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4일로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지 15주년이 되었다. 양국의 협력관계는 수교 이후 15년이란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외교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경제·사회·문화·인적 교류측면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이제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 거래국이며, 한국은 중국의 5대 무역 거래국이 되었다.
해운분야에서의 교류는 양국간 수교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였다. 1992년 수교 이전에 이미 인천/위해(’90.9)와 인천/천진(’91.12)간에 카페리항로가 개설되어 인적·물적 교류의 물꼬를 트고 있었고 이러한 교류는 한중수교의 가교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수교 15년이 지난 지금 해운분야는 이러한 가교 역할을 뛰어 넘어 명실공히 양국간 경제협력의 주 통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1992년 수교 당시 한중간을 운항하던 선박은 한중합작이었던 2개의 컨테이너선사(SINOKOR, COHEUNG)와 2개의 카페리선사(위동항운, 진천항운) 그리고 제3국 선사의 소수의 선박에 불과하였으나 현재는 컨테이너항로에 41개사 98척(한국선사 : 15개사 36척, 중국선사 : 19개사 41척, 제3국선사 : 7개사 21척)과 카페리항로에 13개사 14척(한중 합작법인)이 양국간을 운항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간 수송물량도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수교 당시 연간 컨테이너 수송실적은 83천TEU에 불과하였으나 지난해 2,499천TEU로 수교 당시에 비해 30배나 증가하였다.
한중간 바닷길을 이용한 인적교류도 끊임없이 확대되어 수교 당시 한 해 8만 명에 불과했던 인적 교류는 지난해 123만 명으로 15배 이상 증가했다. 이중 한국인 85만명이 중국을 왕래하였고,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38만 명이 한국을 드나들었다.
한중수교 이후 인적·물적 교류의 급격한 증대와 더불어 한중항로가 안정적이고 건전한 성장을 이루어 온 것은 1993년 8월부터 양국이 매년 해운회담을 통하여 한중항로를 관리항로로 유지하면서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항로운영 방안을 모색해 온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한중항로의 개방을 주장하면서 한중항로의 운영체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중국측의 항로개방 요구에 대하여 우리측은 그간 한중항로가 특별관리되어 왔기 때문에 양국 선사의 건전한 발전이 가능했다는 점에 대해 중국측을 이해·설득시킴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다만, 다른 모든 항로가 개방되어 있음에도 한중항로만 양국 정부가 직접 특별관리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점에 양국이 인식을 같이하였다.
이에 따라 2002년 9월 제10차 해운회담에서 양국간 해운분야 현안사항은 해운회담을 통해 협의하되 카페리·컨테이너항로의 신규개설 및 선박투입문제는 양국 민간협의체의 자율적 결정사항을 정부가 적극 지지하기로 함으로써 양국 민간협의체에 의한 항로개설 및 선박투입 체제가 정립되었다.
한발 더 나아가 2005년 11월 제13차 해운회담에서 한·중항로의 개방원칙에 구두 합의하고 카페리항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컨테이너항로는 2009년부터 전면 개방하고, 카페리항로는 3년 후인 2012년부터 개방하기로 하였다.
이는 양국 모두 WTO 가입국으로서 현재의 체제가 시장원칙에 부합하지 않아 항로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인식을 같이 하였으나, 항로의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개방은 선사에 미치는 충격이 크므로 유예기간을 두되 카페리항로는 한중간 물적 교류와 인적·문화적 교류 등에 기여하는 바가 크고 비용구조가 컨테이너선보다 높은 점 등을 감안하여 컨테이너 항로와 개방시기에 차등을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 한중항로의 운영과 관련하여 남은 중요한 과제는 항로개방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자유경쟁의 잇점을 극대화 하는데 있다고 하겠다.
선사들은 한중항로가 계속해서 관리항로로 유지·보호될 수 있도록 바라기보다 개방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정부는 항로개방 이후에도 한중항로의 안정적인 발전이 지속될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정립하는데 주력할 것이며 이를 위해 중국 정부와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틀의 핵심은 해운분야에서의 양국간의 긴밀한 협력관계의 큰 줄기를 존중하되 양국의 불공정한 해운제도나 관행을 개선하여 양국 선사가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중 수교 15주년을 맞아 항로개방이라는 커다란 파고 앞에서 한중항로가 양국간 건전한 교류와 발전의 통로로서 그 역할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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