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물류컨설팅과 관련하여 주로 방법론, 하드웨어, 시스템,
적용사례 등 컨설팅을 제공하는 공급자의 입장에서 많이 소개가 되었으나, 관점을 바
꿔서 고객이 컨설팅을 받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하고 어떻게 받고 적용할 것인가의
수요자의 입장에서 고려해 봐야 할 몇 가지 사항들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옛말에 주인이 똑똑해야 머슴을 잘 부린다는 말이 있다. 물류컨설팅을 머슴에 비
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이 컨설팅을 의뢰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지
명도가 있는 컨설팅회사에 우수한 컨설턴트들이 투입되는 것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
조건은 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고객의 사전 준비와 역할, 컨설팅을 수용할 수 있
는 여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90년도를 전후해서 우리나라 기업에 물류의 개념과 중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할 무
렵에는 물류현황을 진단하고 중장기적인 전략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물류컨설팅의 주
류여서 제안 요청도 구체적인 과제의 해결보다는 물류체계 전반의 개선방향을 개념적
으로 요구하는 수준이었다. 반면에, 최근 들어서는 그 동안 기업물류체계의 운영과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서 다양한 이슈들을 경험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으므
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물류컨설팅을 통해서 특정한 과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수립하
고 적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해 줄 뿐만 아니라 컨설팅 결과의 구현을
전제로 수행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객이 컨설팅 결과로 기대하는 수
준과는 대조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컨설팅을 의뢰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사
후의 이행과정에서 준비해야 할 기본적인 사항들에 대해서는 다소 소홀한 점이 없지
않은 것 같다.
첫째, 물류컨설팅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어떤 제안요청서를 보면 물류현황이나 제안서의 구성 요건에 대해서는 장황하게 설명
이 되어져 있으나, 정작 중요한 결과물에 대해서는 애매한 표현으로 제시되는 경우
를 종종 보게 된다. 이는 그 동안 대부분의 기업들이 물류업무를 주로 현장 운영위주
로 간주하여 왔으므로 기존 운영체계를 잘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
서는 많은 노하우와 물류관리 인력을 갖고 있으나, 급변하는 기업환경 및 물류기술
의 변화가 물류운영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끊임없이 물류체계를 점검하고
기획하고 이행을 체계적으로 경험한 물류전문 인력이 타 부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기업내부에 부족해서 기인하는 것이라고도 생각이 된다. 예를 들어, “물류거점체계
합리화”라는 표현과 같이 물류센터와 관련하여 무엇인가 이슈가 있지만 그것이 센터
의 수·입지·규모·담당권역·기능, 제품의 공급경로·재고배치·운송방식, 물류센
터 현장 Operation·아웃소싱 등 어떤 부문을 어떤 수준에서 해결 방안을 얻고자 하
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비록 제안 요청과 컨설팅 회사 선정 과정에서는 과제를 구체
화 하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컨설팅 착수를 전후해서 세부 추진계획을 수립하
는 과정에서 SOW (Scope of Work)를 반드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컨설팅 과제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 할지라도, 이에 대한 방안을 수립하
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일례로 물류센터 건립을 위한
레이아웃, 설비, 건축에 대한 상세 설계 컨설팅을 받는다면, 취급 품목(재고보유 혹
은 Cross docking), 품목의 물류적 특성(중량, 부피, 적재패턴 등), 취급단위(파렛
트, 박스, 낱개 등), 입출고 물동량 패턴, 재고보유 수준, 소분 여부, 입출고 차종,
센터 운영 시간대, 입출고 시간대, 향후 변화 요인 및 수준(품목 수, 물량, 센터 기
능 등), 편익시설 유형 등과 같은 사항들이 사전에 정의 되어 있거나 적어도 컨설팅
수행과정에서 신속히 의사결정이 될 수 있어야만 센터의 상세설계가 주어진 일정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컨설팅
과정에서 이와 같은 전제 조건들을 분석하고 규정할 수 있지만, 이는 예상외의 시
간과 공수가 소요될 수 있으므로 사전에 내부적으로 최대한 설정을 하고 컨설팅 과정
에서 리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셋째는 반드시 Full time의 내부 인력을 참여시키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에는 TFT
를 구성하여 전담인력을 배정하고 있으나, 경험자가 없다거나 인력이 부족하여 컨설
턴트에게 모든 업무를 맡겨 놓고 산출물만 기다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최근 물류컨
설팅의 주류가 전략 부문이라 할지라도 컨설팅 결과를 적용할 수 있는 실행 과제를
전제로 한 것이 대부분 이므로 컨설팅 과정에서 고객의 인력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
은 추진 과정을 주도하거나 follow-up하는 데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심지어는 다시
새로운 사람이 결과를 review 함으로써 추진이 지체되거나 컨설팅 결과가 사장되기
도 한다. 또한, 컨설팅 과정의 참여를 통해서 내부인력의 물류체계 분석, 개선안 도
출, 성과 평가 등의 관리 skill을 습득함으로써 물류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기
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넷째, 물류체계를 분석하기 위해서 물류업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계획이나 실
적 등의 기초 자료가 준비되어야 한다. 물류부문은 기업 내의 가장 많은 transaction
을 발생시키는 업무 중의 하나로 물류컨설팅 과정에서 다양한 차원의 대용량 데이터
를 분석하게 되므로 과제와 연관된 자료의 가용여부를 사전에 점검해 두어야 한다,
부득이 하게 이러한 자료가 축적되지 못한 기업의 경우에는 해당 물류업무의 현상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대표성을 갖는 자료를 얻을 수 있는 사이트, 시점, 대상 물품
등을 설정하여 컨설팅 과정에서 샘플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사전 계획을 수립하는 것
이 필요하다. 또한, 물류 전략 및 운영체계 구상에 영향을 미치는 영업이나 생산 부
문에서의 전략, 계획 혹은 방침 등에 대한 사항도 점검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컨설팅 결과의 이행을 위한 부서간 협의체 및 추진주체가 구성되어
야 한다. 물류업무가 기업의 조달, 생산, 판매의 인프라로서 물자의 흐름과 직결되
어 있으므로, 개선방안을 적용하는데 있어서 관련 부서간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경
우가 많다. 따라서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의사결정체계 및 추진 조직 하에서 관련 부
문의 업무 및 의견 조율과정을 거쳐서 컨설팅 결과가 구현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까
지 우리 기업의 대부분의 현실을 감안할 때, 물류부서의 권한과 책임만으로는 현업
수행 경험과 지식을 기여할 수 는 있어도 주도적으로 과제를 추진하는 데에는 현실적
으로 한계를 갖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한시적이라 할지라도 조직
적인 조치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17년 가까이 물류컨설팅을 수행하면서 얻은 경험에 비춰 보면, 프로젝트
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 중의 하나는 고객의 컨설팅에 대한 대응태세가 가장
기본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컨설팅을 통해서 얻을 것을 분명히 규정하고, 이
를 철저히 업무적으로 관리하되, 컨설턴트와 동반자 적인 팀웍을 이루면서 상호 신뢰
를 갖고 수행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방관자적이고 비판적
인 입장에서 컨설팅 과정을 지켜보고, 관리하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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