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08 11:36
SK해운이 또다시 해외법인에 출자했다. 업황 침체가 지속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해외법인을 구하기 위해 본사가 다시 한번 자본 수혈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SK해운 역시 실적 악화로 재무구조가 부실해지면서 대주주인 SK에 자본 출자를 받은 상황임을 감안할 때 손자회사의 부담이 지주사까지 전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해운은 지난 4일 런던 현지법인의 재무구조 안정을 위해 1014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유럽법인에 대한 SK해운의 출자가 계속되는 이유는 업황 침체로 실적이 나빠지면서 재무구조 부실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SK해운 유럽법인은 벌크선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지만 벌크시황 개선이 요원해지면서 실적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2008년 206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한 SK해운 유럽법인은 2009년과 2010년에도 각각 1917억원과 1463억원의 순손실을 나타내며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매출 규모도 반토막 이상씩 줄고 있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다보니 본사의 자본 수혈은 단기적 처방에 그치고 있다. 유럽법인은 2008년 80%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이후 SK해운으로부터 매년 1000억원 이상씩 출자받았지만 작년과 재작년 모두 완전 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다른 해외 주력 자회사인 싱가포르 법인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탱커선과 벌크선이 주력 사업인 싱가포르 법인은 2009년말 415억원 순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작년 3분기까지 215억원의 순손실을 나타내고 있다.
이 기간 차입 규모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2007년 8500억원 규모였던 순차입금은 2008년에 1조5428억원, 작년 3분기에는 2조7000억원까지 치솟았다. 또 납입자본금(3076억원)의 2배를 웃돌았던 자본총계(7077억원, 2008년 기준)는 실적 악화로 해가 갈수록 급감하면서 작년 3분기 3670억원을 기록, 자본금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줄었다.
사정이 이렇자 최대주주인 SK는 지난해 11월말 SK해운에 증자를 단행, 2240억원의 총알을 쥐어줬다. 6년안에 SK해운 상장을 조건으로 풋옵션(연 6% 복리이자 가산)을 내걸어 투자유치한 HSBC의 1120억원을 더하면 증자 규모는 총 3360억원에 달한다.
결국 SK해운 해외 자회사의 출자는 지주사의 돈으로 이뤄진 셈이다. SK 입장으로서는 자회사와 그 손자회사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형국이다. 한 자산운용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유럽법인 자본잠식 해소 측면에서 SK해운의 출자는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면서도 "유럽법인이 나아지기 위해서는 단순히 자본 투입보다 벌크선 업황 개선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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