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역구조의 파워시프트(권력이동)가 진행중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권 국가가 세계 무역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신흥국의 시장개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계 교역은 2000년 들어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2010년 이후 교역 규모 증가율이 다시 하락하며 둔화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9년 -10.4%의 세계 교역 증가율을 보였지만 2010년 기저효과가 나타나며 12.5%로 회복된 이후 2011년 5.8%로 하락했다.
세계교역규모는 2000년 15.9조달러에서 2011년 44.6조달러로 견조하게 성장했지만 최근 증가율이 둔화됐고 향후 둔화세가 지속될 우려가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김광석 선임연구원은 ‘2000년대 세계무역구조 변화의 10대 특징’ 보고서에서 “2000년 미국이 세계교역규모의 12.1%를 차지하며 최대 무역강국으로서 자리를 지켰지만 2011년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하며 세계무역 1위로 부상했다”면서 세계교역 추이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세계 무역구조 변화의 10대 특징을 살펴보면 우선 선진국과 개도국의 파워쉬프트(권력이동)다. 세계수출에서 차지하는 개도국 비중이 2000년 25.1%에서 2012년 41.0%로 변화하며 세계무역 내 영향력이 증대됐다. 반면 선진국은 같은 기간 74.9%에서 59.0%로 하락했다.
GDP(PPP 기준)는 2012년 개도국이 선진국을 역전할 것으로 전망되고 산업생산의 경우 선진국은 정체된 반면 개도국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개도국은 저부가가치 산업 뿐 아니라 하이테크제품 및 지식기술집약산업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상품 및 서비스 수출이 증대되면서 세계무역 내 영향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두 번째는 북미와 유럽이 세계무역에서 영향력이 저하됐다는 것이다. 2000년 미국과 캐나다는 세계 총수출액의 16.4%를 차지했지만 그 비중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해 11.2%까지 하락했다.
원자재, 부품 등 글로벌 아웃소싱이 확대되고 노동력 등 원가 절감을 위한 글로벌 생산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다.
2000년 IBM과 GM을 시작으로 글로벌 아웃소싱 붐이 거세게 일어난 미국의 경우 상당수 기업들이 노동집약산업의 생산기지 뿐만 아니라 정보기술 지원 등 사무 분야도 인도 중국 등의 개도국으로 이동했다.
개도국으로 글로벌 생산시스템이 확산됨에 따라 세계 해외직접투자 유입액 중 개도국 비중이 2000년 18%에서 2011년 45%로 확대됐다.
유럽 또한 세계 무역 영향력이 2003년 이후 저하되고 있다. 유로존의 수출액이 세계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32.1%에서 2012년 24.6%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존의 수출 증감률은 올해 2.5%로 세계평균 3.2%에 미치지 못하고 앞으로도 장기화될 전망이다.
세 번째는 아시아가 세계무역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세계 수출 비중은 2000년 9.5%에서 2012년 17.5%로 8%p 증가했다.
상품무역의 경우 중국의 교역규모 순위가 2000년 7위에서 2011년 1위로, 한국은 12위에서 7위로 도약했다. 서비스무역에서는 2000~2011년 동안 중국은 12위에서 4위로, 인도는 22위에서 6위로, 싱가포르는 15위에서 10위로 크게 부상했다.
아시아 개도국 및 아시아신흥공업국으로 유입되는 FDI는 같은 기간 연평균 각각 9.2% 5.6% 증가해 세계 FDI 유입액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선진국으로부터 해외직접투자가 유입되고 생산기지가 확장되면서 가격경쟁력 있는 제품 및 서비스를 바탕으로 세계교역의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다.
한편 중국의 세계교역비중은 2000년 3.9%에서 2012년 10.4%로 증가해 미국을 역전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의류 완구 신반류 등 노동집약적 품목의 수출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컴퓨터 텔레비전 등 노동 기술 혼합형 수출 비중이 확대됐다.
네 번째는 중동과 아프리카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동의 세계 수출 비중은 2000년 3.7%에서 2012년 7%로, 아프리카는 2.1%에서 2.7%로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다섯 번째는 무역협정국간의 무역이 뚜렷하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부합하는 국가 간의 무역자유화 협상 또는 경제블록 추진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부터 소외될 경우 받게 되는 피해를 우려한 국가들이 RTA(지역무역협정) 체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역무역협정은 총 349개로 FTA가 203개로 가장 많고 EIA(경제통합협정) 107개, 관세동맹(CU) 34개, 개도국간 특혜협정(PSA) 15개로 분포돼있다.
ASEAN은 FTA 협약국인 한·중·일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증가했다. 수출의존도는 2000년 21.2%에서 2011년 26.1%로 증가했고 수입의존도 역시 같은 기간 29.4%에서 30.6%로 증가했다.
2000년 이후 NAFTA는 대외국과의 경제협력으로 역내 무역의존도가 2000년 55.7%에서 2011년 48.3%로하락했다. NAFTA 국가들이 2000년 이후 칠레 페루 EU 등과 적극적인 경제협력을 구축해오고 있다.
여섯 번째는 서비스무역의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세계 총 서비스수출액은 2000년 1.4조달러에서 2011년 4.2조달러로 증가했고 상품 6.4조에서 18.2조달러로 증가했다.
서비스무역은 2000~2011년동안 연평균 10.1%, 상품무역은 10%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많은 개도국에서 서비스업은 제조업보다 GDP 성장, 고용 창출 등에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일곱 번째는 산업재 교역량이 자본재를 추월했다는 것이다. 산업재는 세계수출액이 2000년 1조5413억달러에서 2011년 4조4863달러로 증가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이 됐다.
글로벌 공급사슬이 확산됨에 따라 부품, 소모품 등 산업재를 바탕으로 한 무역규모가 성장했다.
자본재는 2000년 세계수출액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이었으나 비중이 점차 감소해 2위 품목으로 하락했다. 자본재 수출액은 2000~2011년간 연평균 7.3% 증가해 가장 낮은 연평균 증가율을 기록했다.
여덟 번째는 무역품목이 다변화됐다는 것이다.
승용차, 원유 등 20대 주요 무역품목들은 2000년 세계 무역액의 46.2%를 차지하며 높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수출입 품목이 더욱 다양화되면서 그 비중이 점차 감소해 2011년 37.9%로 하락했다.
아홉 번째는 석유화학산업의 확대로 최대 무역품목이 원유에서 정제유류제품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2000년 세계교역액의 5.8%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한 원유는 2011년 4.3%로 2위로 밀려났지만 정제유류제품은 2000년 2.6%로 8위에서 2011년 5.2%를 기록하면서 1위로 급부상했다.
세계 선복량 중 벌크선 선복량 비중이 크게 증가한 반면 원유를 운송하는 유조선 비중은 2000년 38%에서 2011년 32.5%로 감소했고, 석유제품운반선의 비중은 동기간 6.9%에서 7.3%로 증가했다.
마지막으로 신흥국 무역품목의 고부가가치화됐다는 것이다.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 신흥국들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인 지식기술집약산업을 바탕으로 서비스 무역에서 부상했다.
이들 국가는 2000년 각각 12위(2.1%) 22위(1.2%) 15위(1.9)에서 2011년 4위(4.4%) 6위(3.6%) 10위(3%)로 크게 부상했다.
중국 및 ASIA-3(한국 싱가포르 대만)은 하이테크제품의 수출 비중에서도 주요 선진국을 추월해 저부가가치에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이동했다.
중국은 2000년 상품무역순위 7위로 세계수출액의 3.9%를 차지했지만 2011년 1위로 10.4%를 기록했고 우리나라는 12위에서 7위로 도약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수출 대상지역으로 신훙국으로의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신흥국들의 철도 도로 항만 건축 등 인프라 건설 분야 진출을 지원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상품 및 서비스 무역으로의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
통상정책으로는 주변국과의 적극적인 FTA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세계교역규모 둔화세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통상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품목별로는 산업재 및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식집약서비스와 첨단기술 등 서비스무역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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