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팬오션이 계열 자회사인 STX조선해양에 발주할 것으로 관측됐던 벌크선 20척의 도입 방법을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STX팬오션은 지난달 18일 체결한 브라질 펄프 생산업체 피브리아사와의 수출운송 계약으로 벌크선 20척이 필요한 상태다. 특히 이번 펄프 운송에 필요한 벌크선은 오픈 해치(open hatch)와 가변 크레인(convertable crane) 등을 갖춘 선박으로 국내업계에선 미개척 분야다.
이를 두고 업계 일부에서는 STX팬오션이 계열사인 STX조선에 발주할 것으로 점쳤다. 펄프 전용선을 다량 보유한 유럽 및 일본 선주사들로부터 용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해외 선주사들이 STX팬오션의 펄프 운송 시장 진입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라는 것이 이 같은 판단의 배경이다.
하지만 신조선 발주를 위해선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
먼저 국내 기술로 오픈 해치와 가변 크레인 등을 장착한 벌크선이 건조된 적이 없다는 점이다. STX조선 측은 현재 STX팬오션으로 부터의 수주에 대비해 건조 가능 여부를 내부적으로 논의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TX팬오션이 싱가포르 증시 상장기업이란점도 STX조선으로의 발주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싱가포르는 상장기업에 한해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에 대해 엄격히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벌크선 신조가 확정되더라도 발주사 선정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STX팬오션 관계자는 “현재 일본 선주사들로부터 용선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여의치 않아 계속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계약이 25년이란 계약기간을 가진 만큼 그룹 내 손익 계산을 바탕으로 STX조선에 발주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펄프 운송 시장은 유럽의 진입 장벽이 워낙 높아서 그 동안 진출하기에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펄프 운송 벌크선을 건조하던 일본 측의 텃세가 워낙 심해 용선조차 쉽지 않은 시장 중에 하나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STX팬오션의 진출은 유럽 선사들의 텃밭이었던 펄프 시장에 출사표를 내민 것이기에 단순 수주 이상의 의의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황태영 기자 tyhwa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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