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과 도시경제 발전의 관련성은 대체로 약화 추세
항만은 복합운송 네트워크의 결절점으로서 공급사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항만에서는 화물의 적·양하, 배송, 보관 등의 전통적인 물류기능뿐만 아니라, 운송 중의 생산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부가가치물류(value added logistics) 활동이 일어난다. 이에 따라 항만은 항만산업 내부뿐만 아니라, 각종 연관산업에 대하여 고용과 소득을 창출한다. 또한 항만은 해당 지역에 대한 직접투자를 유인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기업들은 가능한 물류여건이 우수한 항만인근에 입지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항만은 해당지역의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항만의 이러한 기능에 따라 항만과 지역경제는 상생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다. 즉, 항만은 지역경제의 발전에 따라 유발되는 물류수요를 충족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지역경제는 항만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던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의 대표적인 항만도시인 부산, 인천, 울산 등의 경우 1960년대 이후의 산업화 과정에서 한국경제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고도로 대외의존적인 수출주도형 한국경제에 있어 항만은 원자재의 수입 및 완제품의 수출을 위한 관문 기능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래 항만과 지역경제 발전의 관련성은 크게 약화되고 있다. 주요 항만도시들은 역내 항만의 물류편의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주요 항만도시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을 보면 2007년 기준 부산광역시가 1,495만 원으로 전국 평균(1인 당 GDP)의 73.7%에 불과했고, 인천광역시가 1,829만 원으로 90.1%를 나타냈다. 다만 울산광역시의 경우는 4,450만 원으로 전국 평균의 약 2.2배에 달했다. 이와 같이 주요 항만도시의 소득수준은 지역별로 상이하며, 따라서 항만의 유무가 지역의 경제생활 수준을 결정함에 있어 주요 요인이 되지는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부산의 경우는 1985~2007년 중 GRDP 및 인구의 전국 대비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 그리고 인구의 경우는 2000년대 들어 절대인원이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은 GRDP 및 인구의 전국 대비 비중이 증가 내지 보합세에 있으나, 1인당 GRDP의 전국 평균 대비 비중은 1985년(전국 평균의 1.2배)에 비하여 상당 폭 낮아졌다.
항만의 지역경제 물류지원 기능은 미미할 수도
주요 항만도시 수출입 물류의 지역항만 의존도는 도시에 따라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부산광역시, 인천광역시 등은 해당 지역항만에 대한 물류서비스 의존도가 비교적 높게 나타났으나, 울산광역시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2007년 기준 부산광역시의 경우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의 93.9%가 지역항만인 부산항에서 처리되었고, 인천광역시시는 인천항 처리비중이 77.4%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울산광역시의 경우는 울산항 처리비중이 13.3%로 낮았으며, 대부분(76.2%)의 화물이 부산항에서 처리되었다. 또한 항만도시는 아니나 역내에 중심항만을 보유하고 있는 전라남도·광주광역시는 지역내 발생 컨테이너화물의 광양항 처리비중이 66.5%를 기록했다. 이와 같이 항만을 끼고 있는 주요 광역시·도의 지역항만에 대한 물류서비스 의존도는 지역에 다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편 화주의 항만 선택을 결정한 요인은 다양한 바, 일반적으로 입지여건, 서비스, 요율(비용), 시설, 물동량, 네트워크 등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단순히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항만이 선택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컨테이너화의 진전에 따라 육상 연계운송의 효율성이 향상됨에 따라 화주의 항만 선택 범위가 대폭 확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화물의 고부가가치화로 단순한 운송비용 자체보다는 운송의 신속성, 안전성, 신뢰성 등 비가격경쟁력의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도시발전을 위한 항만 개발 및 운영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항만과 도시경제 발전 사이의 관련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항만의 주된 기능이 산업활동과 관련되어 있는 만큼 주거, 비즈니스, 금융, 여가·레저활동 등 도심 기능과의 관련성은 비교적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현대 도시의 경우 일부 산업도시(예를 들면 울산)를 제외하면 비즈니스활동 및 관련 지원서비스, 관광, 정보, 교육 등 제3차산업 위주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현대 도시들은 항만물류의 뒷받침을 거의 받지 않고도 발전 가능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도심의 항만은 시민들의 친수활동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생활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도심에 입지한 항만의 경우 해당 도시의 발전에 따라 항만과 도시 기능의 상충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부정적인 요인은 해당 도시의 우수인력 확보에 장애가 될 뿐만 아니라, 관광, 산업지원 서비스, 의료 서비스 등 신성장산업의 발전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편, 지자체가 해당 지역에 대한 항만개발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지역의 특성과 발전에 대한 확고한 방향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항만을 이용한 도시발전을 추구함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항만은 배후권의 물류수요를 수동적으로 처리하던 과거의 관행에서 탈피하여 지역경제발전의 주도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항만배후 물류단지(distripark 또는 logistics center)의 활성화를 조기에 실현함으로써 고용 및 부가가치 창출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항만이 단순히 화물의 통과기능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경제활동의 중심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배후 물류단지의 활성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부동산 개발 및 운영 등 부가적인 부문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항만과 도시 계획을 연계시킴으로써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항만은 제조활동을 위한 원자재 공급 및 완제품의 반출을 담당하는데 기능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따라서 산업단지와 항만기능이 효율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입지선정, 연계교통망 구축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친수, 녹지 공간의 조성 등을 통하여 항만의 도시환경 악화현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도시의 경쟁력은 물
류의 효율성 이외에도 자연과 조화된 쾌적성(amenity), 미관(aesthetics)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하여 결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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