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7 15:20
세계 경제의 성장동력인 중국의 경착륙 우려가 여전히 가시지 못한 가운데 주요 중국 상장기업들의 상반기 실적마저 급감해 경기둔화 우려를 높이고 있다. 실망스러운 실적에 따른 ‘어닝쇼크’가 증시 하락은 물론 경제활동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중국 최대 민영 조선·정유엔지니어링 업체인 룽성(熔盛)중공업은 지난달 말 실적 전망을 하향하면서 시가총액 규모가 19%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5월 이후 신규 수주 규모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절반으로 줄면서 전국 조선소마다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룽성중공업 주가 하락의 원인은 다른데서도 터져나왔다. 중국의 사상 최대 규모 기업 인수합병(M&A)이 될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의 캐나다 석유기업 넥센 인수 발표 전에 내부자거래로 사전에 정보가 새나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룽성의 대주주인 장즈룽(張志熔) 회장을 조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 상하이·홍콩 증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들도 연이어 부진한 실적을 내놓았다. 시장분석업체 캐피털뷰에 따르면 중국 상장사 중 상반기 실적전망을 하향하거나 적자를 예상한 곳은 약 900개에 이른다. 실적 개선을 전망한 곳은 600곳에 그쳤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최대 해운업체 차이나코스코는 상반기 순손실 규모가 41억4000만위안(6억4880만달러)까지 커질 것이라고 밝혔고, 중국 국책항공사이자 시가총액기준 세계 2위 규모인 에어차이나(중국국제항공)는 순익이 50% 이상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중국 최대 통신장비제조업체인 화웨이와 라이벌 ZTE는 영업이익이 각각 22%, 12% 감소했다고 밝혔고, 최대 건설용 중장비 제조사 싸니(三一)중공업은 매출성장률 40%에서 10%로 낮춰잡았다. 리테일 부문에서도 최대 가전제품유통업체 쑤닝(蘇寧)전기의 순익이 29.5% 감소했고 2위 궈메이(國美)전자도 순익 30% 감소를 전망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6일) 2154.92를 기록해 1년전인 2011년 8월8일 2526.82 대비 14.7% 하락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굴뚝산업에서부터 소매·유통까지 전 업종에 걸쳐 기업들이 부진한 가운데, 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 동안 중국 정부의 주도 아래 ‘과속’ 성장드라이브를 달린 것에 따른 부작용이란 것이다. 톰 올릭 전 스톤앤매카시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 “정부 주도의 과도한 투자가 낳은 ‘하이퍼경기순환’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중국 기업들도 그 동안의 성장이 정부 경기부양책의 효과였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샹원보 싸니중공업 최고경영자는 “중앙정부의 과거 부양정책이 비정상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 압박에 따라 중국 정부가 하반기 다시 경기부양 ‘주사’를 놓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UBS는 이 경우 4분기 중국 기업실적이 다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3개 분기 동안의 손실을 메우기에는 너무 늦은 것이다. 기업들도 뒤늦은 경기부양책이 실물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부정적이다. 패트릭 초바넥 칭화대학 교수는 “최근 만나본 중국 기업 관계자들 중 올해 안에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는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면서 암울한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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