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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
●●●현대 물류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키워드는 중 하나는 ‘Seamless Logistics’, 바로 이음새가 없는 매끄러운 물류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항구에서 화물이 머무르지 않고 신속하게 환적 돼 내륙의 최종 목적지(도어)까지 물 흐르듯 전달된다는 의미이다.
유럽의 중심항인 함부르크항의 경우 ‘seamless logistics’는 서류 없는 항만, 오버나이트 점프, 복합 환적 터미널 이 3가지 요인에 의하여 가능하게 됐다. 그렇다면 이 3가지 요인에 대해 좀 더 알아보도록 하자.
첫째, 서류 없는 항만이란 항만에서 불필요한 서류수속절차를 없애고 이를 IT서비스로 대체해 관청과 관계 업체가 자료를 공유함으로써 행정 처리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을 말한다. 서류 없는 항만을 위해서는 IT서비스가 확실하게 구축돼야만 하다.
함부르크항의 경우 일찍이 1980년대부터 ‘다코지’라는 IT서비스시스템을 개발하고 이용함으로써 화주, 포워더, 하역회사, 관련 관청 간의 정보공유가 전자문서를 통해 가능해짐으로써 효율적인 IT 항만운영의 본보기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케이엘넷 탄생을 위한 용역을 맡은 연구원이 이 ‘다코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함부르크를 2번이나 방문하기도 했다.
둘째로 오버나이트 점프란 당일 외항선으로 해상터미널에 도착한 화물이 ‘밤 사이’ 수송돼 다음날 아침 7시에는 내륙에서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화물이 항만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함으로써 이음새가 없는 매끈한 물류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로 복합 환적 터미널이란 외항선, 피더선, 열차, 트럭이 모두 같은 터미널에서 환적이 가능한 터미널을 말한다. 위에 말한 오버나이트 점프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려면 해상터미널은 복합 환적이 가능한 터미널로 개조돼 외항선이 접안하는 해상터미널 내에서 수송모드전환이 가능하게 해 불필요한 환적절차가 생략돼야 한다.
특히 해상터미널 내에 철도운송구역을 갖춰 열차의 부두측 발이 가능한 터미널을 ‘온-도크 철도터미널’이라 하며 이곳에서 바로 블록트레인이 출발하고 도착한다. 이와 같이 복합 환적 터미널에서 외항선과 피더선이 함께 접안해 동일한 터미널 내에서 화물이 환적 되고 바로 그 터미널에 마련돼 있는 온-도크 철도터미널을 통해 내륙으로 열차가 발착할 수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화물이 해상터미널에서 다른 터미널로 환적을 위한 셔틀비용과 시간을 소비하지 않고 말 그대로 이음새 없이 매끄럽게 흘러가는 ‘seamless Logistics’가 가능해진다.
함부르크항은 바로 이러한 터미널 시설을 갖춤으로써 내륙의 각 나라, 각 도시로 연결되는 블록트레인이 효과적으로 발착할 수가 있다. 이러한 복합 환적 터미널은 이미 유럽에서는 일반화 된 개념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피더선 부두와 외항선부두가 나뉘어져 있어 이 둘 사이에 셔틀링 비용과 시간이 발생하고, 철도터미널도 외항선터미널 근처에 따로 마련되어 있어 외항선터미널과 철도터미널 사이에 역시 셔틀링이 발생한다. 이 때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의 손실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시설의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 못하고 있으나 많은 물류 전문가들이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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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개의 그림은 함부르크항 부차드카이(Burchardkai)터미널의 사진과 도면인데 터미널 한 복판에 정거장이 있고 외항선과 피더선이 함께 접안한다. 이로써 운송모드 간 복합 환적이 셔틀링 비용 없이 이뤄진다. |
지금껏 살펴본 바와 같이 이음새 없는 매끄러운 물류를 지향하는 추세로 인해 항만의 개념도 더 이상 화물이 ‘머무르는 곳’이 아니라 화물이 ‘경유하는 곳’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 예로 함부르크항은 세계 최대 보세 구역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만 내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보다는 화물이 항만 내에 머물도록 하지 않는 빠른 연결수송에 더욱 전략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우리는 바로 이 점을 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
요즘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항만마다 항만 내에 자유무역지대를 설치하고 배후 부지를 조성해 그 안에서 화물의 보관, 포장 및 재가공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부가가치물류를 강조하고 그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는 항만의 물동량 증대와 부가가치의 창출을 위해 노력을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보세구역 내에서는 인건비가 비싼 항만노조원의 노임을 감당해야 하므로 오히려 이 자유무역지대를 이용해야 할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과연 이것이 타당한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특히 바로 옆에 값싼 인건비를 강점으로 하는 중국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항만 내 자유무역지대를 이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과연 경쟁력이 있을 지에 대한 판단이 먼저 필요하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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