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30 13:47
대기업 론(대출) 시장에 잇따라 대주(Lender)로 나서고 있는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선박금융 업무도 취급하기 시작했다.
시중은행들이 불확실성을 이유로 선박금융 제공을 주저하고 있어 해운 업체에게 적절한 유동성 공급원이 될 전망이다. 다만 정책금융공사가 선박금융까지 취급하는 것이 설립취지와 맞는지에 대한 '정체성 논란'은 여전하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정책금융공사는 DKM(대한해운과 대우조선해양의 조인트벤처)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에 선박건조대금 중 일부(약 800억원)를 대출해주기로 하고 여신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종 결과는 10월경 나올 예정이다.
대주단에는 정책금융공사를 비롯해 ABN암로와 한국산업은행이 참여한다. 각각 800억원, 400억원씩 대출을 준비 중이고 이들 은행 역시 여신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질 차주는 대한해운이며 대출에 대한 채무보증은 대우조선해양이 입보했다.
DKM에 앞서 국내 A기업이 정책금융공사로부터 선박금융 관련 대출 승인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운송 관련 업체다. A기업에 대한 선박금융이 실제 이뤄지면 정책금융공사로서는 은행들이 취급하던 선박금융 시장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정책금융공사는 최근 중소기업 대출 뿐 아니라 신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대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동부제철의 신디케이트론 대주단에 참여한 바 있고, 캐나다 가스 생산광구 지분을 인수한 STX에너지에 5000만달러를 빌려줬다. 선박금융 업무를 취급하게 된 이유 역시 신성장동력 산업 지원 때문이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해운업은 신성장동력 산업의 범주에 포함되므로 정책금융공사의 설립 취지에 부합한다"며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선박금융이 죽어 있고 시장이 잘 작동되지 않는 측면이 있어 대출을 고려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대출이 이뤄지는 대상 선박은 초대형유조선(VLCC)으로 알려져 있다. 선박 제조 목적이 원유 수송이므로 자원개발 등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이라는 정책금융공사 설립 취지에도 맞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만일 정책금융공사가 론(대출)을 제공하지 않으면 그 빈자리를 외국계 은행이 독식할 것"이라며 "외국계 은행이 제공하고 있는 금리 수준을 국내 다른 시중은행은 맞춰줄 수 없는데 정책금융공사는 외국계 은행과 경쟁할 만한 금리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금융공사의 업무가 갈수록 산업은행과 겹쳐가고 있다는 점은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선박금융의 혜택이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 역시부담이다.
정책금융공사법에서는 자금공급 업무 범위를 4가지(중소기업 육성, 사회기반시설의 확충 및 지역개발 사업,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긴급한 금융지원이 필요한 경우,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과 그밖에 지속가능한 성장 촉진 등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 한정해 놓은 상황이다. 이중 중소기업 지원이 우선되는 설립 취지인데도 대기업 대출 비중이 6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책금융공사의 업무가 갈수록 산업은행과 겹치고 있다"며 "이럴 바에야 왜 산업은행을 민영화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해운업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분류해 대출을 해 준다면 거의 모든 산업에 정책금융공사가 대출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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