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영 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
●●●요즘 우리나라는 전기 공급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싸다. 그래서인지 냉난방 전열기구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전력 낭비가 심하다. 지하철 내 과도한 냉난방은 물론이고 공공건물, 사무실, 일반가정에서도 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과하게 사용해 우리의 생활 온도 범위가 예전에 비해 많이 좁아졌다.
옛날에는 여름 섭씨35도, 겨울 영하20도의 혹독한 날씨에도 그저 감내하고 살아야만 했으나 요즘은 연중 내내 실내 적정 온도를 24~26도로 삼다보니 우리의 체질도 변했는지 추위와 더위에 적응하는 능력이 감퇴된 것 같다. 이것은 면역력과도 관계가 있는지 날씨가 조금만 차도 감기환자가 속출한다.
필자도 원래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라 선풍기나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것이 건강에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오히려 더운 여름날이면 핼스장에서 신나게 운동을 하고 시원하게 샤워를 하는 이열치열 요법을 시도하는 등 에어컨 의존도를 낮추려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요즘엔 에어컨을 적게 쓰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다.
푹푹 찌는 여름날이면 나는 선물로 받은 합죽선 두어개를 가끔씩 꺼내 슬슬 부쳐볼 때가 있다. 이들은 광양시나 전라북도에서 주관한 물류행사에 참석해 기념으로 받은 것들인데 기름을 먹인 튼튼한 한지에 멋스러운 동양화가 그려진 최상품이다.
거기에 그림설명과 화가약력이 국·영문으로 소개된 속지도 함께 멋스런 오동나무 상자에 들어있다. 가끔 이것을 열어서 부채를 한껏 펼친 후 혼자 바람을 일으키면 생각보다 시원한 바람이 내 얼굴과 몸에 불어온다.
옛날 사람들은 바람이 송송 통하는 모시옷 입고 합죽선을 부쳐가며 무더위를 이겨냈다. 쫙 소리를 내며 위풍당당하게 합죽선 펼치고 천천히 부채질을 하는 선비의 풍채는 제법 근사하다. 그 위에 그려진 그림과 글을 보면 생활소품 하나에도 풍류와 멋을 담아내는 선조들의 품격도 느껴진다.
이렇듯 합죽선은 점잖은 선비의 모습을 연출하기에도 적격이지만 때론 버릇없는 아이를 꾸중하거나 할 때 허리춤에서 바람처럼 이것을 꺼내 책상을 탁 치며 호통을 치며 카리스마 넘치는 선비의 모습 역시 연출할 수 있다. 이 같은 장면을 상상하면 한 폭의 풍속화를 보는 듯 해학이 넘친다.
비록 물리적인 시원함이야 요즘 에어컨 바람에 비교할 수 없지만 오늘날 우리가 에어컨 바람에 시원함을 느끼는 것이나 옛날 사람이 합죽선 바람에 시원함을 느끼는 것에는 별로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
요즘 친환경, 친환경 하는데 여름에 에어컨 사용 절약, 겨울에 내복착용 등으로 냉난방전열기구의 의존도를 줄이는 게 친환경을 실천하는 가장 빠른 방법일 것이다. 그렇게 하면 몸소 환경 보호도 실천할 수 있고 더불어 우리 몸의 온도 적응 능력을 상승시켜 면역력도 키울 수가 있으니 일석이조다.
최근 예상치 못한 과도한 전력사용으로 온 나라가 정전이 돼 큰 혼란에 빠질 뻔 했다. 올여름은 이미 다 지나갔지만 나는 다음 여름부터라도 합죽선을 애용해 선인들의 지혜와 멋도 누리고 더불어 환경과 건강도 챙겨볼까 한다. <코리아쉬핑가제트>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