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매서운 혹독한 겨울나기 계속돼
경칩(驚蟄)을 지나 춘분(春分)을 목전에 둔 봄의 문턱에 들어섰지만 칼바람이 여간 매서운 게 아니다. 가혹하리만큼 긴 혹독한 겨울나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실물경기의 단면에 관한 이야기일 뿐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무너지고 있고, 기업구조조정 ·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 지난 IMF 외환위기 시절에 겪었던 경제상황 보다 더 어려운 시절을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담보대출) 부실 위협으로 시작된 금융위기가 전 분야를 강타하여 세계 경제를 그로키(groggy) 상태로 몰아간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물류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해운업 구조조정이라는 말과 글이 전파를 타고 활자화되는 사례를 심심찮게 듣고 보는 현실이다. 1984년의 해운산업합리화 이후 곧 진행될 ‘제2의 해운산업합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5월 20일 1만 1,793포인트를 기록했던 BDI(발틱운임지수)가 국제금융위기 여파로 7개월여만인 12월 5일 663포인트로 내려앉은 사실 하나만 두고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그나마 지난 3월 4일 BDI는 2,084포인트까지 회복됐지만 불황의 여파가 깊어지고 있어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유가에 따른 물동량 감소라는 체감경기를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고환율(원화의 평가절하)에 따른 물동량 감소는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공 · 항만 물류종사자에 따르면 30%를 넘어 40%를 육박한다는 것이다. 이 여파로 해상운임은 금융위기 전 보다 약 1/5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물류주선업계만 예외가 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국제간 해상 및 항공물동량의 감소에다 운임의 대폭적인 하락 등으로 감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즉, 국제물류에 관여하는 운송업, 물류시설운영업, 물류서비스업 모두가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 물류기업, M&A 통한 글로벌 네트워크 확충에
지난 수년간 세계적인 물류기업들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충하여 화주기업이 원하는 공급망관리(Supply Chain Management : SCM)를 통해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물류기업을 지향하고 또한 해외 물류거점 확보를 위해 물류기업 M&A를 통해 몸집불리기에 치중해온 반면 우리 물류기업들은 이러한 글로벌물류시장에서 한 발 뒤쳐져 있는 실정이다. 이 결과 20대 글로벌 물류기업중 우리나라의 물류기업은 하나도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16만개 물류기업중 97%가 종사자 10명 미만의 기업이 우리의 현주소이다(KOTI 자료). 물론 국제물류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선사, 항공사 및 포워딩업체(국제물류주선업체)의 경우 예외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 포워딩업계는 지난 2007년 기준으로 1,325개의 기업에 2만 1,420명(1기업당 16.2명)이 종사하여 2조 2,174억원의 매출을 올려 1조 1,189억원의 부가가치를 실현하였다(통계청 조사자료). 같은 물류서비스업인 육상(화물자동차)운송주선업에 비교할 바 가 아니다(기업체 수 : 1만 1,605, 종사자 : 2만 3.084, 매출 : 1조 6,910억원, 부가가치 : 7,283억원).
하지만 지금까지 국제물류주선업(프레이트 포워딩)은 서비스업종으로만 치부되어 많은 홀대를 받아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류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수출입 화주기업을 상대로 최일선에서 집화활동을 펼치는 Freight Forwarder에 대한 육성 · 지원책이 필수적이지만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동북아의 물류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글로벌 물류전문기업을 육성하고, 물류기업의 종합화 · 대형화를 위해 종합물류기업 인증제를 도입(2006)하여 국내 · 외 제조기업의 글로벌화에 따른 물류수요 충족 및 물류시장 확대를 꾀하였으나대형 육상운송업체들 중심으로 종합물류기업 인증이 이루어져 결과적으로 글로벌화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종합물류기업 육성을 위해 물류기업의 종합화 · 대형화도 필요하지만 종합물류기업의 하단 또는 하부구조에서 기능별 전문물류기능을 담당해야 할 중소 전문물류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이야말로 지금의 경제위기에서 신 성장동력으로 발돋움한 국제물류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지난 1969년 항공법의 항공운송주선업과 1976년 해운법의 해상운송주선업이 1996년 화물유통촉진법(현행 물류정책기본법)의 규정에 따른 복합운송주선업(현 국제물류주선업)으로 일원화된 지 13년이라는 기간 동안 제대로 된 정부의 육성책은 커녕 그 존재조차 잘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행이 최근에 국토해양부에서는 국제물류주선업 실태조사를 통해 지원 · 육성방안을 마련한다고 하니 여간 반가울 수가 없다. 이 기회를 빌어 “프레이트 포워더에 대한 지원과 육성책” 마련은 곧 우리 물류기업의 글로벌화를 하루라도 앞당기는 첩경(지름길)임을 강조하고 싶다.
제도적 개선 및 정책적 지원 뒤따라야
가장 우선적으로 국제물류에 관한 종합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포워더 육성을 위해 국내 포워더가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해외 현지법인이나 사무소 개설, 물류전문기업 M&A 추진에 필요한 자금이나 국내외 공항 · 항만에 물류인프라 구축시 저리의 정책자금 지원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또한 국내 포워더의 글로벌 물류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해외진출(투자)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 제공은 물론 해외 현지에서 필요한 행정적·법률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국제물류의 효율성을 높이고 물류비를 낮추기 위해서는 일관종합물류서비스의 제공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국제물류과정에서 필수적인 통관서비스도 동일 주체(포워더)에 의해 동시에 처리되어야 함에도 아직 우리나라의 통관취급법인제도는 그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이 제도의 개선(관세사법 개정)도 누누이 지적되고 있다. 무조건 국내 포워더의 영세성만 지적할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법규의 개정을 통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국내 포워더의 대형화·규모화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현행 국제물류주선업(포워딩)의 등록사무에 대해 국토해양부장관은 각 시·도지사에게 위임하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FMC(연방해사위원회)의 면허, 일본 국토교통성 면허 등으로 운영되는 사례에 비추어 중앙정부 사무로 재환원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각 시·도에 등록한 국제물류주선업체는 2,800여사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우리 국가보다 경제규모가 훨씬 높은 일본(500여사)과 비교할 경우 양적 팽창을 가늠할 수 있으므로 국내 화물자동차운송업·화물자동차운송주선업과 같이 면허제로 전환하여 수급상황에 따라 신규면허를 일정기간 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현행 등록제도에 대해 전면 재검토도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대다수의 포워더들은 중소 수출화주로부터 국제물류를 위탁받아 이를 처리하고 실제운송인(해상 또는 항공운송인)에게는 현금방식으로 운임을 결제하는 대신 대부분 화주와의 거래는 신용(외상)에 의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운임미회수 및 장기연체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안정적인 기업경영을 크게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한국수출보험공사에서 실시중인 수출보험제도와 같은 수출운임보험제도의 도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컨테이너항만의 배후부지에 포워더가 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보세창고의 집단화 지원을 비롯하여 국제물류 전문인력 양성에 관한 사항 등 국제물류의 중심 축을 담당하고 있는 포워딩업체에 대한 지원책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사족을 달자면 최근 국토해양부에서는 물류관련 협회가 물류산업의 구심점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물류산업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물류협회를 비롯하여 물류협회, 3자물류협회, 물류창고업협회, 전국화물터미널협회 및 물류관리사협회 등 6개 협회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6개 단체(협회)의 소속 회원이 영위하는 사업의 성격이나 형태에 있어서 국내물류 또는 국제물류, 법인 또는 개인으로 확연하게 구분됨에도 이를 인위적으로 통합하겠다는 구상은 정말 시대착오적인 발상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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