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컨테이너 임대업체 경쟁력 제고 지원책 절실
●●●컨테이너 임대업체 박스조인의 전병진 사장은 국내 컨테이너 임대업체 육성 전도사다. 전 사장은 해운업계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국내에도 대형 컨테이너 임대업체를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올해 초 해운시장 침체에서 벗어나려는 선사들은 또 한 번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불거진 컨테이너 부족 사태 때문이었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인한 침체로 해상수출입화물이 줄어들자 선사들은 보유하고 있던 컨테이너를 내다 파는데만 골몰한 까닭이다. 주문이 줄어들자 컨테이너 제조업체들 사이에선 공장 문을 아예 닫는 곳이 속출했다. 연간 350만TEU에 이르던 신조 컨테이너 생산량은 지난해 80만TEU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른바 컨테이너 부족난이 전 세계 해운업계를 강타한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으로 500달러까지 떨어졌던 중고컨테이너 가격은 올해 1,800달러까지 급등했고, 특히 국적선사들은 3000달러까지 급등한 신조 가격 부담뿐만 아니라 높은 이자율의 외국자본에 매달려야 했다. 컨테이너 부족난이 조금 완화됐다고 하지만 현재 가격은 2600~2700달러대로, 외국 임대사의 임차 이자율도 6% 대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컨테이너 가격 상승은 결과적으로 남 좋은 일만 시킨 격이 됐다. 국내에 대형 임대업체가 없어 선사들이 대부분 외국 업체들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사장은 “컨테이너의 가치가 높아졌지만 그 이득을 누리는 것은 외국의 임대업체”라며 “국내에도 대형 컨테이너 임대업체 육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중대형 컨테이너선사들이 한 해 동안 필요한 컨테이너 수는 5만TEU 가량이다. 1개당 가격을 2500달러로 잡아도 1억2천만달러의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이 같은 거금이 모두 외국으로 빠져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컨테이너 임대업체에 금융지원 돼야
물론 국내에도 임대업체들은 많다. 하지만 이들은 규모가 영세한데다 대부분 개인 사업자일 뿐이다. 10만~100만TEU 이상의 막대한 물량을 배경으로 영업에 나서는 외국 기업들과 경쟁 자체가 힘들다.
게다가 금융권에서 컨테이너 장비를 담보로 설정해 주지 않는 점은 국내 임대업체들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가 되고 있다. 컨테이너를 제작하고 싶어도 대출을 받을 수 없어 100% 자기 자본을 쓰지 않는 한 외형확대가 어려운 까닭이다.
전 사장은 “선사에서 선박을 건조할 땐 금융권에서 선박을 담보로 잡고 자금을 대출해 주고 있는데, 컨테이너는 금융지원을 받을 수 없다보니 외국 기업들과 경쟁하고 싶어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정기선사들이 13개사나 되고 전 세계 100위 안에 드는 정기선사가 9곳이나 되는 해운강국인데다 연간 필요한 컨테이너만 10만TEU를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선사들이 대부분의 컨테이너를 외국 임대사를 이용해 조달하고 있어 국부 유출에 대한 지적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 사장은 국내 임대업체 육성이 필요한 이유를 2가지 꼽았다. 우선 신규선사가 시장에 진입해서 경쟁력을 갖고 운송을 하려 해도 외국 임대사로부터 신용이 없어 컨테이너 빌리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컨테이너를 임차할 수 없어 자기자본으로 컨테이너를 구입하지 않고선 컨테이너 이용이 힘든 경우다.
기존 선사들의 경우 외국 임대사로부터 컨테이너를 빌릴 때 높은 이자율을 내야 한다는 것도 국내 임대사 육성 주장에 힘을 싣는다. 국내에서는 저렴한 이자율로 구입할 수는 있지만 구입할 자금이 없어 높은 이자를 내고 컨테이너를 빌려오고 있는 것이다.
전 사장은 “선박과 마찬가지로 컨테이너도 하나의 장비로서 선박의 일부로 봐줘야한다”며 “컨테이너는 자금이 없어서 확보를 못하기 때문에 임대업체가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게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전문화 필요
전 사장은 30년 가까이 컨테이너 개발·관리에 한 우물을 파왔다. 그는 선사 컨테이너 장비 운영부서에서 일하다 4년 전 창업했다. “컨테이너는 전문화된 인력이 집중적으로 관리해야하는 일인데 일반 선사에서는 별도의 전문부서나 독립된 자회사를 만들기 어려워 독립해서 컨테이너 전문회사를 만들게 됐죠.”
박스조인은 주로 특수화물 컨테이너를 취급하며 컨테이너와 관련된 신개발과 외국에서 선진화된 컨테이너 기술을 한국에 도입해서 상용화하고 있다. 선사에 컨테이너 유지·보수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며 비용을 줄이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박스조인은 현재 선사에 컨테이너 임대 및 매매를 하고 있으며, 핀란드의 랑그쉽(langh ship)과 중국 컨테이너 봉인제조업체인 TSS, 영국 필톤 플랙시탱크의 한국대리점을 맡고 있다. 컨테이너 교환 및 관리 시스템업체인 미국 IAS의 한국대리점이기도 하다. 주요 핵심기술로 슬라이딩 오픈 톱 컨테이너 국제특허를 갖고 있다. 오픈 톱 컨테이너는 일반컨테이너의 수리비의 5배 수준이지만 컨테이너 수리비의 80% 이상이 천정 방수포를 탈부착할 때 발생한다. 반면 슬라이딩 오픈 톱 컨테이너는 방수포 탈부착으로 인한 손실이 없어 수리비가 저렴하다. 또 화주들이 작업하기에 효율적이고 일반 컨테이너보다 안전하고 간편하게 작동된다. 하지만 전체적인 보수유지비는 저렴하지만 컨테이너 제작비가 일반 오픈 탑 컨테이너에 비해서 10% 정도 비싸다.
전 사장은 “컨테이너 수명이 15년 정도이기 때문에 초기 가격 차이는 2~3년 보수유지비로 충분히 커버 된다”며 “실무자들이 간편하고 편리해 이용하려해도 관리자들을 설득하기 어려워 바로 시장에서 활성화가 더뎠다”고 설명했다. 올 해 일반 컨테이너는 부족했지만 오히려 특수화물컨테이너의 수요는 줄었다. 하지만, 앞으로 세계 경기 회복과 함께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전 세계 늘어나는 교역량의 대부분이 일반화물이지만 오픈 탑 컨테이너나, 플랫트 랙 컨테이너는 산업설비나 건설자재가 필요할 때 늘기 때문이다.
전병진 사장은 컨테이너에 관해서라면 전반적인 일을 모두 처리하고 있다. 컨테이너소유주협의회(COA) 코리아의 고문이기도 하고, BIC코리아의 대표로 컨테이너에 관해서라면 두루두루 발을 담그고 있다.
전 사장의 목표는 COA를 통해 임대업체가 형성될 수 있도록 선사들의 입김을 키우는 것이다. 현재 COA의 150여개 회원사 중 국적선사는 4곳이지만 점차 많은 선사가 참여한다면 해운업체들의 업계이익을 위해 더 많은 힘을 발휘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그는 “컨테이너는 20세기를 바꾼 100대 발명품에도 포함되고, 그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며 “국내에 선진국의 특수 컨테이너기술을 도입해 내수용 특수컨테이너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혜기자 jhju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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