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
●●●정기선해운의 선복량과 해당 항로상에 존재하는 화물의 양이 일정하게 맞아 떨어진다면 참으로 이상적이겠지만 실재로 이러한 것은 이론상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일 게다. 필자가 수십 년간 지켜본 바로도 이러한 때가 실로 존재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일반적인 현상은 화물량이 증가하면 이에 대응해 선복량도 증가한다. 이 경우 늘어나는 화물량에 따라 선복량이 똑같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늘어나는 화물을 노리는 선사들이 너도 나도 추가선복을 투입해 결국엔 선복의 과잉투입, 즉 늘어난 화물량 대비 증가한 선복량이 더 많아져버리게 되니 이에 따라 선사들의 화물확보경쟁이 가열되고 그 결과 운임은 하락하게 된다.
이렇게 운임이 하락해 선사가 적자를 보기 시작하고 그 적자가 심화되면 선사들은 그 적자규모를 줄이기 위해 선박의 계선, 전배, 퇴출 등의 방법을 통해 선복량을 다시 줄여나가게 된다. 이 때 경영적자에 허덕이는 선사들이 예전에 선복량 늘리던 때와 마찬가지로 너도나도 선복량 감소에 뛰어들다 보니 결국 선복량이 다시 감소하기 시작, 화물량에 비해 선복량이 모자라는 선까지 다다르게 되고 결국 운임은 다시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화주들은 올라간 운임에도 불구하고 적기에 선복확보가 어려워지고 운임은 높은데 선복량에 비해 화물량이 커지면 선사의 경영수지가 개선되므로 선복의 투입이 다시 늘어나게 돼 마침내 위와 같은 현상이 맞물려 계속 되풀이된다.
위와 같이 일어나는 일반적인 화물량과 선복량, 그리고 운임의 상관관계 이외에도 정기선해운에서는 해운 외적의 변화에 의해 선복량이 변화하기도 한다.
즉 국제유가의 변화와 조선기술의 발달로 인한 경제선형의 변화 등이 그 예다. 우리가 경험한 1, 2차 오일쇼크 때와 같이 유가가 크게 치솟게 되면 해운수지의 악화에 따른 운임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럴 때마다 해운업계에서는 선박을 대형화시키고 연료절감형의 차세대엔진을 장착한 신조선으로 선박을 교체 투입해 수송원가를 낮추는 방법으로 위기극복에 힘썼다.
연료소모량이 낮은 고성능엔진을 장착한 선박으로 선복량을 늘리면 예전 선박에 비해 ‘운항비 대비 운송가능물량’이 커지므로 선사의 경영수지가 개선될 수 있다. 고유가시대를 맞아 어느 한 선사가 차세대 경제선형으로 경쟁력을 갖게 되면 경쟁력에서 밀릴 수 없는 다른 선사들이 너도 나도 같은 방법으로 선박을 교체 투입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아직 멀쩡한 구 선형은 아쉽더라도 그 항로에서 퇴출되는데 이 때 선형이 커진 교체선박의 투입으로 그 항로에서 운항되는 선박 수는 예전과 같을지라도 선복량은 늘어나게 되고 이로 인한 선복량의 증가폭도 상당해서 결국 화물확보경쟁이 다시 치열해지고 결국 운임도 크게 떨어지게 된다.
계속되던 유가상승으로 인해 건조된 1만TEU급 이상의 대형선박이 각 항로에 투입되기 시작한 때가 올 2011년 부터였다. 앞으로 한 달 남짓 지나 2012년이 되면 이러한 신조선 교체투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따라서 금년부터 운임하락이 시작돼 현 상황에 이르는 지금, 우리는 이제 다가오는 2012년의 운임동향에 주목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경우처럼 심리적 하락이 선행해 2012년에는 오히려 상황이 개선될지, 아니면 추가하락으로 이어질지가 주목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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