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28 17:09
올 해운시장, 「컨」1천만TEU 시대 돌입 전망…공급초과 우려
해운동맹 폐지등으로 하주입지 강화 예상
●●●2007년 해운시장을 달굴 5대 키워드로 컨테이너선박량 1천만TEU시대 도래, 정기선사의 적극적인 운임회복 추진, 해운시장에서 선사 지위 약화 추세, 물류보안 및 그린포트운동 대세로 정착 그리고 글로벌 물류기업의 시장점유율 확대가 꼽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최재선 연구원은 ‘2007년 해운시장 5대 키워드’를 발표하고 이중 3대 키워드가 올 해운시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7년의 해운시황은 선사들의 운임회복 조치가 어느정도 가시화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단 물동량 증가세가 현저하지 않은 가운데 컨테이너 선박량이 1천만TEU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돼 공급초과가 우려된다고 했다. 또 유럽연합의 해운동맹 폐지가 눈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운임협상 등에서 하주들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주요 국가에서 컨테이너 화물검색을 강화하고 선박의 환경오염 예방을 위한 설비 수준을 높이는 추세라 이 점이 선사 경영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올초 선박량 1천만TEU 넘어서
올 초에 전 세계에서 운항되는 컨테이너선 선복량이 1천만TEU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컨테이너선대는 지난해 이미 900만TEU를 넘어섰으며, 과거에 대량 발주된 컨테이너선이 올 초 집중 인도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2006년 10월초 기준 컨테이너선은 3872척, 905만t으로 2006년과 2008년말 사이에 현재 선대의 50% 이상인 450만t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오는 2008년 세계 컨테이너선대는 1200만TEU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컨테이너선박량은 2001년에 500만TEU를 넘은 이후 5년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선박량 증가세가 2009년께에 어느정도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박과잉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주요 선사들이 최근 1만TEU급 극초대형선을 발주한 이후 추가적인 선박발주를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기선사, 운임회복 대책 적극 추진
2006년에 엄청난 손실을 기록한 글로벌 선사들은 비용절감과 운임을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선사들은 지난해 얻은 손실이 유가상승에 따른 운항원가 급등, 선박과잉에 따른 운임하락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이같은 문제해소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됐다.
선사들은 선박의 속도를 기존보다 2~3노트 낮추는 방법으로 연료비 지출을 줄이고 선박 과잉문제를 해소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선박의 속도를 기존의 23.5노트에서 20노트로 줄이게 되면 선사는 연간 1천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랜드얼라이언스의 경우 올 1월부터 8척으로 구성된 기존 서비스에 선박 1척을 더 투입하고 선박의 감속운항을 추진중이다. 이렇게 하면 선박당 운항일수는 늘어나나 선박이 추가 투입돼 서비스에는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감속 조치는 그랜드얼라이언스 뿐만 아니라 CMA CGM, CKYH 소속선사 등 거의 모든 선사들이 공통적으로 취하는 방법이다.
또 주요선사들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운임을 인상하는 한편, 하주와의 운임협상에서도 작년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태평양항로운임안정화협정(TSA)이나 구주운임동맹(FEFC) 등은 2007년에 단계적으로 운임을 인상할 방침이다. 540척이 넘는 컨테이너선을 운항하고 있는 머스크라인(Maersk Line)도 거의 전 항로에서 운임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한편 선사들은 선박과잉에 대한 지나친 우려 때문에 2006년에 하주와의 운임협상에서 실패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이에따라 올 운임협상에서는 운임을 제대로 받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 선사들은 서비스 개편이나 선사간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과당경쟁을 줄여나가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머스크라인의 경우 물동량이 적은 일부 항로의 서비스를 폐지하거나 통합하는 한편, 최근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는 아시아-아프리카 서비스를 개설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물동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아시아-지중해·중동항로에 신규서비스를 개설하는 선사도 늘고 있다. 중국의 코스코(COSCO)와 차이나쉬핑(CSCL)은 자국 연안 컨테이너 운송사업부문에서 서로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최근에 밝힌 바 있다.
◆해운시장에서 선사 입지 약화 추세
최근 유럽연합이 2008년에 해운동맹을 폐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올 선사와 하주사이의 관계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세계물류 환경이 크게 변함에 따라 해운시장의 주도권이 점차 하주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해운시장에서 선사의 지위가 하락하기 시작한 것은 신조 발주한 선박들이 대량으로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한 2005년초부터라고 평가되고 있다. 당시 선박량이 물동량 증가율보다 평균 2~3% 정도 앞설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선사들은 대형하주들과의 운임협상에서 주도권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함께 하주들은 유럽연합의 해운동맹 폐지 결정으로 앞으로 선사와의 거래에서 보다 대등한 관계를 설정할 수 있게 됐다고 예상됐다. 세계하주포럼(GSF)은 그 동안 선사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컨테이너화물을 볼모로 잡고, 가격 담합행위를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번에 추진되는 해운동맹 폐지를 계기로 선사들의 부당한 운임요구에 단호하게 대처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주요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선박 톤세제도 폐지해야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어 2007년에는 선사의 입장이 더욱 곤혹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선박톤세는 선사에 대해 세제상의 혜택을 주기 위해 유럽 등 주요국가에서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에 도입된 선박 톤세제를 3년마다 유효성을 평가해 존치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독일 등 유럽지역에서도 이 제도에 대한 폐지 논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선박 톤세제 페지 문제는 독일뿐만 아니라 인접국인 노르웨이까지 불똥이 튀었는데 노르웨이 전 재무성 장관은 최근 브뤼셀의 한 해운포럼에서 해운산업에 부여되고 있는 각종 혜택이 철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류보안·그린포트가 대세로 정착
2001년 이후 강화되기 시작한 물류보안이 2007년 들어서도 여전히 위세를 떨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13일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항만보안법(Safe Port Act)을 공포했다. 항만보안법의 가장 큰 특징은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지금까지 취해온 대량살상무기 차단과 테러예방 등 거의 모든 조치가 망라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법률에는 미국 수입컨테이너 화물에 대한 100% 사전검색 ‘시범사업’ 규정이 들어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이 규정에 따라 우리나라의 부산항(감만 터미널)을 포함해 세계 6개항만을 선정, 미국행 화물에 대해 전량 검색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11월 중간선거에서 상하 양원을 장악한 미국 민주당은 2008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국의 물류보안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어 ‘미국발 물류보안’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 하원은 최근 세계 모든 항만과 공항에서 컨테이너 ‘100% 사전검색’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항만의 대기오염 저감정책도 선사입장에서는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LA 및 롱비치항만이 있는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모든 입항선박에 대해 1.5% 저유황 선박연료유 사용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캘리포니아는 2005년부터 항만의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항계 진입선박에 대해 저속 운항을 권장하고 있는데, 저유황 선용유 의무화는 이에 이은 두 번째 조치다.
캐나다 밴쿠버항만도 선박이 청정연료를 사용하는 경우 항만비용을 줄여주는 계획을 시행할 방침이다. 항만당국은 오는 4월부터 청정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에 대해서는 3등급으로 나눠 항만이용료를 적게 부과하고, 그렇지 않은 선박은 요율을 인상할 계획이다. 또 캐나다는 10년 이내에 항만에서 사용하는 선박연료유의 유황함량은 1.5~0.5%로 줄이는 한편, ‘북미 해역 황산화물 배출 통제지역’을 설정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글로벌 물류기업 시장점유율 확대
2007년 세계 컨테이너터미널업계는 허치슨, APMT 터미널, PSA 그리고 디피월드라는 ‘4강체제’ 구축이 예측되고 있다. ‘빅4’의 시장 점유율과 물동량 처리실적이 다른 업체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4대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TO)의 2005년 시장 점유율은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처리한 물동량은 1억6920만TEU에 달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화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유럽 등 주요 기간항로지역에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시장지배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4대 GTO 가운데 최상위 대열에 올라있는 중국계 허치슨포트홀딩스는 2005년에 5천만TEU를 처리해 거대기업으로 등장했다. 또 4대 GTO들은 신흥시장인 인도 및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의 터미널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 시장점유율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컨테이너 운송시장도 소수의 유럽 및 중국계 메이저선사의 과점체제가 더욱 고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머스크라인 및 MSC, CMA CGM, 하파그로이드 등 세계 5위안에 들어있는 유럽계 선사들의 선박량은 전체의 33.2%를 차지하고 있다. 20위권 안에 속해 있는 선사까지 합칠 경우 유럽계 선사의 비중은 45%까지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유럽계 선사들이 앞으로도 선박을 꾸준히 확보, 과점체제를 더욱 심화시킬 전망이라는 점이다. 이 선사들은 1990년 이후 인수합병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을 뿐만 아니라 초대형선 발주를 주도하면서 선대 규모를 더욱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비해 우리나라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보유한 선박은 모두 118척(수송능력 48만TEU)으로 전세계 비중이 4.4%에 불과한 실정이다. 참고로 중국의 코스코와 차이나쉬핑이 운항하는 선박은 222척(수송능력 72만TEU)으로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앞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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