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01 14:09
신용평가사 대한해운 신뢰도 날개없는 추락
법정관리 후 `투기등급으로…또 뒷북경고
신용평가사들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대한해운 신용등급을 뒤늦게 `투기등급`으로 떨어뜨리면서 신평사들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한신정평가는 지난달 25일 대한해운 무보증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투자 등급인 `BBB+`(안정적)에서 투기 등급인 `D`로 내렸다. 대한해운 기업어음에 대해서도 직전 `A3+`에서 `D`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도 같은 날 대한해운 회사채와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BBB+`(안정적)에서 `D`로 내렸다. 신평사들은 대한해운이 서울중앙지법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 재산보전처분 신청, 포괄적 금리명령 신청을 제출한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불과 한 달 전 유상증자에 나설 당시 투자 등급인 `BBB+`를 주며 투자 적격 판정을 내렸지만 회생절차 신청 사실이 알려지자 `투자 위험`에 대해 `뒷북`을 친 것이다.
신평사들이 이 같은 `뒷북 경고`를 내놓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아파트 신축사업 시행사에 대출을 해주는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인 `화도SRM`은 지난해 5월13일 한국신용평가에서 최초 평가로 `A3+` 등급을 받았지만 불과 20여 일 만인 31일 `C`로 하향 조정되면서 투기 등급이 됐다.
화도SRM 연대보증인이었던 현대시멘트가 5월31일 워크아웃을 신청하자 뒤늦게 등급을 내린 것이다. 역시 ABCP를 발행한 `이안제15차`는 한신정평가에서 지난해 4월까지 `A3` 등급을 받았지만 4월8일 갑자기 `C` 등급으로 떨어졌다. 연대보증의무를 부담하는 대우자동차판매가 4월8일 워크아웃을 신청하자 급격히 내린 것이다.
네오세미테크라는 업체는 한국기업평가에서 지난해 3월 30일 `B+` 등급을 받았다. 한기평은 같은 해 6월28일 이 업체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 측에서 부실징후기업이라는 통보를 받고서야 `CCC` 등급으로 하향 조정할 수 있었다. 이 업체는 7월12일 한국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신평사들 신뢰도는 `부도율 역전 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각 신용평가사는 자신들이 평가한 신용등급에서 부도가 난 업체 수를 공시하고 있는데, 업체별로 등급이 역전된 부분이 적지 않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BB` 등급 부도율이 13.3%를 차지했다. 이는 `BB` 등급보다 낮은 `B` 등급(3.45%)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BB` 등급 부도율이 8.33%로 `B` 등급 부도율 3.85%를 앞선다.
다만 한신정평가는 `B` 등급 부도율이 5.26%, `CCC` 등급 부도율이 12.5%로 역전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신평사들이 자꾸 `뒷북`을 치는 것은 결과적으로 한국신용평가, 한신정평가, 한국기업평가가 각각 3분의 1씩을 차지하고 있는 과점 체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대한해운의 증자 이후 회생 신청과정에서 증권신고서를 수리한 금융감독원, 증자를 주관하며 실사를 진행한 현대증권과 대우증권은 발뺌을 하고 있다. 금감원 측은 위험 요인을 충실하게 기재하도록 하긴 했지만 당시에는 대한해운이 회생절차를 신청할 것이라 전혀 예상 못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도 마찬가지로 해명했다.
지난달 13~14일 대한해운 실권주 공모에서는 125.26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2조원이 넘는 투자자들의 돈이 몰렸다. 대한해운은 2009년 4881억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지난해 3분기까지도 436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경영상황이 급격히 어려워질 수 있다는 예상도 가능했지만 제대로 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용평가사에 대한 불신감은 커져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업들이 유리한 신평사만 찾아다닌다는 점이 꼽힌다. 대한해운이 굳이 한국신용평가와 한신정평가에 신용평가를 의뢰한 것도 나머지 업체인 한국기업평가가 해운업에 대한 평가를 좋게 내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설명이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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