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간 묵었던 인천시 중구 주민들의 한이 터졌다.
최근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이전과 내항 8부두 개방 문제를 놓고 인천 지역사회가 떠들썩하다. 항만업계와 인천 시민들이 현안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인천내항·여객터미널 활용법 놓고 ‘난항’
지난 23일 인천시 중구 인천우체국 앞 공영주차장에서 국제여객터미널 존치와 내항 8부두 전면 개방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엔 인천시 중구·동구·남구 시민 등 총 3천여명이 자리를 메웠다. 김홍섭 중구청장, 이흥수 동구청장, 박우섭 남구청장 등 자치단체장들도 모두 참석해 시민들의 뜻에 동참했다.
이날 집회를 개최한 인천항 비상대책위원회는 “우리 비대위는 각종 소음 공해와 악취 등으로 피해를 입히고 안전을 위협하는 화물 및 하역업체에게 주민의 뜻을 각인시키고 생존권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목소리를 높여왔다”며 “지난해 12월 해양수산청장 면담을 시작으로 항만공사 사장, 해수부 장관, 여야 시장들을 만나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8부두의 전면 개방이 아닌 일부 개방 발표에 대해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모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승보 비대위 대표가 내항 8부두 개방과 국제여객터미널 중구 존치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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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하승보 비상대책위원장은 “인천 내항 8부두를 국민에게 개방하기로 했다고 약속해놓고 이제 와서 일부 부두만 개방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지역경제가 파산직전에도 연명할 수 있는 것은 국제여객터미널이 있기 때문”이라며 “2017년 인천 송도 이전을 막고 존치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9일 해수부는 인천 내항 1·8부두 항만재개발사업 계획 및 사업구역을 지정·고시했다. 당초 지역 주민들이 기대했던 전면 개방(3개 선석)이 아닌 일부 개방(2개 선석)의 발표로 인해 지역은 들썩거렸고 이번 궐기대회로 이어졌다. 해수부는 오는 6월 8부두 일부 기능을 폐쇄하고 연말까지 시설 정비를 거쳐 개방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1·8부두의 잡화기능을 4부두로 대체 이전하는 것과 인천 내항에서 북항으로의 물동량 전이 속도와 재개발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부두운영사 재배치와 항만근로자 고용 문제도 내항 재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단계별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4부두의 기능을 인천신항으로 이전해야하는데 개장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8부두의 잡화기능을 4부두로 대체 이전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며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내항 재개발 사업자 선정과 사업비 부담도 현안 사항 중 하나다. 공원과 문화시설 조성 등을 목적으로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지만 사업성의 저하로 모집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견해다. 해수부 관계자는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시민단체와 사업성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여객터미널 존치 여부를 놓고도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현재 연안부두 제1국제여객터미널과 인천시 중구에 있는 제2국제여객터미널은 2017년 인천 남항 아암물류단지로 옮겨진다. 2017년 이후 여객수송기능이 남항으로 이전되면 내항의 여객기능은 쇠퇴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인천항에 기항하는 크루즈선박은 급증하고 있다. 궤를 같이해 선박의 규모도 대형화되고 있다. 3만t급 미만의 크루즈선박은 비중이 줄고 있으며, 8만t급 이상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따라서 인천 내항은 여객선의 대형화에 따른 확장 가능성의 한계가 있어 이전을 진행 중이다. 주민들은 국제여객터미널 신축 지역의 각종 기반시설이 전무하지만 현재 중구 지역은 문화·경제·관광 등 모든 분야에 각종 기반시설이 완비돼 있어 터미널 이전은 국가예산의 큰 낭비라며 반발하고 있다.
▲ 23일 인천시 중구 신포동 공영주차장에서 주민들이 8부두의 전면개방과 함께 국제여객터미널 존치를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
이날 오후 인천 중구지역 주민들과 ‘국제여객터미널 존치 및 내항 8부두 전면 개방과 내항 재개발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등 지역 시민단체는 궐기대회를 마치고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인천항만공사로 도보 행진을 실시하고 각각 요구안을 전달했다.
항만업계에서는 인천내항 1·8부두가 활용 면에서 상당히 경쟁력 있는 부두이기에 항만기관과 주민들이 서로 원만한 도출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친수공간의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친환경적 물류시설 도입이 고려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 역시 “인천내항이 폭풍으로부터 최적의 피항지로 평가되고 있고, 1·8부두 개방으로 통한 밀수, 밀입국 시도의 발생에 대해서도 검토돼야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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