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태중한윤도 김파 부장 |
한중 카페리선과 20년 인연
중국 파트너인 연태중한윤도의 화물영업을 책임지고 있는 김파 부장. 그는 오랜 시간 동안 한국-옌타이 항로를 지켜봐 왔다. 1993년 대학 졸업과 함께 당시 부산-옌타이 구간을 운항하던 진성해운에 입사하며 이 항로와 인연을 맺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1993년 부산-옌타이 항로의 진성해운에 입사한 뒤 여객사무장으로 3년간 근무했습니다. 그 뒤 뜻한 바 있어 배에서 내려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6년여 정도 공부를 했습니다. 유학을 마치고 중국으로 다시 돌아온 게 2004년께인데, 사장님(박원경 사장)에게 발탁돼 친정인 지금의 중한윤도(한중훼리)로 돌아오게 됐어요.”
김 부장은 요즘 ‘연태 싸이’로 불린다. 지난해 연말에 있었던 고객 초청 행사 때문이다. 그는 행사에서 당시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던 싸이의 ‘말춤’을 멋들어지게 선보여 참석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냈다.
예상 밖의 ‘개인기’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바꿔 놓았다. ‘깜짝쇼’의 아이디어는 박원경 사장의 머리에서 나왔다.
“매해 연말 옌타이에서 화주와 포워딩업체들을 초청하는 사은행사를 열고 있어요. 작년엔 제가 사회를 맡았습니다. 마침 전날 박 사장님과 저녁식사를 하며 행사일정을 설명 드렸어요. 기존 행사 진행이 너무 형식적이고 딱딱해 식전에 몽고춤을 선보여 흥을 돋울 생각이라고 말씀 드렸죠.
가만히 듣고 계시던 사장님은 싸이의 말춤을 즉석에서 제안했어요. 당시 중국에서도 말춤이 한창 유행하던 때입니다. 결국 여자 사회자와 함께 말춤을 췄는데 참석자들의 호응이 열광적이라 저도 깜짝 놀랐어요. 나름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죠.”
김 부장은 한중 카페리선사 근무의 가장 큰 매력으로 양국의 메신저 역할을 꼽는다. 그가 양국 문화에 모두 친숙한 재중동포인 까닭에 양국 파트너 사이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깔끔하게 풀어내는 역할을 종종 맡게 된다.
“잘 아시겠지만 한중 카훼리업계는 대부분 양국 합작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요. 한국과 중국 문화를 다 이해하고 있는 저로서는 아주 매력적인 분야인 셈이죠. 예를 들어 양국의 문화적인 차이로 오해가 발생해 업무가 어려움에 부딪쳤다가도 저의 중재로 원만하게 해결되면 큰 보람을 느껴요.
물론 다른 매력도 있지만 특히 우리 같은 재중동포 2,3세들에겐 한중 양국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커다란 매력이죠. 재중동포들에겐 한국과 중국 모두 소중한 곳입니다.”
그는 회사에 대해 자랑하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에 “양국 경영진들이 업무 담당자들의 의견을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점”이라고 답했다.
“언제든지 업무에 대해 격의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어요. 담당자들이 개개인의 능력을 발휘해 소신껏 업무를 진행할 수 있죠. 물론 부담도 함께 수반되긴 합니다.(웃음)”
김파 부장이 취항선박인 <향설란>호 사진 앞에서 화이팅을 다짐하고 있다. |
김 부장의 좌우명은 ‘순기자연(順其自然)’이다. ‘이치와 순리대로 하라’라는 의미다. 개인적으로 모든 일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따른다는 생각으로 회사 일에 임한다고. 그가 회사에서 인정받게 된 배경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 동안 제대로 챙기지 못한 집안일도 앞으로는 ‘순기자연’의 마음자세로 열심히 도와주겠노라며 웃는다.
“유학 시절 만난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과 함께 살고 있어요. 아내는 현재 산둥노동대학교 일본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아들은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그 동안은 바쁘다는 핑계로 가사 일을 전혀 도와주지 못했어요. 아들 녀석이 고등학교로 진학하면 신경 쓸 일도 더 많고 뒷바라지해야 할 일도 많을 겁니다. 앞으로 아내를 많이 도와 줄 생각이에요.”
항상 긍정적인 성격의 김 부장이지만 지난해 중국에 살던 이모부가 한국에서 세상을 떠났을 땐 상심이 컸다.
당시 그의 이모부는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아들(김 부장의 사촌동생)의 사고처리를 위해 한국에 들어 왔다가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했다.
“안 좋은 집안 이야기입니다만 지난해에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의대박사 과정을 밟던 제 사촌동생이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어요. 중국 연길에서 부시장급이던 이모부 내외께서 한국에 들어와 (사촌)동생을 간호하고 경찰서와 사고처리를 협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모부께서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어요.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동생은 자신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고 매우 힘들어하고 있어요. 이 자리를 빌려 그동안 도와주신 한국의 한중훼리와 지인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요즘 한중카페리선 시장은 매우 어렵다. 지난해 여객과 화물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며 선사들의 이익 폭도 크게 줄어들었다. 김 부장 역시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구도 속에서 카페리 선사들이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영업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그이기에 현재의 시장 상황에 대해 느끼는 위기감도 크다.
“많은 문제점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점은 카페리선 시장의 이전투구식 경쟁입니다. 특히 항로가 몰려 있는 산둥성 일대의 경쟁은 나날이 심해져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 상황이에요.
파이는 한정돼 있는데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최근 들어서는 카페리 선사들끼리 서로 제살 깎아 먹기에 급급한 실정으로 내몰리고 있어요.”
그는 정부당국에 “현실적으로 카페리업계의 어려움을 많이 이해하고 정책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맺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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