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한 해운시황 변동 양상
해운경기의 변동은 해상운송은 시황변동이 극심할 뿐만 아니라, 불규칙적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다음 그림은 1985년 1월·2009년 11월 중 건화물선 운임지수인 BDI(Baltic Dry Index)의 추세를 나타낸 것이다. 이 그림을 보면 해운시황은 1985년 이후 2003년까지는 장기불황을 나타냈으며, 특히 2001년 11월 7일에는 843으로 해당 기간 중 저점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3년 이후에는 시황이 회복세를 보였는바, 2004년 12월 5일에 6,208로 상승한 후 2004년 6월 22일에는 2,622로 다시 하락했으나 2008년 6월 5일에는 11,689로 사상 최대치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해운시황이 다시 급속히 악화되어 2008년 12월 5일에는 663으로 최고치 대비 5.6%로 낮아졌다. 2010년 2월 기준 3,000 내외에서 변동하고 있다.
피그말리온 효과와 해운경기 변동
일반경제의 경기변동에 있어서는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현상이 흔히 나타난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장래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투자자들은 앞 다투어 주식을 처분하려 할 것이고 매수자들은 매수를 미루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주식수급에는 공급초과 현상이 유발됨으로써 주가는 실제로 하락하게 된다. 그리고 전반적인 경기변동의 경우에도 경제 주체들이 장래의 경기전개에 대하여 비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으면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여 경기는 위축이 초래될 것이며, 반대로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경우에는 소비와 투자가 증가함으로써 경기 호전이 유발될 것이다.
이러한 자기실현적 예언은 피그말리온(Pygmalion) 효과라고도 한다. 피그말리온 신화에 나오는 뛰어난 조각가였는데, 아무리 아름다운 여인이라도 조금씩 부족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실망하여 스스로 완벽한 조각 여인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조각은 무생물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그는 이에 생명을 불어 넣어 달라고 간절히 기원함과 동시에 그 실현을 믿었다고 한다. 그의 애절한 염원에 감동한 여신 비너스는 그 조각상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고, 마침내 피그말리온은 이 여인과 결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경기예측의 방법 가운데 기업경기실사지수는 이와 같은 자기실현적 예언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기업경기실사지수의 작성은 경영자 및 전문가들의 기대와 전망을 설문조사 결과를 기초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운부문에 있어 기업경기실사지수는 기대 효과(expectation effect) 또는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과 같은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즉 해운기업들이 경기 호전을 예상할 경우 중고선 도입, 신조발주 등이 촉진됨으로써 선복의 공극과잉을 초래하여 장기적으로 시황을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그리고 반대로 불황을 예상할 경우에는 선박의 처분이 촉진됨으로써 선복공급이 감소되고, 이는 선복수급을 개선시킴으로써 시황을 부양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해운시황은 경기실사지수에 나타나는 것과 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해운기업 경영자들에 대한 설문결과를 기초로 작성되는 경기실사지수의 경우 자기부정적인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다.
해운경기 예측의 한계
이와 같이 해운시황 예측을 위한 몇 가지 방법이 고려될 수는 있으나 현재의 예측기법으로는 정확성을 기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계량모형은 과소식별 등으로 인한 모형구축상의 어려움(특히 인과모형의 경우), 장기예측 결과에 대한 정확성 저하(특히 시계열모형의 경우) 등의 문제가 있다. 그리고 경기실사지수의 경우에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기실현적 특성이 결여됨으로써 장기적으로 자기부정적인 특성을 나타낸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그리고 해상운송에 대한 수요 및 공급곡선은 단기적으로 탄력성이 매우 낮아서(기울기의 절대값이 매우 커서) 미세한 불균형이 발생하여도 운임 변동 폭은 매우 크게 나타난다. 해운시황변동의 이러한 높은 가변성은 시황 예측을 어렵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뿐만 아리나, 시황은 경제적 요인 이외에도 정치·외교적 요인 등 우발성이 강한 경제외적 요인에 의한 영향도 크게 받으므로 장기예측의 정확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즉 계량모형에서 추정된 회귀계수(즉 모수)들이 시간의 흐름에도 변함없이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이 모수들이 정부정책 등에 의하여 변화하게 되므로 계량적 평가에는 추가적인 문제가 야기된다.
전문가의 경험과 식견이 중요
이와 같이 해운경기의 변동은 순환주기가 매우 불규칙적일 뿐만 아니라, 순환심도 역시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와 같이 불규칙한 경기변동을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가 된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개발된 몇 가지 예측기법의 적용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문제와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계량적인 예측기법의 신뢰성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최근의 예를 들면 2003년부터 시작된 해운시황의 폭발적인 호전이나 2008년 하반기 이후에 닥친 심각한 불황에 대해서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이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해운시황의 예측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한편 2008년 하반기 이후의 불황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부 부정적인 시각과 경고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나, 이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2008년 상반기 당시 해운업계의 분위기는 투자광풍이라고 할 만큼 고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해운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복잡하며, 운임수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다양하다. 따라서 아무리 정교한 계량모형이라도 이는 현실을 지극히 단순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선주들이 선박투자의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경험의 축적, 합리적인 기업문화의 도입, 편향되지 않은 태도의 정립, 조직체계의 정비, 단순한 모방의 지양 등 일반적인 오류의 요인들이 자신에게 해당되지 않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해운경기 예측 및 이에 근거한 선박 투자의 바람직한 방향은 계량분석과 전문가의 직관을 병행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해운시황을 결정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정보들을 수집ㆍ분석ㆍ가공ㆍ평가함에 있어 오랜 경험과 식견을 가진 해운전문가의 직관(intuition)이 오히려 정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 역시 위험부담이 큰 것으로 판단되는바, 개인은 편향된 시각을 갖기 쉬우며 경험이나 지식의 편차도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투자결정 방안은 객관적인 시장정보의 계량적인 분석과 전문가의 직관을 병행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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