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1-20 13:30
“많아도 너무 많다”…호불황 갈림길 직면
2005년 11월 현재 발주량 430만TEU 넘어
올 운임 작년대비 25% 하락 예상…선사간 M&A 부추겨
컨테이너 서비스를 하는 정기선사들이 최근 감지하고 있는 것은 해운시황이 새롭게 전개될 것이며 전에는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2006년 해운시장은 호재보다는 악재가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선사들은 해운경기가 곧 호불황이 교차되는 갈림길을 만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실 2002년 말부터 촉발된 해운시장의 상승기조는 지난해 8월부터 둔화됨에 따라 올 해운경기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해운경기는 지난해 6월 주요 원양항로에서 운임상승세가 꺾인 이후 용선지수도 3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 선사들은 다소 어두운 시황전망을 바탕으로 2006년도 매출 및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많은 선사들이 작년대비 25%의 운임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2007년에도 10~15% 운임하락을 전망했다.
마리타임아시아(Maritime Asia)紙에 따르면 지난해 중반부터 시작된 운임하락은 4분기에 더욱 가속화됐다. 이에 따라 아시아-유럽항로에 형성된 최저 운임은 TEU당 900달러로 심리적으로 중요한 마지노선인 1,000달러 경계가 2002년 이래 처음으로 무너졌다. 태평양항로의 경우 최저운임이 1,550달러로 형성돼 있다.
선사들을 불황의 늪으로 몰아가는 요인에는 물류비를 상승시키는 여러 악조건뿐 아니라 2008년까지 예고돼 있는 고가 초대형 신조선들의 대량 투하도 큰 몫을 차지한다.
◆머스크, 올해는 아시아선사 ‘눈독’
한편 전문가들은 해운시장의 환경변화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최근 들어 해운시장이 ‘과점 체제’로 크게 재편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덴마크 머스크씨랜드(Maersk Sealand), 프랑스 CMA CGM, 독일 하파그로이드(Hapag Lloyd) 등이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웠으며 이에 맞서 선사 얼라이언스도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시장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 코스코(COSCO), 차이나쉬핑(China Shipping Container Line) 등 중국의 2대 국영선사가 크게 늘어난 선대를 발판으로 시장 지배력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도 선사간 합병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조선의 대량투입으로 시장 선복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이러한 요인이 선사들의 합병현상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양밍라인(Yang Ming Line)이나 중국 선사들도 향후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양밍의 경우 인수합병보다는 얼라이언스 강화를 통한 선복증강에 더 큰 매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의 코스코와 차이나쉬핑도 인수전에 참가할 후보반열에 오르고 있으나 지금까지는 신조선 확보를 통한 선대확충을 더욱 선호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형선사 위주의 인수합병은 1차적으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으며 앞으로는 아시아와 우리나라의 소규모 선사가 목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난해 피앤오네들로이드(P&O Nedlloyd)를 인수합병함으로써 업계 최대 이슈를 남기며 메가캐리어로 등극한 머스크씨랜드가 올해도 기업 인수합병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머스크가 피앤오 인수에 연이어 두 번째 대형 인수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정확히는 아시아의 한 선사를 원하고 있다. 머스크가 인수를 원하는 아시아 선사는 태평양항로 서비스에서 인정받고 있는 선사로 알려진다.한국선사도 이에 예외일 순 없다는 관측이다.
◆공룡선사 시장지배에 ‘설왕설래’
이와관련 OOCL(Orient Overseas Container Line)의 씨씨 텅(CC Tung) 회장은 지난해 상하이에서 개최된 세계해운정상회의(World Shipping Summit)에서 ‘머스크씨랜드는 최근 해운업이 직면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자체 선복량을 줄일 것’을 요청했다. 머스크는 피앤오 인수로 총 550척의 컨테이너 선박을 보유하게 돼 공룡선사로 부상함에 따라 업계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이와는 반대로 차이나쉬핑의 리커린(Li Ke Lin) 회장은 “머스크가 몇몇 항로에 대해 큰 영향력을 미칠만한 선복량을 점유하게 된다고는 해도 그것이 곧 시장에 대한 지배나 독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아무리 많은 선복량을 운영한다 해도 그들이 아시아-유럽항로나 태평양항로를 지배하지는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만일 업계 전망대로 머스크가 또 다른 선사를 인수하게 되면 보유 선복량이 시장의 25%를 넘는 엄밀한 의미의 진정한 거대선사로 거듭나게 된다.
이와관련 한 선사 관계자는 “이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곧바로 시황급락이 이어질 것이다. 나머지 선사들이 운임조정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아시아-유럽항로의 운임이 900달러보다 더 낮게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태평양항로의 경우 운임이 다소 견고히 유지되고 있지만 호주항로는 급격히 시황이 떨어지고 있으며 아시아근해항로도 시황이 기울고 있다”며 “이러한 원인은 알다시피 선복량 과잉에 있다”고 말했다.
CI(Containerisation International)紙에 따르면 신조선 발주 및 인도가 줄을 이은 가운데 지난해 11월 컨테이너선의 발주현황은 최근 3년간을 통틀어 최저치를 기록, 14척의 계약이 성사됐다. 총 발주 선복량은 31,936TEU다. 이 기록은 지난 2002년 11월 이래 월간 컨테이너선 발주량으로선 최저치다.
◆포스트 파나막스 발주가 ‘절반넘어’
그러나 발주량이 하락세로 반전된 사실도 크게 놀랄만한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최근 몇 년 간 발주량 폭주로 2005년 11월 현재 오더북이 430만TEU가 훨씬 넘는다. 이에따라 조선소는 점차 신조선가를 높은 가격에 계약하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이렇듯 향후 선복과잉이 예견됨에 따라 정기선사들은 향후 3년간을 대비해 수익성이 나올만한 시장에 선복을 투입하는 전략 짜기에 고심하게 될 전망이다.
발주량이 눈에 띄게 많은 선박사이즈는 주로 포스트-파나막스(Post-Panamax)급 선박들로 5천TEU가 넘는 이 급수 선박은 무려 320척 이상이나 발주됐다. 총 선복량은 236만TEU로 글로벌 오더북의 55% 정도를 차지할 정도다.
차이나쉬핑도 포스트-파나막스급 선박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이 선박들을 동서항로에 투입해 선복을 증강시키고 있다. 이 선사는 점보 사이즈인 9,580TEU의 선박도 오는 8월부터 인도받아 항로에 투입시킬 예정이며 2007년과 2008년 사이에도 8,530TEU 선박 5척을 인도받는다.
이같이 차이나쉬핑은 선복증대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전망이며 늘어난 선대를 통해 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기선업계는 중국선사 차이나쉬핑이 갖고 있는 잠재적 성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2005년 11월 통계에 따르면 이 선사는 용선 및 사선의 보유척수가 141척이며 특히 상위 10위권 선사들 중 보유 선박의 신조선 비율이 가장 높다.
피어스마리타임 리서치(PIERS Maritime Research)의 통계에 따르면 차이나쉬핑은 지난해 1~9월간 태평양항로에 많은 투자를 했다. 이에 따라 태평양 수출항로에 대해 시장점유율이 4.9%에서 5.5%로 증가했다. 특히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미주항로의 시장점유율은 전년의 5.5%에서 지난해 6.13%로 증가했다.
아울러 이 선사는 올해도 선박투자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선사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 말하고 있는 해운시장의 선복과잉 현상에 대해서 우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서비스에 비해 운항 선박이 아직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며 “글로벌 공급량은 올해도 15%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물량은 공급량을 더욱 초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신조선가가 매우 높지만 올해 선박 공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발주건수는 적을 것이고 곧 신조선가는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이다. 올 하반기가 신조선 발주에 좋은 시기라고 보고 이때 다양한 급수의 선박을 주문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차이나쉬핑, “무슨 소리?” 물량낙관…올해도 선박투자 집중
특히 리커린 회장은 “올해 해운경기가 본격적으로 하향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누구는 경기침체를 또 누구는 올해도 경기가 여전히 좋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 중 어느 것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어쨌든 중국 및 글로벌 해운경기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임은 분명하며 올해도 신조선이 대량 투입될 것”이라며 “올해 시황이 좋다거나 나쁠 거라고 전망하는 것은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전체시황 보다는 항로별로 분석을 해야 하며 수요와 공급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만 정확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선사들이 포스트파나막스급 선박들을 대량으로 발주함에 따라 앞으로는 선사들이 서브(sub)-파나막스급 선박발주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더북에 올라온 총 1,140척의 선박중 2천TEU급 이하는 400척뿐이다. 총 발주선복량은 46만9천TEU로 지난 2004년 11월 이 급수의 발주량 점유율(8.4%)대비 2.5% 증가한 10.9%만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2005년 7월 이후로 포스트파나막스급 선박은 단 한척도 발주되지 않은 반면 서브-파나막스급은 55척의 발주계약이 이뤄졌다.
‘CI-online’에 등록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운항중인 컨테이너선중에 2천척이 2천TEU급 이하인 서브-파나막스급에 속하며 총 선복량은 196만TEU로 전체 운항선박의 24%를 차지한다.
◆2천TEU이하 피더선 발주도 증가
흥미로운 사실은 이 급수 선박들 중 13% 이상이 25년 이상 먹은 노후선이기 때문에 가까운 장래에 해체 처리될 운명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포스트-파나막스급 선박이 대량 인도됨에 따라 이들 피더선에 대한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게다가 아시아-중동항로 등 비교적 마이너항로에서 새 서비스가 많이 개설됨에 따라 이들 서브-파나막스급 선박에 대한 요구가 더 커지고 있다.
2005년 11월중 선박발주 기록에 따르면 국내선사 한진해운은 삼성중공업에 4,300 TEU급 선박 4척을 발주했다. 이 선박들은 오는 2008년에 인도될 전망이다. 이 신조선들의 선가는 각각 6,380만달러다. 한진해운측은 이 급수와 동일한 선박 4척의 추가 발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현재 용선선박을 포함해 14척의 선박을 발주 중에 있다. 이중 8척이 포스트-파나막스급인 6,500TEU다. 현대중공업에서 건조되고 있으며 2006년 9월과 2008년 2월 사이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 선박들은 한진해운이 속한 선사동맹 CKYH 얼라이언스의 서비스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계 조선사인 JJ 시에타스(JJ Sietas)는 168타입 피더선 2척을 수주 받았다. 최근에는 독일계 선주사인 페트라 하인리히(Petra Heinrich)와 윌리프레드 램보우(Wilifred Rambow)로부터 868TEU급 피더선 건조를 수주 받았다. 건조가는 공개되지 않았다. CI-online의 데이터에 따르면 시에타스는 현재 인기 있는 168타입 피더선의 경우 24척의 수주잔고가 있다. 피터 될레(Peter Doehle), 팀 라인(Team Lines), 리데레이 하인즈-조르쥬 보주(Reederei Heinz-Georg Voge)등이 이 피더선들을 발주한 선주사들이다.
한편 신조 컨테이너선이 지속적으로 선사에 인도됨에 따라 지난해 11월 총 17척의 신조선박이 정기선항로에 투입돼 총 60,636TEU의 선복이 추가됐다. 2005년 12월 1일 통계에 따르면 세계 컨테이너시장에서 운항중인 선박은 8백만TEU다.
MSC, CMA CGM, 하파그로이드 등 상위권 선사들은 일제히 8천TEU급 이상 대형선을 아시아-유럽항로에 투입시켜 눈길을 끌고 있다.
◆선사들, 亞-유럽항로 ‘대형선으로 물갈이’
독일계 메이저 선주인 클라우스 피터 오펜(Claus-Peter Offen)社는 9,200TEU급의 시리즈 선박 8척 중 세 번째 선박을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인도받았다. 이 선박은 스위스선사 MSC가 장기로 용선한 ‘MSC 브뤼셀(MSC Bruxelles)’호로 아시아-유럽항로 실크 익스프레스(Silk Express) 서비스에 투입됐다.
CMA CGM은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8,500TEU급 선박 8척 중 첫 번째 인도된 선박을 프렌치 아시아 라인(French Asia Line. FAL) 서비스에 배치시켜 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신조선박은 ‘CMA CGM 오델로(CMA CGM Otello)’호로 오는 2007년 초까지 인도가 마무리되는 8척의 오페라 시리즈 선박 중 첫 번째 인도된 선박이다. 8척의 시리즈 선박들은 기존에 6,500TEU급으로 운영중인 아시아-유럽항로의 NCX(North China Express) 서비스에 대체 투입될 예정이다.
하파그로이드도 선박투자를 지속해나가고 있다. 이 선사는 그랜드 얼라이언스(Grand Alliance.GA) 가입선사로 최근 8,750TEU급 교토 익스프레스(Kyoto Express)호를 인도 받았다. 이 수퍼 포스트-파나막스급 선박은 8척의 시리즈 발주 선박 중 두 번째 인도된 것으로 그랜드얼라이언스의 아시아-유럽항로 루프D 서비스에 투입됐다.
파나막스급 부문에선 머스크씨랜드가 선주사 칼 슐터(Karl Schulter)로부터 4,900TEU급 ‘머스크 대번포트(Maersk Davenport)’호를 용선했다. 이 선박은 한진중공업이 건조한 것으로 머스크에 8년간 장기 용선돼 아시아-유럽항로의 AE8 서비스에 투입됐다. MSC도 4,860TEU의 파나막스급 선박 ‘MSC 로잔(Lausanne)’호를 선주사 게밥(GEBAB)사로부터 용선했다. 이 선박은 대우 망갈리아(Daewoo Mangalia)에서 건조된 것으로 10척의 발주 선박 중 처음으로 인도된 선박이다. MSC는 10년간 장기 용선한 이 선박을 아시아-지중해항로의 타이거 서비스에 투입했다.
대만의 완하이라인(Wan Hai Lines)은 태평양항로의 CTP서비스에 최근 4,250TEU급 ‘완하이505(Wan Hai 505)’호를 투입하는 등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추진 중이다. 이 파나막스급 선박은 카오슝에 위치한 CSBC(차이나 조선소)에서 건조됐으며 9척의 발주 선박 중 4번째 인도됐다. 이 시리즈 선박들은 오는 2008년 5월까지 인도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한편 선박매매시장에서는 서브-파나막스급 선박 4척만이 매매가 성사됐다. 이중에는 1992년 건조된 1,388TEU급 ‘크리스틴(Christine)’호가 있다. 이 선박은 최근에는 선명을 고쳐 마루바 코토팍시(Maruba Cotopaxi)로 운항돼왔다. 이 선박은 2천만달러에 미공개 유럽 바이어에 팔렸으며 마루바(Maruba CLAN)사에 일일 용선료 16,250달러로 21개월간 용선됐다.
1996년 건조된 피더선박 ‘제마트란스 파이어니어(Gemartrans Pioneer)’는 한 미국 바이어에 1200만달러에 매매됐다. 이번 매매는 2008년 5월까지 기한된 용선계약도 이뤄졌다. 11월중 해체 선박은 한척도 없었다.
<박자원 기자>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