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골자로 한 개정공정거래법 등 경제민주화 관련법이 오늘(1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물류업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3자물류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중소 물류기업들을 키울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정 공정거래법에는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와 거래단계 중간에 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를 끼워넣어 ‘통행세’를 챙기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겼다.
하지만 실효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정치권과 재계, 업계의 입김 속에 핵심내용들이 수정돼 경제민주화가 출발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다 법안이 시행되도 일감몰아주기가 예상 만큼 줄어들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책 화두였던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내세웠지만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안효대 의원이 국정감사에 앞서 제출한 자료에서 대형물류기업은 여전히 매출의 50% 이상을 계열사 간의 거래로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STS 로지스틱스, 삼성전자로지텍, 롯데로지스틱스, 하이비지니스 로지스틱스, 두산 등 5개 기업은 매출의 90% 이상을 일감 몰아주기 방식으로 채웠다. 현대글로비스와 범한판토스도 일감 몰아주기 비율이 70%를 넘었고, 대림코퍼레이션, 동부익스프레스는 30%가 넘었다.
또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자제하겠다고 자율 선언했던 10대 그룹의 지난해 광고·물류·시스템통합(SI) 분야 수의계약 비중이 여전히 80% 수준을 유지, 개선이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10대 그룹 자율선언 이행현황 결과에 따르면 10대 그룹의 경쟁입찰 비중은 전기대비 7.2% 증가한 37.8%로 나타났으며, 경쟁입찰 금액은 3.2% 증가해 12조6883억원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현대중공업, GS, 한진, 한화, 두산 등 10대 그룹으로부터 2011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계약현황과 2012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 계약현황을 제출받아 이를 비교·분석했다. 분야별로는 물류분야가 전기대비 1.3% 늘어난 22.9%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수의계약이 77.1%에 달해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되도 일감몰아주기를 차단할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사들의 일감몰아주기가 예상보다 줄지 않는데다 개정법이 시행되더라도 대기업의 위법행위 조사나 제재조치가 곧바로 진행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제도는 시행 이전에 종료된 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 과거부터 계속 진행 중인 거래에 대해선 내년 2월까지 1년간 종전 규정을 적용받도록 하는 경과조치를 둬 근본적인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 규제개혁위원회 권고에 따라 개정안이 예외 적용되는 조건도 3년마다 재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규제가 더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작년 시행됐던 일감몰아주기 과세가 큰 효과를 내지 못한 것도 제도 도입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7월 국세청은 자신신고를 받아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를 처음으로 실시했으나 관련 규정 미비로 한계를 보였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은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신고 결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130억원, 정몽구 회장 100억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88억원, 최태원 SK그룹 회장 75억원을 각각 납부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물류업계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시행으로 단기적인 효과를 거두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계를 밟아가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많이 본 기사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