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선운임지수(BDI)가 사상최저치까지 떨어진 가운데 팬오션 이후 2년 만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선사가 출현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국적 벌크선사인 대보인터내셔널쉬핑이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대보인터내셔널쉬핑의 법정관리 신청은 인도네시아 자원회사인 PT자원아바디와 진행한 소송에서 패소한 게 결정적인 이유가 된 것으로 파악된다. 대보인터내셔널쉬핑이 소 패소로 인도네시아 회사에 지급해야 할 배상액은 수십억원에 이른다.
회사측은 "30년만에 최악의 해운 불황이 도래한 데다 소송에까지 져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BDI는 11일 현재 553으로, 벌크선운임지수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5년 1월4일 이후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몇 년 째 적자를 낸 상황이어서 견딜 수가 없었을 것"이라며 "(법정관리 신청이)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원은 서류 심사를 거쳐 2~3일 후 회사재산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린 뒤 한 달 안에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회생절차 개시 이후엔 조사관이 대보인터내셔널쉬핑에 파견돼 정밀실사를 진행하게 되며 그 결과를 토대로 1차 관계인집회에서 청산가치와 회생가치를 발표한다. 실사는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보인터내셔널쉬핑은 지난 1974년 출범한 대보해운이 모태다. 지난 2008년 2월 대보해운이 출자한 자본금 10억원으로 설립된 뒤 석탄 철제품 등을 운송하는 벌크선 영업에 주력해왔다. 지난 2013년 매출액 1574억원을 달성, 국내 외항해운선사 순위 19위에 이름을 올렸다. 사선대는 6척이다.
설립 후 1년10개월 만인 2009년 12월31일 모회사인 대보해운을 흡수합병하며 위기를 맞았다. 합병으로 대보해운이 한국남동발전 등과 체결한 연료탄 장기운송계약을 승계했으나 재무안정성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3월 기준 이 회사 부채비율은 3106.1%에 이른다.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던 <대보아이비티>(Daebo IBT)호를 매각한 것도 회사 경영에 큰 타격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대보아이비티>호는 한국전력과 체결한 연료탄 중기운송계약에 투입되던 선박으로 지난 2011년 11월 구조조정펀드(캠코선박펀드)에 매각된 뒤 대보인터내셔널쉬핑에서 용선 형태로 운영해 왔다.
대보인터내셔널쉬핑은 캠코선박펀드의 만기가 끝난 지난해 말 재금융을 받지 못하자 이 선박을 한진해운에서 분리된 벌크선사인 H라인해운에 매각했다.
한편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외항해운시장에서 퇴출된 선사는 102곳에 이른다. 선주협회는 지난달 정기총회에서 금오상선 동건해운 메가쉬핑 범한상선 봉신 아일랜드해운 인트란스 정선해운 제우마린 제이앤제이트러스트 킹스웨이해운 포스텍 해광상선 등 13곳을 폐업 또는 사업 중단 등의 사유로 제명한 바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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