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13 10:10

<기획>유럽수출항로 ‘때아닌 호황’ 흑해·지중해 물량이 주도

올들어 지중해 47%↑·북유럽 26%↑…유로화 강세·항공화물 해상전환등 영향
선사들 지중해·흑해 노선 개설 러시



●●● 지난해 물량예측의 실패로 실제적인 물량증가에도 불구하고 운임하락을 눈뜨고 지켜봐야 했던 유럽항로 운항선사들이 올해 크게 웃고 있다. 국내에서 유럽항로를 서비스하고 있는 국적 및 외국적 컨테이너선사들은 요즘 수출항로가 만선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항로는 작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물량이 증가해왔으며 통상 비수기로 인식되고 있는 지난 1,2월에도 때 아닌 물량증가세를 기록하는 등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올 1~2월 한국발 유럽항로의 누적실적은 10만4958TEU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7만8487TEU보다 34%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짐라인(Zim Integrated Shipping Services)의 한국총대리점인 우성마리타임의 한 관계자는 “보유 선복량을 100으로 본다면 이와 비교해 110정도의 물량수준을 이루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그런데 현재 물량수준은 선복량 100 대비 150~200 사이를 유지하고 있어 부킹물량이 한주씩 밀리는 등 한주에 소화시키지 못하는 물량이 자꾸 발생해 이를 처리하는데 애로를 겪고있다”라고 행복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3월 둘째주부터 이달 첫째주까지 집계된 4주간 한국→유럽항로 실적은 북유럽항로의 경우 총 선복량 2만2284TEU대비 운송량은 2만1454TEU를 기록해 소석률은 평균 96% 정도를 유지했다. 지중해·흑해지역의 경우 이 기간 운송량은 총 선복량 2만5320TEU대비 2만2448TEU를 기록해 평균소석률은 89%를 이뤘다.


◆3월 지중해·흑해 소석률 89%

선사관계자들은 유럽항로 수출물량증가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가장 큰 원인은 유로화 강세로 꼽혔다. 유럽경기가 호황을 타면서 유로화 강세로 인한 유럽지역의 수입물량증가가 유럽수출항로의 물동량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또다른 원인은 러시아·CIS(독립국가연합) 지역의 경제 활성화로 인한 구매력 증가에 따른 물량증가다. 이중 특히 러시아서부 흑해지역의 우크라이나 등으로 향하는 물동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전국인 이들 동유럽지역은 최근 석유값이 급등함에 따라 경제부흥을 맞아 소비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CIS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량은 세계 원유량 수요의 절반인 5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TSR(시베리안횡단철도) 운송물량이 해상운송(Deep Sea)으로 전환된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TSR 요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인상됨에 따라 기존 TSR 이용선사들은 모두 해상으로 운송루트를 변경했다. 지난해 1~2월 TSR 운송실적은 총 316TEU였지만 올해 같은기간 집계된 TSR 운송량은 ‘0’으로 나타난 것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항공으로 운송되던 LCD가 판매가격 하락으로 인해 운송루트를 해상으로 전환한 것도 물량증가에 한 몫을 한 것으로 지적됐다.

유럽수출항로의 물량증가를 몰고 온 이 모든 원인들과 함께 역시 빠지지 않는 것은 중국효과다.

이와관련 NYK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나가는 전체물동량의 70%를 차지하는 것이 중국물량인데 지난해 중국발 물량은 선복량 증가율인 13%를 넘어 16%나 증가해 중국효과의 여전한 저력을 과시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물량증가 덕분에 이 항로는 올 1월에 전례 없던 운임회복(Rate Restoration)을 시행해 절반이상의 성공을 거두는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텃밭을 일궜다. 또 두번째 시행한 4월1일 운임회복에서는 계획했던 TEU당 200달러 인상분을 모두 올려 받는 등 매우 성공적인 운임인상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OOCL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1월 시행됐던 운임회복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지만 4월 운임회복은 (물동량)상승탄력을 받아 계획된 운임을 모두 올리는 등 매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라며 “이같은 탄력을 이어 오는 7월 계획된 운임인상도 성공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항로운임 2003년 수준 회복

유럽수출항로의 향후 운임계획은 오는 7월1일에 TEU당 200달러, FEU당 400달러의 운임인상이 예정돼 있다. 또 오는 6월1일엔 북유럽지역에, 8월1일에는 지중해지역에 성수기할증료(PSS)가 각각 TEU당 150~200달러 정도 부과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 유럽항로의 운임수준은 호황을 기록했던 지난 2003년 수준인 TEU당 1500달러, FEU당 3000달러를 초과해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NYK라인코리아의 같은 관계자는 “현재 유럽항로 운임은 이미 2003년 수준과 비슷하게 형성돼 있다”라며 “우리는 대형하주와의 (연간)운임계약은 현재 시황보다 다소 낮게 이뤄졌으나 NVOCC(무선박운송인)들과의 운임거래는 2003년 수준으로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지난해말 선사 및 해운관계자들은 올해 유럽항로 시황도 물량증가량보다 선복량이 더 커 운임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우려했다. 당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외신 등을 인용해 분석,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07년 유럽항로는 작년에 비해 물동량과 공급량 증가세가 모두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초대형선이 집중적으로 배치되는 등 상대적으로 공급량 증가추세가 클 것으로 예상됐으며 이에 따라 3% 정도로 소폭의 운임하락이 전망됐었다.

이렇듯 다소 빗나갔던 전망으로 인해 당초 이뤄진 장기계약하주와의 올초 운임거래 수준은 현재 시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됐다.

CMA-CGM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올 시황을 긍정적으로 전망했기 때문에 대형하주와 운임계약시 다른 선사들보다 비교적 높게 운임을 책정한 편”이라며 “당시 계약하주는 우리가 내놓은 거래운임에 대해 ‘너무 높다’라고 했지만 사실 지금은 운임을 올린다 해도 좋으니 스페이스를 더 달라고 아우성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도 지중해지역의 운임수준이 북유럽보다 다소 높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유럽항로의 운임수준은 TEU당 1200~1300달러 정도로 형성돼 있는 반면 지중해지역은 이보다 약간 높은 1400달러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CMA-CGM코리아의 같은 관계자는 “지중해중에서도 특히 흑해지역의 운임은 동지중해 등과 비교해 높은편”이라며 “지난해엔 100달러 높은 차이를 보였는데 올해는 300달러까지 차이가 더욱 벌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운임시황은 물동량 성장세가 북유럽보다는 지중해 그중에서도 흑해지역에서 두드러진 것에서 비롯되고 있다.



올 1~2월 북유럽수출항로의 누적 운송실적은 전년도의 4만178TEU보다 26% 증가한 총 5만757TEU를 기록한 반면 지중해항로의 경우 총 5만225TEU를 운송해 전년도의 3만4155TEU 보다 무려 47%나 증가한 5만225TEU를 기록했다.

지중해에서도 흑해항로의 경우 올 1~2월 운송실적은 1만3855TEU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기간의 7676TEU 보다 80% 증가세를 시현했다. 반면 홍해지역은 올 1~2월 누적실적은 3976TEU로 전년의 4154TEU보다 4.3% 감소세를 보였다.

이같은 물동량 증가에 부응하는 듯 올들어 지중해와 흑해지역의 서비스 개설소식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하파그로이드(Hapag-Lloyd), MISC, NYK, OOCL 등 4개 선사들로 구성된 그랜드얼라이언스(GA)는 오는 6월말께 아시아-흑해지역을 운항하는 ABX 서비스를 신설, 운항할 예정이다.

ABX의 기항지는 상하이-닝보-서커우-싱가포르-다미에타-이스탄불-콘스탄자-오뎃사-이즈미르-다미에타-싱가포르-상하이 순이다. 이 서비스에는 3,000TEU급 컨테이너선 7척이 투입될 예정이다.

GA측은 “ABX 개설로 최근 급증하고 있는 흑해지역 시장수요에 발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량증가가 선복 증가분 압도

국내에서 머스크라인(Maersk Line) 다음으로 흑해 물량을 많이 처리하는 짐라인은 지난 1~2월 흑해지역에서 전년도 동월실적인 2904TEU보다 무려 34.2% 증가한 총 3896TEU의 물량실적을 기록했다.

이와관련 한국 총대리점사인 우성마리타임 한 관계자는 “선복이 작년보다 늘긴 했지만 물량증가량이 선복증가분을 앞섰기 때문에 만선행진을 기록하고 있다”라며 “특히 흑해지역의 물량이 급증하고 있는데 경제발전으로 구매력이 높아진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등 CIS 지역으로 나가는 CKD 등 자동차 물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편 1~2월 흑해항로 실적이 전년동기대비 3.6배 늘어난 5658TEU를 기록한 머스크라인은 지난 3월 이집트의 포트 세이드와 이탈리아 조이야 타우로 항만에서 연결되는 기존 피더 서비스를 폐지하는 대신 그리스 피레우스와 흑해 콘스탄자 항만 및 일리체브스크 항만을 기항하는 개편 흑해서비스를 선보였다. AE3로 불리는 이 서비스에는 4,800~5,000TEU선박 8척이 투입됐다. 머스크라인은 올해 피앤오네들로이드 통합등에 따른 높은 실적상승으로 이 항로에서 짐라인을 추월했다.

지중해지역의 서비스 개설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세계 3대 선사동맹인 CKYH얼라이언스는 지난 3월중순부터 중국-동지중해간 서비스인 EMX를 개설했다. EMX는 이스라엘과 그리스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3천TEU급 컨테이너선 7척이 투입됐다. 선사별 배선은 코스코 4척, 양밍라인 2척, 케이라인 1척씩이다. 한진해운은 이 서비스엔 선박 배선을 하지 않았으며 오는 5월중 이 노선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MX의 기항지는 상하이-닝보-홍콩-서커우-싱가포르-애쉬도드-피레우스-테살로니키-싱가포르-홍콩-상하이 순이다.

차이나쉬핑(CSCL)도 최근 부산과 서지중해를 연결하는 새 서비스를 개설했다. AMAX로 명명된 이 서비스는 지난 3일 신양산(XIN Yang Shan)호가 부산항을 출항하면서 본격적인 주1항차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이 서비스의 기항지는 부산-상하이-닝보-샤먼-옌티엔-홍콩-치완-포트클랑-수에즈-담만-하이파-나폴리-제노아-바르셀로나-발렌시아 순이며, 부산-발렌시아간 운항일수는 32일이다. 차이나쉬핑은 AMAX에 자사선 4250TEU급 10척을 투입했다.

차이나쉬핑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그간 이뤄진 지중해서비스에는 부산을 기항하는 노선이 없어 한국에선 짐라인의 선복을 임대해 서비스를 해오고 있다”라며 “이번에 자사선박을 투입해 부산을 기항하는 지중해노선을 개설함에 따라 최근 증가하고 있는 이 지역 수출물량에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CMA-CGM과 코스코(COSCO)도 중국-서지중해간 서비스인 MEXⅡ를 3월9일 개설했다. 양사는 3500~4000TEU급 컨테이너선을 공동 투입해, 중국 및 동남아를 비롯해 서지중해 4개항 서비스를 시작했다. 운항선박은 코스코가 5척, CMA CGM이 2척을 각각 배선했다.


◆새 노선 개설해도 선복 부족해

MEXⅡ의 기항지는 칭다오-상하이-홍콩-서커우-싱가포르-포트클랑-나폴리-제노아-바르셀로나-발렌시아-포트클랑-싱가포르-홍콩-칭다오 순이다.

CMA CGM측은 “MEXⅡ는 지난달 개설하자마자 매주 물량이 넘쳐 만선으로 운항되고 있으며 아시아-동지중해 노선인 BEX2 역시 개설과 함께 매주 소석률 100% 이상으로 운항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선사는 아시아-흑해노선인 BEX1 (Bosphorus Express) 노선의 운항선박을 최근 기존 2천TEU급에서 4천TEU급으로 사이즈 증강을 실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증하는 물량을 소화하지 못해 매 항차 만선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 서지중해지역 물량을 가장 많이 취급하고 있는 MSC는 최근 지속적인 물량증가로 인해 이 지역 물량운송이 타이트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이 선사 한 관계자는 “물량증가로 매항차 만선으로 운송되고 있다. 그나마 본사측에서 한국의 선복할당을 우리가 요구한 것과 근접하게 주고 있어 다행”이라며 “그러나 문제는 요즘 20피트 컨테이너가 부족해 물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데 있다”라며 컨테이너 부족으로 인한 애로를 토로했다.

MSC도 아시아와 흑해및 동지중해를 연결하는 새 노선을 지난 12일 개설했다. MSC측은 피닉스서비스로 명명된 이 서비스는 베이루트와 피레우스에서 환적을 통해 흑해와 동지중해 지역의 급증하는 물량을 처리하고자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피닉스서비스의 기항지는 상하이-닝보-옌티엔-난사-츠완-홍콩-싱가포르-피레우스-베이루트 순이며, 향후 이즈미르, 데살로니키, 라타키아, 리마솔 등 흑해-동지중해 항만들을 추가 기항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에는 CSAV노라시아로부터 최근 용선한 5,500TEU급 MSC프랑스(MSC France) 등 컨테이너선 8척이 투입되며, 12일 베이루트 출항을 시작으로 서향항로의 첫 항차가 개시됐다.

MSC는 지난 1~2월 서지중해지역에서 4052TEU의 물량을 운송해 전년도 실적인 2886TEU보다 40.4% 가량의 증가세를 보였다.

짐라인은 올 1월 아시아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신규 격주간 서비스를 개설했다.

FMX로 명명된 이 노선의 운항선박은 옐로우 씨(Yellow Sea)를 포함해 2800~3000TEU가량의 블랙씨(Black Sea), 짐 아메리카(Zim America) 등 총 4척으로 알려졌다.

우성마리타임측은 이 노선은 당초 선박 3~4척의 추가 투입이 마무리되는 이달말 주1항차로 확대서비스 시킬 계획이었으나 최근 용선선박을 구하기가 힘들어져 기존 격주간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FMX의 기항지는 샤먼-서커우-포트클랑-콜롬보-지부티-소크나-아시도드-하이파-알렉산드리아-지부티-포트클랑-샤먼 순이며 왕복 운항일수는 50일이다. 국내하주들은 서커우에서 환적을 통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물량증가세를 이어가는 유럽수출항로에 대한 올 전망에 대해 선사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선사관계자들은 이 항로는 본격적인 성수기시즌인 5월부터 10월까지 물동량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건은 선복확보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유가, 내륙운송비 등 물류비의 상승으로 운항 채산성이 하락해 이 항로의 올 수익은 지난해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 될 지도 모른다는 일부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와관련 선사 한 관계자는 “이 항로는 물량급증으로 인한 최근의 운임상승으로 운임수준이 3,4년전 호황수준으로 올랐지만 유가는 당시 보다 2배 이상으로 뛰었으며 항비나 내륙운송비 등 여타 물류비증가를 감안해 올 전체 예산을 따지면 작년의 적자를 겨우 면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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