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한러항로의 물량이 조금씩 늘고 있다. 4월 물동량 집계 결과 전월대비 증가했으며, 5월은 이보다 증가한 물동량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선사들은 전했다. 러시아 루블화 약세로 얼어붙은 현지 경기는 풀리지 않고 있지만, 그동안 수출을 미뤄왔던 화주들이 화물을 내보내기 시작하면서 선복도 조금씩 차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4월 전체 물동량은 3월 대비 20% 가까이 늘었다”며 “보스토치니항은 전월대비 17%, 블라디보스토크는 24% 상승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4월 한국-극동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 보스토치니) 물동량은 주당 2700TEU(20피트컨테이너)를 기록했다. 주당 2200TEU에 그쳤던 3월에 비하면 대폭 늘었지만 주당 5400TEU를 처리하던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에 불과하다. 5월 중순 현재 주당 2천TEU 후반을 처리하며 4월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월말에 물동량이 몰리는 항로 특성에 미뤄 5월 물동량은 4월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선사 관계자는 “루블화 폭락으로 그동안 수출을 미뤄왔던 화물들이 선적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황이 풀리는 징조로 볼 수는 없다”며 “6월도 서서히 물량이 늘어나는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비수기 수준”이라고 말했다.
중국횡단철도(TCR)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로 전환되던 화물도 여전히 단절된 상태다. TCR 운임이 대폭 인상되면서 중앙아시아(CIS)로 가는 일부 구간의 수출화물이 TSR로 수송되면서 한러항로의 새로운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바로 루블화 하락이란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 물량마저도 끊기고 말았다. 러시아와 CIS 지역 경기 회복만이 한러항로 수출물량을 예년 수준으로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수송품목은 블라디보스토크행은 육류, 가금류 등 냉동화물이며, 보스토치니행은 러시아 내륙으로 향하는 가전 등으로 파악된다. 자동차반제품(CKD)과 타이어도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달러당 루블화 환율은 49.54루블을 기록 중이다. 4월 이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67달러선을 회복하면서 루블화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달러당 35루블 선까지 루블화 가치가 평가절상돼야 수출도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월 말 러시아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연 14%에서 12.5%로 1.5%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경기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고, 금융 제재를 포함한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 조치도 지속되고 있어 이번 금리인하 조치는 경기둔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행보로 비춰지고 있다.
한편, 한러항로의 운임수준은 몇 개월째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선사소유 컨테이너(COC) 기준 한국-블라디보스토크는 TEU당 725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100달러, 한국-보스토치니는 TEU당 600달러, FEU당 1000달러 수준이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