월 한국-극동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 보스토치니) 물동량은 주당 2700TEU(20피트컨테이너)를 기록했다. 5월 물동량은 전월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주당 5700TEU를 처리하던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에 머물러있다. 6월 둘째 주까지도 전월과 비슷하게 2천TEU 후반의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5월 물동량은 수출을 미뤄왔던 화주들이 화물을 내보내기 시작하면서 살짝 수출화물이 늘었을 뿐 시황 회복의 기운을 느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극동러시아 9개 지역(연해주, 하바롭스크주, 사할린주, 아무르주, 캄차카주, 추코트카주, 마가단주, 유대인자치주, 사하공화국)의 1분기 수입총액은 전년동기대비 49.54% 줄었다.
극동러시아는 주변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유입되는 수입시장의 특성이 강해 루블화 가치 폭락이 지역의 수입규모에 미친 영향은 더욱 두드러졌다. 특히 블라디보스토크 보스토치니 등을 대표도시를 두고 있는 연해주의 1분기 수입물동량은 92만6175천달러를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54.87% 감소했다. 극동러시아 상위 10대 주요 수입품 모두 전년 대비 감소를 기록했으며, 환율에 민감한 극동러시아의 주요 수입품인 자동차, 운송장비 및 기계 품목도 60% 가까이 감소했다.
1분기 극동러시아와 한국 간 교역은 전년동기대비 21.6% 감소한 15억8973만달러를 기록했으며 극동러시아의 대한국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한 9677만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가장 많은 수입물량을 소화하는 연해주지역의 대한국 수입은 6359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64% 감소했다.
좀처럼 러시아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지 못하면서 한러항로 침체는 장기전으로 돌입 한 모습이다. 몇 개월째 배에 실을 화물이 없자 선사들은 운임경쟁에 돌입하며 물량 가져오기에 안간힘이다. 선사들이 서로 밥그릇 싸움에 뛰어들면서 안정적인 운임수준을 유지하던 한러항로 5월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출혈경쟁이 시작됐다.
불과 한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한러항로 운임은 선사소유 컨테이너(COC) 기준 한국-블라디보스토크는 TEU당 725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100달러, 한국-보스토치니는 TEU당 600달러, FEU당 1000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 운임수준은 일부 선사가 선복을 채우기 위해 공격적인 운임을 내걸면서 2분의1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한 외국적 선사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고꾸라지기 시작한 한러 수출물량이 7개월 이상 지속되자 본사차원에서도 공격적인 운임으로 화물유치에 나서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 정부가 수입 확대 정책을 펴고 있지만 환율 수준이 어느 정도 회복되더라도 예전과 같은 수입 확대는 당분간 나타나기 어려워 한번 시작된 선사들의 출혈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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