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10 16:28

해외통신/ 아시아 부르는 밴쿠버항의 ‘금빛 뱃고동’

캐나다 아·태관문 프로젝트로 북미 물류허브 시동
지난 2월13일부터 3월1일까지 17일간 열린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으로 세계의 이목은 캐나다로 쏠렸다. 특히 우리나라는 빙상에서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캐냈을 뿐 아니라 세계가 보는 앞에서 김연아가 완벽에 가까운 연기로 피겨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온 국민을 열광케 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밴쿠버는 잊혀지지 않을 도시로 기억된 셈이다. 그동안 자국 올림픽 대회에서 한 개의 금메달도 따내지 못했던 캐나다는 이번 대회를 빌어 최다 금메달로 주최국 우승을 일궜다.

세계 물류시장에서도 캐나다가 새삼 조명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최근 자국 밴쿠버와 프린스루퍼트 등 서안에 위치한 항만을 중심으로 항공, 육상에 이르는 종합물류체제를 완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바로 아시아·태평양관문(아시아·퍼시픽게이트웨이) 프로젝트다.

지난 8일부터 5일간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세계카고심포지엄> 참석차 찾은 밴쿠버항은 갓 끝난 올림픽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듯 했다. 특히 지구촌 최대행사에 연이어 항공화물산업 최대행사 개최로 도시 전체는 왕성한 생명력을 발산하는 듯 보였다. 두 행사를 디딤돌로 삼아 주력 물류산업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남밴쿠버와 북밴쿠버를 잇는 시버스(Seabus)는 아침 출근길 밴쿠버 시민들의 훌륭한 교통수단이다.

프로젝트 핵심 메트로밴쿠버항 출범

캐나다는 지난 2006년 10월 밴쿠버와 프린스루퍼트를 중심으로 철도와 도로수송망을 하나로 묶는 아시아·태평양관문 프로젝트를 내걸었다.

연방정부와 서부 해안의 4개 지방정부, 민간파트너들은 자국내 물류수송망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6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밴쿠버항과 프린스루퍼트항 확장공사를 비롯해 도로와 철도 확충 사업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2020년까지 두 항만의 물동량처리능력을 1천만TEU로 늘리고 캐나다를 관통해 미국과 연결되는 배후수송망도 대폭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밴쿠버항은 캐나다를 넘어 북미 지역 관문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진행 중이다. 그 과정의 하나가 지난 2008년 1월 모습을 드러낸 메트로밴쿠버항이다. 당시 캐나다 정부는 밴쿠버 역내에서 서로 나뉘어 경쟁하고 있던 프레이저리버항과 북프레이저항, 밴쿠버항을 통합한 밴쿠버프레이저항을 출범시켰다. 현재의 메트로밴쿠버항이다.
▲두바이 글로벌항만운영사 DP월드가 운영중인 센텀터미널. 현대상선을 비롯한 뉴월드얼라이언스, 웨스트우드가 취항하고 있다.

밴쿠버항의 컨테이너 부두는 크게 4곳으로 구성된다. 나란히 2선석씩 운영되는 센텀부두와 밴텀부두, 3선석씩을 보유하고 있는 델타포트와 프레이저서리도크다. 특히 델타포트 제3선석이 올해 1월 개장해 밴쿠버항은 60만TEU의 처리능력을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 전체 처리능력이 370만TEU에 이르게 된 것이다. 주간 15개의 해상항로가 밴쿠버를 서비스하고 있다. 부산항과의 해상항로는 주간 5회로 중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우리나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각각 밴텀과 센텀부두를 기점으로 컨테이너를 실어나르고 있다.

메트로밴쿠버항만공사에서 만난 알릭스리 고객서비스매니저는 밴쿠버항의 장점으로 대등한 수출입 비중과 3개 대륙철도회사가 서비스하는 풍부한 배후수송망을 들었다.
▲캐나다 항만운영사 TSI가 운영하는 밴텀터미널. 한진해운과 CKYH얼라이언스가 취항한다.

수출입比 균형, 비용은 줄이고 수익은 올려

밴쿠버항은 지난해 수출물동량에 견준 수입물동량의 비율이 1.1로 거의 동률을 나타냈다. 이웃한 미국 시애틀의 1.3, 오클랜드의 0.7에 비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미 서안 대표항만인 롱비치항이 1.9에 그쳤다는 점에서 밴쿠버항의 경쟁력은 더욱 뚜렷해진다. 선사가 싣고 들어왔던 컨테이너만큼 다시 싣고 빠져나갈 수 있어 장비재배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데다 수익확대에도 효과적이다.

밴쿠버항과 캐나다 내륙 지역을 잇는 철도수송망은 캐나다퍼시픽(CP)과 CN 벌링턴노던산타페(BNSF) 3곳이다. 이중 캐나다 회사 2곳은 캐나다를 관통하는 횡단형 노선과 미국까지 연결하는 종단형 철도를 운영하고 있다. 몬트리올과 오타와 토론토 등 캐나다 동부 소비시장에서부터 핼리팩스 뉴욕 뉴올리언스 등 동안 항만도시 등을 실핏줄처럼 연결한다.

CN 어카운트매니저 J.C 샤트렌드는 “CN만이 오직 캐나다 서안과 동안, 멕시코만까지를 연결하고 있다”면서도 “밴쿠버에서 CP와의 독특한 협력관계가 서비스 정시성을 높이고 있다”는 말로 밴쿠버항의 숨은 강점을 소개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리는 덧붙여 아시아와의 거리가 미국항과 비교해 현저히 짧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미국 롱비치항에 견줘 아시아와의 거리는 프린스루퍼트항이 2천km, 밴쿠버항이 1천km 이상 가깝다. 리는 “짧은 해상거리와 수송거리로 아시아 화주들이 경쟁력을 알아볼 것”이라며 “경기 침체의 여파로 지난해 물동량이 2008년보다 14% 줄어든 220만TEU에 그쳤지만 올핸 다시 230만TEU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캐나다 밴쿠버=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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