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본에서는 굵직한 M&A(인수합병)가 7건이나 체결됐다. 금액은 1조5000억엔(약 13조716억원)에 달한다. 이중에는 물류기업의 인수도 두 건이나 포함돼 있다.
지난 2월17일 일본 물류기업인 킨테츠월드익스프레스(KWE)는 싱가포르 물류기업인 APL로지스틱스를 1442억엔(약 1조3294억원)에 인수했고, 그 다음날인 18일에는 일본우정이 호주 물류업체 톨홀딩스(Toll Holdings)를 6200억엔(약 5조7159억원)에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KWE는 APL로지스틱스의 주식 100%를 인수하기로 합의했고, 향후 미국과 중국 등 관계 당국의 경쟁법 관련 절차를 거쳐 6월까지 인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일본우정은 호주 물류업체 톨홀딩스가 발행한 주식 100%를 취득하고, 6월 초까지 자회사화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장기간에 걸쳐 방어적인 행태로 경영을 이어온 일본기업들이 갑작스레 경영전략을 바꾼 까닭은 무엇일까.
코트라에 따르면 일본기업들은 20년에 걸친 장기 디플레이션 속에서 ‘돈을 쓰지 않는 경영’을 해야 기업을 존속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아왔다. 특히 최근 4년간 일본 기업들의 발목을 잡아오던 엔고로 인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단행됐고, 신규 투자를 보류하면서 사내유보금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했다.
분위기가 반전된 계기는 아베 내각이 발족하면서 부터다. 일본기업들은 아베 내각 발족 이후 급격한 엔화 하락 현상으로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자동차·전자·조선 등 대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되고 경제 분위기가 바뀌면서 기업들의 경영방침 또한 전환했다.
미무라아키오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은 “엔저, 인플레이션 등으로 경영환경이 변화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미래를 위해 자금을 푸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더구나 2015년도 결산이 사상 최대 실적을 이룰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제기되면서 각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풀어 해외기업 사들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아베노믹스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내수 소비시장 회복, 임금인상, 신규투자 확대가 아직 궤도에 올라서지 않은 시점에서 과열된 해외 투자가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더디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코트라 조병구 후쿠오카무역관은 “일본의 회계연도는 3월31일이며, 도요타를 비롯한 자동차, 전자 등 대부분 업계에서 사상 최대 실적이 나올 것으로 예측돼, 당분간 해외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공격경영이 저성장 탈피를 위한 성장동력이 될지, 성장 기조로 전환될 기미를 보이는 일본과 일본기업의 발목을 붙잡게 될지 진행과정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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