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28 09:03

“선박펀드 뿌리내리고 떠납니다”

한국선박금융 김연신 사장 퇴임
거북선펀드 가장 기억에 남아

김연신 한국선박금융 사장이 28일 열린 주주총회를 끝으로 9년간 맡아왔던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김 사장은 재임기간 동안 우리나라 해운 시장에 선박펀드를 뿌리내린 장본인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선박금융은 지난 2003년 2월7일 70억원의 자본금으로 창립했다. 창립 당시 이름은 한국선박운용이었다. 김연신 사장은 주주 70%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한국 1호 선박펀드운용사의 수장으로 승선했다.

지난 9년 동안 이 회사가 조성한 선박펀드는 34개에 이른다. 프로젝트 총액 3조원이 넘는 자금으로 총 51척의 선박에 투자했다. 한국선박금융이 후순위로 모집한 금액만 5100억원을 넘는다. 활발한 투자와 신규 펀드 상품 도입으로 김 사장은 한국선박금융의 자산규모를 110억원으로 늘려 놓았다. 이 가운데 현금자산은 80억원에 이른다. 회사 자본금도 산업은행의 출자 등을 통해 85억원으로 늘어났다. 창립 후 지금까지 회사 수익의 총 45%가 주주들에게 배당됐다.

김연신 사장의 첫 작품은 현대상선의 31만t급 초대형 유조선(VLCC) <유니버설퀸>호다. 이 선박은 한국 최초의 선박펀드 자금이 투자돼 지난 2005년 현대중공업에서 준공됐다.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선박이기에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직접 이름을 지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6700만달러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신조된 <유니버설퀸>호는 당시 유조선 시장의 활황에 힘입어 배값을 치르고도 고수익을 올리는 복덩어리가 돼 해운업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이 선박은 그해 연말 외국 해운조선 전문지로부터 '세계우수선박'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김 사장은 “당초 선박펀드가 우리나라에 잘 정착할 수 있을까 우려하던 시선들에 비하면 잘 자리 잡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박펀드로 해경 경비정 모두 교체

김 사장은 재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해양경찰청의 거북선펀드 참여를 꼽았다. 한국선박금융 주도로 해양경찰청의 노후 경비함정 교체사업을 선박펀드로 진행해 2006년부터 5년간 40척의 경비함을 새로 건조했다. “거북선펀드로 해경엔 더 이상 노후선이 없어졌어요. 중국어선과 싸우거나 바다를 감시할 때 장비 문제가 해소됐다고 해요. (거북선펀드를) 독식하지 않고 시장에 내놓은 것도 의미 깊습니다.”

그는 또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한 구조조정 선박펀드 도입에 큰 기여를 했다. 김 사장은 당시 캠코와 국토해양부를 오가며 캠코의 선박펀드 진출을 설득했다고 회상했다.

선박펀드 수익률에 대해 묻자 “톱탱커처럼 수익률 100%를 올리기도 했지만 원금 30%를 손실 냈던 적도 있다”며 “법원에선 우리 측 과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손실 낸 데 대해 투자자들에게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해운산업이 유럽을 따라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조선산업과 세계 5위의 해운산업이란 막강한 하드웨어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은 해운회사가 없음에도 로이즈리스트가 세계 최고의 해운신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금융을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봐요. 하지만 금융위기 동안 함부르크 중심의 선박금융이 모두 붕괴됐어요. KG펀드가 붕괴됐고 DVB는 선별적 대출을 선언했습니다. 대출을 잘 안해주겠다는 의미죠. 유럽에도 돈이 없어요. 돈을 구하러 우리나라로 오고 있죠. (우리나라는) 조선 등 하드웨어가 깃발을 꽂고 앞서 나가면 소프트웨어가 지원하는 식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게 바로 선박금융입니다.”

선박금융은 한국 해운발전 지원군

다만 향후 해운시황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조선 산업의 발전 때문이다. “배를 만드는데 걸리는 기간이 9~10개월 정도로 매우 짧아졌어요. 호황이다 싶으면 (선사들이) 배를 쉽게 만들기 때문에 호황의 기간은 매우 짧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떠나는 마당에도 한국선박금융에 대한 칭찬을 잊지 않았다. “현재 코마프(한국선박금융)의 조직력은 절정입니다. 업무 역량으로 봤을 때 현재보다 회사를 더 탄탄하고 경쟁력 있게 만들 순 없습니다. 작년엔 시황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는데 올해 들어선 현대상선 컨테이너 5척 등을 비롯해 굵직한 것들을 준비 하고 있어요. 올해 실적은 아주 좋으리라고 봅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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