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20 06:59
한진그룹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19일 대한항공은 공시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 회사 분할 및 지주사 전환을 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 또 “향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 재공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12월 대한항공이 한진관광투자를 흡수합병해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 하나를 끊으면서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현재 한진그룹 가운데 최은영 회장이 이끄는 한진해운 쪽은 한진해운홀딩스를 정점으로 하는 소지주회사 체제를 갖췄다. 반면 조양호 회장이 지배하는 대한항공, 한진, 정석기업, 진에어 등은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로 돼 있다. 조양호 회장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정석기업→한진→대한항공→정석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을 대한항공홀딩스(가칭)와 사업 자회사인 대한항공으로 나눈 뒤, 대한항공홀딩스가 새 대한항공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중간지주회사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업분할은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동시에 재무구조 개선이 주된 목적으로 풀이된다. 지배구조가 상대적으로 투명한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하는 박근혜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것과 함께 부채비율을 낮춰 실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말 기준 부채비율이 771%(별도 기준)에 이른다. 전년의 825%에 비해 다소 떨어진 수준이지만, 여전히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계속된 화물영업 부진과 함께 올해 들어서는 일본 관광객 유입이 급격히 줄어드는 등 여객 부문에서도 실적이 부진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갚아야 하는 차입금이 차곡차곡 쌓여 있어 경영 압박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만기에 이르는 차입금은 총 4조681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은행 차입금을 제외한 실질 상환 금액이 2조8500억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홀딩스 등 신설법인을 설립하면 신주 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늘리면서 부채는 기존 법인과 나눠 가져 개별 부채비율은 낮출 수 있다. 이 경우 부채를 갚기 위해 회사채 등을 통해 신규 자금을 유입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항공업 특성상 비행기를 구입하는 비용 등으로 부채비율을 똑같이 다른 기업 기준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현재의 대한항공 부채비율은 이례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현아·조원태 부사장과 조현민 상무 등 승계 구도를 밟기 위한 첫 단계라는 풀이도 나온다. 이들은 올해 초 모두 한 단계씩 나란히 승진한 바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경제민주화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하면 된다. 아울러 부채비율 역시 지주회사 전환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또 “아직 조양호 회장이 젊어 경영 승계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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