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04 10:20

KSG에세이/ 무늬만 海技士 평생을 짝퉁으로 살며 얻은 벼슬 “해운계 甘草” (22)

서대남 편집위원
G-5 海運韓國을 돌이켜 보는 추억과 回想의 旅路 - (22)

1995년은 한국해운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개인으로서의 필자에겐 갑자기 서글픈 추억의 그림자가 드리운 한 해였다. 조직의 쓴맛(?)을 보게 된 것일까, 아주 낯선 땅은 아니로되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부산지부장으로 봇짐을 싸게 된 것이다.

1월 총회에서 폐쇄 결정을 내린 협회 산하 협의체의 한 부서를 맡고 있던 사무국장을 본부 상무로 선임하기 위해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기막힌 사건이 벌어진 것이었다.

어느 개인의 신상 피해나 인사상 불이익 이전에 나름대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23년을 근무해 온 상당히 전통있는 조직에 대한 신뢰가 얼토당토 않은 결정에 허무하게 무너지는 같아 어쩌면 세상이 이럴수가 있을까 싶어 참으로 비통하기 그지없었다.

제 얼굴 더러운 줄 모르고 거울만 나무라는 격일지 모르지만 1월20일 부산 근무 발령을 받던 날 필자는 같은 일산 호수공원라인의 L아파트에 사는 박창홍 전무댁을 찾아갔다.


’95년1월 船協근무 23년만에 釜山支部 담당 常務로 좌천

결정은 윗선에서 했겠지만 그래도 사무국 총 책임자인 전무와는 사전교감이 있었으련만 어찌 그럴 수가 있냐고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를 하듯 있는 술 없는 술을 밤새 퍼 마시며 하소연 섞인 불만을 토로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던 일이로되 그것도 한때 추억으로 남는다. 조직의 인사이동은 극히 당연한 상식이지만 나중에 들은 만화같은 스토리가 너무나 같잖았겠다.

지금도 오리무중인 미확인 보도(?)에 의하면 한국해운업계 행정부처의 최고 책임자와 민간단체 수장인 협회장에게 특수 민간요법의 건강 도우미 노릇을 하며 간청했던 필로우토크(Pillow Talk)성 상무승진 로비가 용코로 먹혀들어 성공한 케이스란 게 뒤늦게 나 돈 정확도 높은 루머성 후문이었으니 말이다.

원래 부산지부장은 관례적으로 부장급이 그것도 현지 출신이나 연고자가 맡아 선박이 입출항하는 일선의 현장업무를 현지 점소장들과 함께 처리하고 또 본부 지시사항을 부산일원의 외항선사들에게 전달하는 일선 실무작업 책임자 자리였다. 그것도 나중 알고보니 필자는 세 상무 중 이미 두 임기나 역임한 선임 수석상무였으니 자칫 부산이 아니라 집으로 보냈으면 퇴직금 계산하고 책상 정리 후 떠나야 할 입장일 수도 있었으니 한편으로는 살아 남은 게 천만다행이라 자위하고 짐을 챙겼던 것이다.

비교적 해운계에 아는 사람이 많은 터라 친히 터놓고 지내던 일부 지인들은 직장간부는 작업현장에서 현업을 익혀야 업무처리가 수월하고 군대도 실전 경험이나 전방근무 경험을 쌓아야 유능한 지휘관이 될 수 있다며 지방으로 밀려나는 필자를 위로했다. 하긴 부산은 50년대 말부터 영화관이나 맴돌며 공부는 게을리 했어도 경북 선산서 유학가서 고교시절 3년을 보낸 곳이라 그리 낯선 곳은 아니긴 했었다.

졸지에 부산역에 내려 부임 후 며칠간은 사무실 인근 여관에서 울분과 고독이 뒤범벅이 된 저주스런 새우잠을 잤다.

갑자기 숙소 마련이 어렵던 차에 마침 교통부와 해항청 국장직을 두루 거친 후 협회 전무이사로 모셨던 엘리트 관료출신 옛 상사 최재수 박사를 부산서 다시 만나 뜻밖의 복음가스펠 같은 낭보를 접하게 된다.


韓海大 崔在洙교수 再會, 影島의 같은 숙소에서 더부살이

이미 88년부터 경부간을 오가며 한국해양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지라 영도에 혼자 거처하는 독신아파트가 있으니 당분간 함께 살자는 동거(?) 권유를 받았으니 필자로서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물 본 기러기요 꽃 본 나비렸다. 게다가 빈대도 낯짝이 있고 모기도 체면이 있다는 속담이 무색하게 “용 가는데 구름가고 바늘 가는데 실 따라 간다” 했으니 한 술 더 떠 옆방 내자까지 모셔와(?) 곱배기 더부살이로 중년의 신접살림(?)을 시작하는 몰염치와 후안무치를 보이기까지 했던 것이다.

실은 당시 부산 초량에는 서울서 내려온 해운계 인사들만 전문으로 받는 ‘초백회’ 란 하숙집이 유명했다. 가 본 적은 없지만 귀가 시간도 꼼꼼히 따지고 야간 여성 도코우(同行)를 철저히 통제하는등 안전수칙이 엄격하여 이른바 해운계의 스파르타식 기숙사 비슷했기에 서울서 부인들이 가끔 암행감사(?)를 내려와서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숙소로 호평을 받았던 곳이다.

따라서 필자도 먼저 내려온 해운계 지인들로부터 권유는 받았으나 일단 대기자 명단에 올렸다가 빈방이 나와야 입주가 가능한 데다가 부산까지 내려와 사생활까지 구속을 받는게 싫어 사양했던 것이었다. 필자 계산으로는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도마 위에 오른 고기가 칼 무서워하랴며 모처럼 항도 부산에서의 귀양살이를 자유라도 만끽하며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었으리라.


현장업무 달인 金容郁차장·文仁學과장이 支部업무 도맡아

부산지부 사무실은 중앙동에 새로 건립한 선박의 돛모양을 형상화한 18층 신식 건물인 선원노조빌딩 4층에 마련되어 있었다. 지부장실은 직원 사무실과 따로 나뉘어져 있었고 2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회의실을 겸한 별실로서 서울 본부의 회장실이나 전무이사 방보다 훨씬 넓어 보였다. 그래서 우선 3년임기의 부산 근무가 시작됐고 현지 기관장이나 관련 지방부처와 단체에 부임인사를 다니며 지방 인사들의 얼굴 익히기에 잰 걸음으로 갈치처럼 길게 늘어진 부산항과 부두를 가로지르며 신고식을 다녀야 했다.

현재 부산서 해운관련 독립 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당시 실무 책임자 김용욱차장(한국해대 33기)과 문인학 과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한결같이 착실했고 각종 업무를 낱낱이 꿰뚫었다. 현장실무에 밝아 문자 그대로 입안의 혀같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보좌해 줬던 일은 지방근무에 첫발을 내딛는 필자에겐 큰 행운이었다. 그리고 부산에서는 본부의 정책, 해무, 항만, 국제, 홍보위원회와 동급인 부산지구협의회를 조직해서 운영하고 있었다.

본부에서 임원급이 내려와 직접 업무를 처리하게 되어 부산지역 해운업계의 대내외적인 활동범위나 이미지가 격상됐다고 부산으로 내려온 필자를 띄우며 위로도 해주고 곧 이곳 생활에 익숙해 질 거라며 격려하는 손길은 무척 고맙기도 했다.


메인포트에서의 海運業과 釜山지부 位相 제고위해 最善

국민경제의 젖줄이라 할 수있는 해운업, 특히 전 세계적인 항만으로 랭크된 한국의 메인포트 부산에서 그 중심에 자리잡아야 할 해운업계가 본말이 전도되어 홀대받거나 무시당하는 것 같은 분위기의 첫 소감에 울화가 치밀었다.

부장급 지부장일 때 보다는 본부의 수석상무가 부임했으니 뭔가 달라져야 할 당위성도 큰 과제였다. 서울서는 회장단이 장·차관, 총리에 대통령도 만나는데 부산 해운업계의 중심단체인 선주협회 부산지부는 관존민비 사상이 두드러진 탓인지 후진국적인 뷰로리즘이 판을 쳤다.

각종 행정부서나 심지어 해운관련 기관마저도 직급에 관계없이 머리를 조아리며 을의 입장에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넌센스를 필자의 힘으로 불식시키에는 역부족인지 몰라도 오기로나마 그동안 접어뒀던 옛 종이쟁이 근성을 발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배를 가진 해운업이 있으니 부두나 항만이 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행정관서가 있으며 세관도 있고 하역이나 예도선과 항계내 협력업종이 있는게 아니냐는 상투적인 단순 논리를 내세우며 좌충우돌에 눈알을 부릅뜨기도 하고 코가 땅에 닿게 싹싹 빌기도 하며 사태에 따라 잔머리를 굴리는 카멜레온이, 때로는 피에로가 되기도 했다.

우선 당시 선배교우인 M 부산시장, 해대출신의 O 부산본부세관장(한국해대 10기), 서울서 터놓고 지내던 K 부산해운항만청장과 B 컨공단이사장, S 신선대컨터미널사장을 비롯하여, S 해군 제3함대사령관, L 부산항만운송협회이사장, B 수산진흥원장 등을 찾거나 공식행사 혹은 합동회식 자리에서 만나면 행사나 식사보다 명함을 먼저 건네며 한국선주협회 부산지부 위상 제고에 전력을 투구했다.

결론적으로 1991년도에 발족한 ‘부산항 국제교류협력위원회’가 그 뒤 97년 들어 발전적으로 확대 개편되어 40여개 부산일원의 해운, 항만 , 수산, 정부기관 등 4개 부문을 총망라하여 새로이 출범하는 ‘부산해양포럼’ 에서는 드디어 필자가 만장일치로 해운분과위원회를 대표하는 포럼의 부회장으로 선출되는 가시적인 효과를 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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