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해운시장이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와 해운기업들이 반기고 있다. 국내 유일의 해운산업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서 해운시황 긍정론이 흘러나왔다. KMI는 최근 가진 해운물류기업 최고경영자(CEO) 초청 해운시황 세미나에서 건화물선 시장이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올해 톤-마일 기준 물동량 증가율이 선박량 증가율을 약간 넘어서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에도 수요증가가 선박공급증가보다 많을 것이란 전망에 근거했다.
KMI 벌크선 연구진은 내년 건화물선 전체 물동량은 철광석 석탄 등의 수요가 증가해 톤 기준 5%, 톤-마일 기준 7% 수준의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인도의 연료탄 수요가 10% 이상 증가하고 중국 또한 석탄 수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내년 선박량 증가는 4%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에 견줘 수요 증가세가 클 것이란 희망적인 견해다.
KMI는 컨테이너선 시장에 대해서도 호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내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수요증가율이 공급증가율을 넘어서는 등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물동량은 1억7000만TEU로 올해보다 6.1% 증가하는 반면 선복량은 1835만TEU로 5.6% 증가에 그칠 것으로 관측했다. 연구진은 올해 선박 해체량이 2009년 이후 최대치인 43만TEU에 이르면서 선복 증가율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공급량이 여전히 많은 수준이라는 데 시장참여자간 이견이 없는 상황이기에 계선, 감속운항 및 서비스 개편 등 선사들의 전략적인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수급 개선 폭은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KMI와 해운시장 정서 사이엔 다소 괴리가 느껴진다. 해운시장엔 아직도 불황의 깊은 골을 지나고 있다고 보는 시선이 많은 까닭이다. 한편으로 KMI의 진단이 ‘장밋빛 전망’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도 해운시장 참여자 대다수의 바람이다. 긍정적 시그널이 꽉 닫혀버린 은행권의 대출 창구를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국무총리 산하의 국책연구기관인 KMI는 풍부한 연구 예산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내 해운시장의 나침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은 국내 해운기업으로부터 칭찬보다는 비판을 많이 들었다. 지난 2008년 해운시장에 유사 이래 최악의 불황이 불어닥쳤을 때 원망의 눈빛은 KMI를 향했다. 해운산업을 연구하는 유일한 정책연구기관으로서 민간에 사전 경고를 했어야 함에도 그러질 못했다는 이유였다.
KMI는 해운불황의 가능성을 수차례 언급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여론의 따가운 화살을 피해가지 못했다. 오랜 해운불황을 거치면서 KMI는 해운산업 연구분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형식을 달리하는 해운전망대회 개최라던가, 해운사 CEO와의 접촉을 통한 현장성 강화 등이 그 일환이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KMI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아직까지 크게 나아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김성귀 원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해운시장 경보발령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세비로 운영되는 국책연구기관으로서 민간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겠다는 의미다. 그는 2008년 중고선가가 신조선가격을 뛰어넘었을 때 해운시장에 낀 거품을 제대로 감지해내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선박브로커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국적선사들이 20척에 가까운 선박을 내다 판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해운사들이 해운시황의 앞날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해운기업의 경영전략 수립에 핵심역할을 하는 KMI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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