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직격탄을 맞은 한러항로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월은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지만, 전년동월대비 50%가량 수출물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선사 관계자는 “중국 춘절 이후 줄어든 물동량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3, 4월 수출물량은 상대적으로 더 줄어들었다”며 “5월도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뒷걸음질 치기 시작한 부산-블라디보스토크/보스토치니항 수출물량은 평균적으로 수출물량이 늘어나는 4월에 접어들었지만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극동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 보스토치니) 물동량은 주당 3000TEU수준까지 떨어진 이후 2월까지 이 수준이 이어졌다. 한러항로에서 주간 물동량이 3000TEU까지 물동량이 내려간 경우는 매우 이례적으로 러시아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3월은 1,2월 비수기보다는 나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월보다 못한 상황을 연출해 주당 수출물량은 2200TEU에 그쳤다. 4월에는 주당 2700TEU를 처리하며 전월대비 미약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전년동월대비 ‘반토막’ 수준에 머물렀다.
러시아 루블화 약세로 중국횡단철도(TCR)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로 전환되던 화물도 단절됐다. TCR 운임이 대폭 인상되면서 중앙아시아(CIS)로 가는 일부 구간의 수출화물이 TSR로 수송되면서 한러항로에는 새로운 물동량 증가분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바로 루블화 하락 영향을 받으면서 이 물량마저도 감소했다. 현재는 동절기에 수출 물량이 많은 육류와 가금류를 비롯해 가전과 레진 등이 주로 수출되고 있지만 러시아와 CIS지역 경기 회복만이 한러항로 수출물량을 예년 수준으로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트라에 따르면 러시아 현지에는 수입부품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때문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자동차 제조업체 중 GM은 전면철수, Ford는 700여명 감원 및 생산량 축소, 닛산은 신규 채용 및 계약 연장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어 루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수출 침체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선사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러시아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지만, 6월 성수기에 진입과 더불어 루블화가 안정화되면 물동량도 빠르게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루블화가치는 달러당 55루블선을 회복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선 가까이 회복되면서 루블화도 지속적인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달러당 35루블선까지 루블화 가치가 회복돼야 수출도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한러항로의 운임수준은 몇 개월째 변동없이 유지되고 있다. 선사소유 컨테이너(COC) 기준 한국-블라디보스토크는 평균 TEU당 725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100달러, 한국-보스토치니의 경우는 TEU당 600달러, FEU당 1000달러 수준이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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