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8 07:47

유조선에 대형 정수기가 꼭 필요하다?

2012년부 인도 선박 정화시스템 꼭 장착해야
현대중공업은 최근 오만 OSC사에 인도한 길이 333m의 초대형 원유운반선에 시간당 5000t의 바닷물을 정화할 수 있는 '대형 정수기'를 장착했다. 유조선에 기름이 아닌 바닷물을 싣는 것도 이상한데 이 물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선 같은 대형 선박은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많은 양의 바닷물을 넣었다 뺐다 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선박평형수(船舶平衡水)' 또는 '밸러스트워터(Ballastwater)'라고 불리는 이 바닷물이 배의 균형을 잡고 운전 효율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배가 너무 가벼워 수면 가까이 올라가면 전복 위험이 있고 배의 뒷부분에 있는 프로펠러를 열심히 돌려도 배가 앞으로 잘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해 약 100억t에 이르는 이 선박평형수가 바다 생태계를 망가뜨린다는 것이 해운업계의 고민이었다. 다른 나라의 바닷물을 옮겨와 자국의 앞바다에 버리면 그 속에 있던 외래 어종과 미생물들이 고유의 생태계 먹이사슬을 끊어놓곤 하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지난 1906년부터 1991년까지 해외에서 들어온 79종의 수중생물로 총 907억달러의 피해를 입었고 호주도 1998년 검은줄무늬담치가 갑자기 유입돼 1800억원 규모의 진주양식장이 폐허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연해에서 유럽산 어종들이 발견되는 것도 유럽의 배들이 쏟아놓은 밸러스트수가 원인이었다.

최근 각국 연구진은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다양한 초대형 정수시스템을 고안하고 있다. 필터로 큰 어종을 걸러내고 자외선이나 오존, 약품 등으로 미생물을 죽이는 방식이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는 2012년부터 인도되는 선박들은 이 같은 처리시스템을 꼭 장착하도록 했다. 2017년 이후엔 정화시스템이 없는 배는 아예 세계 바다를 항해하지 못한다. 덕분에 조선업계는 30조원대의 새로운 시장을 맞게 됐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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