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복량기준, 유럽선사 6곳이 42% 차지
●●● 최근 들어 글로벌 컨테이너선 시장의 과점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상위 20위권 선사들이 세계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7월 73.3%에서 올해는 82.8%로 1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 1년동안 컨테이너선사들의 잦은 인수·합병(M&A)을 비롯해 대형선사들의 초대형선 발주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으로 상위 20위권 선사들의 선복증가량은 185만TEU를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2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이다.
◆‘초대형선발주·M&A’ 과점화 촉진
상위권 선사들의 과점화 요인중 하나로 초대형선 발주량의 대폭적인 증가를 꼽을 수 있다. 7월 기준 20위권 선사들의 발주량은 300만TEU를 넘어서고 있어 머지 않아 이 선사들의 운항선대는 1천만TEU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1만TEU급 초대형컨테이너선(ULCS) 발주가 이같은 과점화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이 1만3천TEU급 초대형선 수주를 진행하면서 급격한 선형 확대가 이뤄졌는데, 지난달 24일엔 한진해운이 1만TEU급 5척을 삼성중공업에 발주한 바 있다. 또 머스크라인은 지난 8월12일 1만1천TEU급 세계 최대 컨테인선 엠마 머스크(Emma Maersk)호를 진수한 바 있다.
발주량과 함께 잦은 M&A도 과점화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8월 덴마크 선사인 A.P묄러-머스크(A.P Moeller-Maersk)는 영국의 피앤오네들로이드(PONL)를 인수하면서 선복량이 50만TEU 이상 늘어났다. 독일 하파그로이드(Hapag-Lloyd)는 모회사인 TUI가 지난해 10월 영국·캐나다 선사인 CP쉽스를 인수함에 따라 20만TEU의 선복량 증가와 함께 세계 5위 선사로 도약했다.
이밖에 프랑스 CMA-CGM은 지난해 9월 볼로레 그룹 해운부문인 델마스(Delmas)와 OT아프리카라인등을 인수하면서 선복량이 5만7천TEU 증가했다. 독일 함부르크수드(Hamburg Sud)는 지난 6월 러시아 페스코(Fesco)사의 호주·뉴질랜드-아시아 항로 부문인 FOML을 인수, 1000~1750TEU급 9척과 하반기 인도예정인 2750TEU급 2척을 자사선대에 편입했다.
이같은 선사들의 이합집산에서 눈에 띄는 점은 PONL과 CP쉽스등이 다른 나라 선사에 합병되면서 영국은 전통 해운국에서 하주국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과거 미국의 시랜드(Sea-Land Service)가 머스크에 넘어가면서 미국이 주요 선사순위에서 사라진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또 싱가포르 선사인 PIL(Pacific International Line)과 대만 완하이라인(Wan Hai Lines)은 상위권 선사가 합병으로 사라지면서 20위권으로 진입하게 돼 M&A의 수혜자로 지목되고 있다.
◆亞 선사 13곳이 유럽 6곳 ‘못 이겨’
선사 과점화의 큰 특징은 유럽선사들의 선복량 증가가 단연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상위 20위권에 PIL과 완하이라인이 진입하면서 아시아선사는 총 13곳이 20위권에 포진해 있는 반면 유럽선사들은 머스크라인과 스위스 MSC를 비롯해 6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20위권 선사들의 선복 점유율에선 이들 유럽선사들이 417만6921TEU로 51%를 차지, 아시아 선사들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시아 선사들은 376만9059TEU로 46%를 점유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선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23%까지 확대된 영향이 크다. 작년 이후 중국의 코스코(China Ocean Shipping)와 차이나쉬핑(CSCL)등의 선대확충을 비롯해 완하이라인이 20위권내로 진입하면서 중국선사들의 선복량은 19%이상 증가했다.
반면 NYK(Nippon Yusen Kaisha), MOL (Mitsui O.S.K. Lines), 케이라인(Kawasaki Kisen Kaisha) 등 일본 3대선사는 7%의 선복량이 증가했으나 20위권에서의 점유율은 11%에 그치고 있다.
세계 컨테이너선 시장의 점유율에선 유럽 선사 6곳이 42%를, 아시아 선사 13곳이 38%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세계 컨테이너선 시장의 과점화 양상은 어떻게 진행될까?
이에 대해 KMI 김태일 연구원은 최근의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 과점화 현상은 최근 2~3년간보다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선사들이 고유가에 따른 연료유 상승 및 발주경쟁에 의한 투자증가 등으로 비용상승 압력을 받으면서 M&A에 나설 만큼 자금 여력이 크지 못하다는 분석에서다. 지난해 대형 M&A 건을 터뜨린 바 있는 머스크도 운영비용이 크게 증가해 상반기 수익이 30% 가량 감소한 것을 비롯해 올 예상치도 20% 낮춰잡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선대확충의 경우도 이미 초대형선 발주량 증가에 따라 해운시장의 과잉공급 우려가 지배적이어서 향후 선사들의 발주량 증가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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