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송이 바다에서 화물을 책임지고 운송하는 사업이라면 선박관리는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의 상태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사업이다. 선박관리는 선박의 건조, 운항, 수리, 해체 등의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전문분야다. 즉 선박의 일생을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업종이다.
조선소에서 선박이 건조되는 동안에 선박관리업체는 공무감독관을 야드에 파견해 선주를 대신해 선박의 탄생과정을 감리한다. 따라서 선박관리는 성능 좋은 양질의 선박이 건조되는 것을 책임지게 된다. 완공된 선박이 선주에게 인도되면 선박관리업체는 선박의 선급, 국적, 등기, 납세 등에 관련된 모든 법률적 절차를 수행한다. 즉, 선박의 법률적 조건을 구비하게 된다. 그리고 잘 훈련된 선원을 승선시킨다. 이렇게 함으로써 선박이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완벽하게 갖추게 된다.
운항이 개시되면 선박관리업체의 선원은 선박이 최상의 조건을 잃지 않도록 유지, 관리한다. 기상상태와 입항할 항만들의 사정에 효과적으로 적응하며 국제협약의 요구조건을 빠짐없이 충족한다. 예기치 못한 사태로 선박에 문제가 발생하면 조선소에 들어가 수리하는 업무도 담당한다.
이러한 운항과정에서 사용되는 연료, 선용품, 급수, 급양, 청소 등도 선박관리업의 소관사항이다.
선박이 매각되거나 대선되거나 수명을 다해 해체되는 경우 선박관리업체는 선주를 대신해 선박의 인수도절차를 수행한다.
이상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선박관리업은 해운경영측면에서 4가지의 기능을 수행한다.
첫째, 선박의 상업적 관리를 담당한다. 즉, 선박관리업체는 선박의 건조·매매·용대선·보험·선용품·급유·선원고용 등에 관련된 모든 계약과 비용을 관리할 수 있다.
둘째, 선박의 기술적 관리를 담당한다. 선박, 선원, 선용품, 연료 등의 물리적, 기술적 상태를 모두 관리할 수 있다.
셋째, 선박의 법률적 관리를 담당한다. 선박과 선원의 국적, 등기, 각종 증서, 입출항 국가의 규정, 국제협약 등에 관련된 모든 법률사항을 관리할 수 있다.
넷째, 선박관련 탐색 및 혁신기능을 수행한다. 선박의 기술적 발전추세를 입출항 국가의 항만조건 변화등을 탐색해 선주 또는 운송회사에 조언할 수 있으며 선박관리 노하우를 이용해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선박관리를 전무능로 하는 비즈니스를 발전시키면 대형 선박관리업체들이 육성될 수 있다. 그리고 선박관리업체의 성장을 통해 다음과 같은 4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선 선박관리의 전문성이 향상될 수 있다. 해운회사가 선박을 관리하는 것보다 전담업체가 관리하면 선박관리의 전문성이 심화될 수 있다. 특히 대형 관리업체가 관리하는 경우 선박의 상업적, 기술적, 법률적 관리가 보다 전문화될 있다.
둘째로는 선박관리의 국제화가 크게 진전될 수 있다. 즉, 선원, 선용품, 연료유, 선박수리 등을 국제적으로 조달하거나 수행할 수 있다. 가격경쟁력과 품질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국제조달이 가능해 질 수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선박관리업체인 V.SHIP사의 경우 전세계에 70여 지사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국제적 선박관리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셋째로는 선박관리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 전문관리업체의 선원, 선대운영, 조달 등의 규모가 선주나 해운회사의 관리규모보다 월등하게 커질 수 있다.
예를들어 V.SHIP사는 위탁받아 관리하는 선박이 1천여척이며 고용 선원수도 2만4천여명에 달한다.
즉, 외국의 한 관리업체가 우리나라 전체 선대와 맞먹는 규모의 선박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회사가 누리는 규모의 경제성은 웬만한 선사들이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넷째로는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선박관리의 창의성이다. 대규모 운항선대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면서 국제적으로 인적, 물적 자원을 조달하는 선박관리업체는 다양한 조건의 경험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착안해 낼 수 있다.
실제로 독일의 모 선박관리업체는 10여년전 컨테이너선박을 우리나라 조선소에 발주하면서 선원의 생활공간을 뒤로 이동시키는 혁신적 아이디어로 화물적재능력을 8%정도 향상시킨 바 있다. 이처럼 과감한 혁신은 전문관리업체가 아니고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상에 열거된 선박관리 전문화효과는 해운회사들이 직접 선박을 관리할 때도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운송업을 전문으로 하는 선사보다 선박관리업을 전문으로 하는 관리회사가 혁신압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으며 또 혁신 추진력도 더 강할 수 있다.
선주나 해운회사 모두 선박을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해운회사도 대부분이 운항선박을 직접 관리해 왔다. 최근에 와서 일부 해운회사들이 선박관리부문을 자회사로 분사하고 있으나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선박관리를 선원문제 또는 공무문제로 국한시켜 바라보는 인식이 강하다. 이러한 인식의 제한 때문에 우리나라 선박관리업은 여전히 전근대적이고 영세한 실정이다. 해운산업 발전에 있어서 선박관리업이 발전과 기여 가능성에 대한 인식도 크게 부족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선박관리업은 선박의 탄생에서부터 소멸까지 모든 기술적, 상업적, 법률적 관리를 담당한다. 또 이러한 관리는 단순히 비용절감차원에 그치지 않고 혁신을 통한 경쟁력 창출로까지 승화된다. 하지만 이러한 관리효과는 외국에서처럼 선박의 전문관리체제 즉 제 3자 관리체제가 발전해야 가능한 일이다.
만약 외국 전문업체가 관리하는 선령 20년의 선박이 우리나라 해운회사가 관리하는 선령 10년의 선박과 비슷한 성능을 발휘한다면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어떻게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외국의 전문관리업체가 끊임없는 관리혁신으로 새로운 선박경쟁력을 창출해 낸다면 그렇지 못하는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어떻게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겠는가?
선박관리가 제 3자 관리체제로 전문화되는 경우 선주는 선박투자에 전념할 수 있으며 해운회사는 해상운송의 기획과 마케팅을 전념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선박관리를 전문업체에 맡기면 해운회사는 핵심역량을 기획과 마케팅, 그리고 영업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산업을 막록하고 중소기업들은 자본과 인력 및 시간의 대부분을 관리부문에 빼앗기고 만다.
따라서 자기만의 특화전략을 추구하지 못한다. 관리부문에 투입하고 남는 역량으로는 특화전략을 성공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많은 중소기업들은 다른 기업들의 수익모델을 모방하고 만다. 그러다 불황이 오면 다른 기업을 따라 함께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나라 해운업도 비슷한 면이 강하다. 하지만 선박관리업이 발전하면 중소선사들이 특화전략을 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최근 불황기에 우리나라 해운회사 수가 177개사나 돼 너무 많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수익모델이 비슷하기 때문에 많아 보이는 것이다. 선사들 모두가 특화된 수익모델을 추구한다면 선사 수가 결코 많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선박관리업의 육성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이다. 선박관리업은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신성장엔진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KMI '해운과 경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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