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06 19:16
외항운송업, 환율 10% 하락하면 수입 9.9% 감소
환율하락으로 채산성 악화 예상
최근 원/달러 환율이 940원대를 기점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환율하락에 따른 선사들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외환위기 이전에는 800원내외를 유지했으나 외환위기가 발생한 다음해인 1998년에는 연평균 1,399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점차 하향 안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지난 2005년에는 연평균 1,011원에서 점차 하락해 2006년 4/4분기에는 평균 929원을 나타냈으며 연평균으로는 972원을 기록했다. 또 당분간은 935~940원의 범위에서 등락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경제전망 기관들의 2007년 원화 환율 전망자료를 보면 2006년과 비교해서 대체로 소폭 하락(원화가치의 평가절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금년 6월말을 기준으로 할 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달러당 954.54~959.67원으로 2006년 평균 대비 1.3~1.8% 하락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 전망치는 2006년말 실적치(929.60원)에 비하면 2.7~3.2% 높은 것이다.
또 세계 주요 해외투자은행들은 2007년 9월말 기준 원화 환율을 905~925원으로 예상하고 있어 대외경제정책연구원보다 다소 낮은 수준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민간 경제연구원 가운데서는 현대경제연구원의 예측치가 2007년 8월말기준 시나리오별로 817.2~925원/달러로 나타나 조사된 예측치 중에선 가장 낮았다.
이같은 주요 기관들의 2007년 환율 예측은 몇가지 전제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원화가 위안화, 엔화 등 주변국 통화들에 비해 이미 고평가돼 있을 뿐만아니라 향후 경상수지가 흑자에서 적자기조로 전환되고 아울러 북핵사태등으로 국내 자본유입은 축소되는 대신 자본유출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국제수지 동향을 보면 경상수지 중 서비스수지, 이전수지 등은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나 상품수지와 소득수지는 흑자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상품수지는 큰폭의 흑자를 나타내고 있는데, 2006년 11월에는 흑자규모가 사상최대치인 57억1천만달러에 달했다.
소득수지도 투자수입과 이자수입의 증가에 힘입어 최근에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1~11월중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59억5천만달러에 달했다. 자본수지는 2006년 1~11월중 증권투자수지 적자가 214억달러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차입, 무역관련 신용등이 증가에 따라 전체적으로 131억5천만달러의 흑자를 나타냈다.
이같은 외환의 초과공급 상태는 올들어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그 이유는 우선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선박, 철강제품, 반도체, 승용차 등의 수출호조가 향후에도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며 아울러 증권투자수지의 경우도 2006년에는 큰폭의 적자를 실현했으나 2007년에는 다시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민간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 의장 겸 하버드대 교수인 마틴 펠드스타인은 향후 10년간 달러가치가 20%가량 추가 하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상적자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의 축소를 위해선 달러화의 평가절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2005년중 7,915억달러를 나타낸데 이어 2006년 1/4~3/4분기중에도 6,559억달러를 기록했다.
원화 환율의 하락은 수입원자재의 가격을 하락시킴과 동시에 제품 수출가격도 하락시킨다. 따라서 원화 환율하락의 기업채산에 대한 영향은 수입원자재의 가격하락과 제품(서비스) 수출의 가격하락 효과의 상대적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다면 외항운송업의 환율하락에 따른 비용 및 수입 연관성은 어떨까?
이에 대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정봉민 선임연구위원은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외항운송업의 비용감소효과는 약 6.7%, 연안 및 내륙수상운송업은 0.3%, 수상운수보조서비스는 0.09%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히 외항운송업의 경우 연료유, 선용품등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편이며 그만큼 달러가치 하락의 비용감소효과도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달러화 가치하락은 수출제품의 원화기준 수입감소를 초래한다. 외항해운업의 경우 총산출에 대한 수출비중이 99.2%로 매우 높아 환율이 10% 하락하면 9.9%에 달하는 수입 감소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연안 및 내륙수상운송업의 경우 2.2%, 수상운수보조서비스는 3.7%의 수입 감소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화 환율하락의 비용 감소효과와 수입 감소효과를 비교해 보면 전자보다 후자의 감소효과가 크게 나타나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곧 외항운송업, 내륙수상운송업, 수상운수보조서비스업등의 산업군은 원화 환율의 하락이 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화가치의 절상에 비하면 주요 경쟁국 통화인 엔화, 위안화 등의 절상률은 상대적으로 낮아 일본, 중국 등의 기업들에 비해 한국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원화 환율하락은 수산어획을 제외한 대부분의 해양산업에 대한 채산성을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외항해운업은 운임이 달러로 표시, 결제되므로 채산성 악화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해양산업의 채산성 악화는 제품 및 서비스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원화 환율의 변동은 급격하게 나타나기보다 장기간에 걸쳐 완만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국제금융시장의 변화과정에서 기간별로 또는 주요 통화간에 환율변동이 불안하게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 연구위원은 따라서 기업들은 환율하락에 대비해 외환자산 또는 부채의 가치변동효과를 상쇄시키는 환헤지 전략을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북핵문제 등은 외환시장의 단기적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예상했다.
이와함께 미국의 악화되고 있는 경상수지 역조를 개선하기 위해 관세 및 비관세 보호조치를 강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즉 덤핑 등 지나친 가격경쟁보다는 품질과 서비스 개선 등 비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에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무역구조를 다변화하고 달러화 위주의 국제결제관행을 개선해 미국시장 및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역내의 경제협력을 강화해 미국 등 역외지역에 대한 무역의존도를 낮추고 역내 통화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기축통화(달러화 및 유로화)의 과도한 영향에서 벗어나는 방안도 필요하다. 달러화가치의 하향안정화 가능성에 대비해 달러 표시 채권비중은 축소조정하는 대신 부채비중은 높이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한편 자금운용에서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상품을 운용하는 투자방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 정 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제성장세가 궤도에 오를 경우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며 이 경우 엔화가치 상승으로 인한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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