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15 09:52
올 1월 호주 퀸즐랜드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로 국내 산업계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석탄산지인 이 지역에서 석탄공급이 줄어들자 치솟는 석탄가격이 철강과 시멘트, 발전업계를 비롯해 자동차와 조선, 가전 등 전방산업으로 원가상승의 도미노 효과를 내고 있다. 석탄을 비롯해 목화 등 원자재 수출이 뚝 끊기면서 해운 물동량이 줄어 해운업계의 타격도 만만치 않다.
◇호주 유연탄가격 한달새 30% 급등=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호주 폭우의 피해 규모는 10억달러에 달하며 호주 국내총생산(GDP)의 0.5%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호주 최대 석탄 생산지인 퀸즐랜드주에서 최소한 50만㎢가 물에 잠겨 75%에 해당하는 40여개 석탄광산이 문을 닫았다. 그 결과 호주산 유연탄가격은 한달 만에 30% 이상 올라 톤당 300달러에 육박했다. 에너지와 금속산업 전문 분석업체 우드매켄지는 퀸즐랜드주 폭우의 영향으로 국제 석탄가격이 올해 안에 5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장 호주 석탄을 원료로 쓰는 철강업계와 발전·시멘트업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호주에서 전체 원료탄 수입의 60%를 차지하는 만큼 원가상승의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다.
◇철강값 오르고 벌크선사는 죽을맛=철강업체들은 철근을 중심으로 가격인상에 나섰다. 한국철강을 필두로 동국제강과 현대제철이 차례차례 철근가격을 톤당 5만원 인상했고 대한제강과 YK스틸 등 중견 철근업체들도 가격인상에 동참할 예정이다.
철강제품의 원료를 생산하는 포스코 역시 빠르면 이달 중 열연강판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가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하면 되는 철강업계와 달리 해운업체는 고통을 온몸으로 감내하고 있다. 특히 벌크선(건화물 운송선) 선사들의 피해가 크다. 호주 폭우로 물량이 줄어든 마당에 2007~2008년 호황기에 발주한 선박들이 넘쳐 운임은 턱없이 낮아졌다.
이달 초까지 대표적 벌크선 운임료지수인 건화물운임지수(BDI)가 1000선 초반까지 급락했다. 2008년에는 1만선을 웃돌았다. 지난 11일 1178을 기록하며 다소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운업계의 피해는 대한해운처럼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 수준을 말해주는 HR종합용선지수가 800선을 넘어서며 지난해 말 이후 상승세를 타는 것과 대조적이다.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나=산업계의 원가부담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빌미를 제공한다. 가뜩이나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넘치는 돈과 인플레이션 조짐, 원자재 수요 급증 등 물가불안 요인은 넘쳐난다.
철강업체와 마찬가지로 시멘트업계도 호주 폭우에 따른 원료가 인상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건설업계의 원가부담은 곧 신규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철강가격 인상 역시 각종 전자제품과 자동차 등 가격 상승의 원인이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윤기 실장은 "선진국과 신흥시장국에서 원자재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원자재값이 완만한 상승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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