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대한통운의 새로운 주인이 누가될 것인가를 두고 물류업계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대한통운을 인수한 회사가 결국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물류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대한통운의 진로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물류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물류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Datamonitor사가 2008년 12월 발표한 ‘Global Logistics : Industry Profile’에 따르면, 글로벌 물류시장은 2007년 8,046억달러(약 1,000조)에 달해 2003년 6,330억달러에 비해 연평균 6.2%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1조406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000조대에 이르는 세계물류시장에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글로벌 물류기업은 각축을 벌이고 있으며, 자신의 경쟁력을 단기간에 높일 수 있는 전략으로 주로 M&A를 사용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향상, 네트워크 확장, 리스크 분산 등을 위한 M&A를 통해 글로벌 물류기업은 대형화·규모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세계물류시장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몇 개의 상위물류기업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세계물류시장의 독과점화 현상은 2000년대 이후 뚜렷이 나타나는 글로벌 물류시장의 큰 특징 중의 하나이다.
DPWN(독일)은 Exel(영국)을 인수(2005.12)해 글로벌 물류시장의 최강자로 등극했고, Schenker의 2005년 BAX Global(미국) 인수, UPS의 2004년 Menlo Worldwide Forwarding 인수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2010년 8월 ‘Armstrong association’이 발표한 자료(2009년 기준)에 따르면, DHL Supply Chain(독일)이 32,494백만달러의 매출액을 기록, 글로벌 물류산업의 1위를 고수하고 있고, Schenker(독일)는 15,696백만달러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범한판토스는 2,285백만달러로 26위, 글로비스는 1,413백만달러로 37위를 기록하고 있다. 순위면에서는 그다지 큰 차이가 나지 않으나 매출액 측면을 보면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어 단기간에 그 격차를 줄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글로벌 물류기업과 우리나라 물류기업의 엄청난 매출액 차이는 결국 우리나라 물류기업이 진정한 글로벌화와 대형화를 해내지 못하고 있고, 아직 우리나라의 물류산업이 걸음마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글로벌 물류시장이 상위 몇 개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물류기업도 진정한 글로벌화를 위한 정밀한 전략과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정부에서도 급변하는 글로벌 물류시장 추세에 발맞춰 글로벌 물류 TOP 10기업을 배출하기 위한 여러 가지 지원방안을 고민 중에 있다. 우리나라 물류기업이 해외로 진출하고자 할 때 여러 가지 장벽이 존재한다. M&A 등을 통해 해외물류거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원활한 투자재원 확보가 필수이나 개별기업입장에서는 이러한 투자재원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며, 설령 재원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조달비용, 상환시기 등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물류기업의 해외진출시 최적의 금융지원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 각도로 검토 중에 있다.
또한, 정부에서는 우리물류기업의 해외진출을 적극 유도하고 대형화를 촉진하기 위한 세제지원은 어떠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 중에 있다. 타 산업분야나 해외에서는 시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물류기업은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세제혜택을 형평성 차원에서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
우리나라 물류기업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앞에서 설명한 금융·세제 지원 외에 개별기업이 호소하는 문제는 글로벌 물류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물류의 개념에 경영기획(Management Planning)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글로벌 기획력을 갖춘 중견관리자가 크게 부족하게 되었고 지속적인 물류시장확대에 따라 실무인력도 계속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에서는 변화하는 글로벌 물류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다양한 물류인력 양성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차별화된 고급 물류인력이 배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 밖에 우리 물류기업이 해외진출시 느끼는 애로점은 해외투자에 따른 리스크가 크게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외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투자대상국에서 물류네트워크 구축시 사업파트너 내지 사업환경 등에 대한 신뢰성 높은 정보취득이 용이해야 할 것이고, 투자대상국의 물류에 대한 지원 내지 장벽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확보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각국별 투자환경을 수집해 신뢰성 높은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 등 해외투자 컨설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이다.
물류업계에서는 그동안 정부의 물류기업 육성정책이 수없이 발표되었으나, 실제 실행에 옮겨져 체감되는 것은 별로 없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물류시장에서 기본적인 주체는 물류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세계화되고 규모화되기 위해 스스로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을 수립해 그것을 적극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사항을 정부에 적극 제시하고 정부의 협조를 구할 때 훨씬 효과적인 정부의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외국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외국정부와 세계적인 물류기업은 세계 일류가 되기 위해 양자간 협업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뒷받침했기에 세계적인 물류기업의 탄생이 가능했던 것이다. 민간의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존중하고 정부는 그 모델의 실현을 위해 적극 지원함으로써 글로벌 물류네트워크를 갖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외국의 사례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서로를 원망하거나 탓할 시점이 아니라 글로벌 물류시장의 후발주자로, 더 이상 실기하면 글로벌 물류기업의 물류종속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함께 가지고, 대한민국의 물류가 세계적 물류로 성장하는 데 업계와 정부의 힘과 지혜를 모아 함께 나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수출주도형 통상국가인 우리나라로서는 수출입물류가 한시도 멈추지 말아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에 의한 주도적인 물류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세계적인 물류를 통해 새로운 국부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우리미래세대를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민관간 서로의 진정한 고민과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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