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어려움을 겪게 될 때 흔히 “위기가 기회” 라는 말을 자주 쓴다. 이번의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식 상할 정도로 자주 듣게 되는 말 또한 이 말이다.
과연 위기는 기회인가 ? 하는 점을 지난 번 IMF 외환위기 때를 경험으로 뒤돌아보기로 하자. IMF 때 우리가 잃은 것이 무엇이었던가를 돌이켜 보면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이 있을 것이다.
지난번 IMF 금융위기 때는 위기 극복방안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기업을 외국에 매각해 버리는 것이 극복 방안이었다. 그 때 회생가능성의 기준이 미래의 발전성을 본 것이기보다는 자금조달가능성을 위주로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이때에 사업성은 좋았지만 당장의 자금조달이 어려운 우량기업들도 헐값에 외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헐값을 부채질한 몇 가지 요인이 있었는데 첫째가 공공기관이 회생불가라는 딱지를 붙여 놓고 불실시업으로 팔았기 때문이고, 이들을 일제히 일정기한 안에 처분했기 때문에 공급과잉 상태에서 덤핑세일을 했기 때문이고, 한국기업을 배재하고 외국에게만 특혜적(?)으로 팔았기 때문에 더욱 헐값을 부채질한 것이었다.
이 때 당시에 장래가 촉망되는 생명공학부문의 선두주자인 종묘회사들과, 중장비회사들이 대부분 넘어갔고 해운분야에서는 조양상선의 국내외 터미널과, 현대상선의 국내외 터미널 및 자동차 전용선 사업부문이 자동차화물적취권과 함께 외국에 넘어갔다.
이들이 얼마나 헐값에 팔렸는가 하는 예로 얼마 전 세상이 요란하게 화제가 됐던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의 경우를 보면 론스타는 2001년에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스타타워빌딩을 6,200 억여 원에 사들였고 2004년 12월에 싱가폴투자청에 9,000억 원에 팔았다 론스타는 3년 반 만에 무려 2,800억 원을 벌었다 또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 %를 1조3,800억 원에 사들여 이를 국민은행에 6조4,180억 원에 팔기로 한 것이다,
이것이 성사는 안 되었으나 이렇게 되면 론스타는 환차익을 제외하고도 투자원금의 세배가 넘는 4조3천억 원의 차익을 얻게 되는 셈이다.
IMF 위기 때는 이 번 저럼 전 세계가 겪은 위기가 아니고 우리나라를 위시한 아시아 몇 개국이 겪은 위기였다. 그래서 그 때문에 우리 기업은 손발이 묶였고 위와 같은 호기는 외국기업에게만 주어졌다 그래서 우리기업이 사냥을 당해서 IMF 때 우리의 위기는 외국에게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의 금융위기는 다르다 진원지가 미국이고 전 세계가 함께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비하면 우리는 훨씬 형편이 낫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금융위기의 경험자로서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위기를 견디기 위해서는 역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구조조정 중에는 우리가 전에 당했던 것처럼 기업의 내용은 훌륭하나 자금의 흐름이 좋지 않아 헐값에 넘어가게 되는 기업이 세계도처에 넘쳐날 것이다.
이런 위기를 처음 당하는 외국 쪽에 더 많을 텐데 위기를 잘 견딘 우리 기업이 이들 기업을 헐값에 인수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우리 기업만 손발이 묶이는 바보 같은 일은 없어야 한다.
동양의 주역사상에 “음기가 가장 성한 동지에 양기가 태동하고 양기가 가장 성한 하지에 음기가 태동한다. 는 말이 있다 바로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지만 무언가는 해야 한다는 말이다. 가만히 앉아 있는 자에게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없다. 위기에서 위와 같은 용단을 내리는 자에게만 위기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언제 이런 투자를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인데 너무 일찍 해서도 견디기에 벅차고 이제는 안전하다고 생각할 때쯤이면 시기를 놓치게 되니까 매입시점을 잡는데 때를 정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주식시장에 진리로 통하는 말에 “어떠한 불항도 뒤에는 반드시 활황이 오고 어떠한 활황도 뒤에는 불황이 온다.”봉우리가 높으면 골짜기가 깊듯이 큰 활황 뒤에는 큰 불황이 오고 큰 불황 뒤에는 큰 활황이 온다. 는 말이다. 이것이 진리라면 헐값 매입의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면 꼭 해야 될 또 한 가지 중요한 과제가 있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는 평소에 대부분의 경우 업계는 과당경쟁으로 무모한 가격경쟁에 빠져 품질이 하락하고 물량 면에서는 호황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이윤을 내기는 어려운 때가 많다
우리 물류업계야 말로 그간 모든 분야에서 호황을 만나 외형이 늘고 업체수가 너무 많아져 출혈경쟁으로 외형은 커졌어도 서비스 품질은 하락하고 이윤은 내기 어려워졌다 이번 기회에 회생가능성이 없는 것은 과감히 퇴출시키고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자발적인 통폐합이나 흡수 합병으로 업체 수가 줄어들고 업체는 대형화 되어 기업구조가 튼튼해져서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질적 경쟁을 펼쳐 나갈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상생하는 노사협력분위기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강성일변도라서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아졌다 심할 때는 폭력화하기도 하고 요구가 관철 안 되면 해사행위까지도 서슴지 않는 분위기가 되곤 한다.
구조조정에 최대의 걸림돌은 노사갈등인데 회사가 살아야 노조도 있다는 것이 세계적으로 인식이 되어 선진국의 강성노조들마져 상생을 위해 구조조정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우리의 강성노조만이 계속 강성일변도로 나아갈 수 없다는 점을 일깨워 줘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도 상생을 위한 협력관계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번 위기에 우리가 꼭 확립하고 넘어가야할 과제이다
위에 말한 세 가지를 우리가 이번의 위기를 통하여 이루어 나간다면 이번의 위기는 우리에게 경제선진국으로 비약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나 그렇지 못한다면 이번의 위기는 그냥 위기일 뿐으로 우리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뿐일 것이다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