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의 대표적 수혜 기업으로 지목되던 현대글로비스가 과다한 내부거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있지도 않은 거래를 꾸민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범기)는 실제 거래가 있는 것처럼 가장해 세금계산서를 허위 발행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로 현대글로비스 조지아법인장 이모(50)씨와 회사 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 수사결과 현대글로비스는 100억원에 달하는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거래선 다변화를 시도하는 수법으로 실적을 부풀리고 수억원의 수수료까지 챙겼다.
현대글로비스는 2008년 1월~2010년 3월 중고차 해외운송 대행업체 F사와 계약을 체결한 뒤 실제 운송관련 용역을 제공한 것처럼 149차례에 걸쳐 99억4400만원 상당의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실제 운송거래는 F사와 선박 회사인 유도해운 사이에서 직접 이뤄졌다. 유도해운은 ‘선박왕’ 권혁 회장이 운영하는 시도상선의 국내 대리점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시도상선 측에 “국내 신차를 공동으로 운송하는 회사를 설립하자”고 제안한 뒤 매출 증대를 위해 F사와의 거래에서 중간 운송 책임을 맡겨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글로비스는 두 업체 사이에서 운송을 중개해준 것처럼 꾸며 실적을 늘리고 유도해운 측으로부터는 2∼3%의 수수료까지 받았다.
이런 사실은 작년 6월 세무조사 때 드러났고 당국의 고발로 검찰 수사가 이어졌다.
글로비스는 정상적인 중개 사업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글로비스가 거래선을 다변화하고 일감 몰아주기 비판을 피하기 위해 가짜 거래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고 관련자와 법인을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현대글로비스에서) 물류 다변화를 요구하다 보니 이씨가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을 통해 매출 증대 효과와 물류 다변화라는 명분을 얻으려 했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10억원,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15억원을 출자해 2001년 3월 설립됐다. 이후 그룹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매년 수백억원대의 순이익을 내며 급성장해 왔다.
물류운송을 담당하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10억원,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15억원을 출자해 2001년 3월 설립했다.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이 80%를 넘어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2007년 그룹의존도가 87%에 달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9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이후 그룹 계열사들과 내부거래로 매년 수백억원대 순이익을 내며 급성장해왔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사장이 31.88%, 정 회장이 11.51%로 전체 지분의 43%(지난해 말 기준)를 갖고 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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