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07 17:20
EU확대와 세계화를 통해 독일이 세계최대의 물류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작년 독일의 물류시장은 1500억유로로 추산되며, 전체 종사자의 수는 약 265만명으로 독일의 대표적인 산업인 건축, 기계산업종사자보다 많은 독일인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뿐만 아니라 물류산업의 붐으로 향후 추가적으로 50여 만명의 추가 고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돼, 11.2%(9월 현재)의 고실업율로 신음하고 있는 독일 고용시장에 단비를 내릴 분야로 전망된다.
1990년말까지만 해도 네덜란드, 벨기에, 영국 3개국이 소위 물류 3국으로 불렸다. 특히 ARA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안트워프) 3개 도시는 물류의 중심도시로 유럽 수입물량과 유럽에서의 수출물량의 중심지로 물류센터를 구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소위 물류의 핵심지대인 ARA지대가 천천히 독일방향으로 동진하고 있다. 독일의 함부르크, 브레멘, 뒤스부르크를 비롯 내륙으로 물류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물류회사인 VOS사는 네덜란드가 아닌 독일 GOCH에 총 1.5헥타르 규모의 물류창고건설에 1000만유로를 투자했다.
유럽물류중심이 동진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 이유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독일이 지정학적으로 통합EU의 중심지가 된 것을 들 수 있다. 2004년 5월 1일부로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10개 국가가 EU에 추가 가입하고, 기존 EU국가들과의 교역량이 증가함에 따라 기존의 해운운송외에도 내륙 운송이 증가하였으며, 지정학적으로 통합EU의 중심에 있는 독일로 그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둘째, 세계 수출 1위, 수입 2위의 독일 자체에 대한 매력때문이다.
금년도 독일의 수출은 달러화로 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총 무역액은 1조 8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기계, 자동차, 설비, 석유화학제품, 전자부품, 자동차부품물류, 섬유, 원자재, 전자제품 등 엄청난 물동량을 소비 수출하는 국가가 독일이다. 물류축이 동진함에 따라 기존의 네덜란드, 벨기에의 항구 및 물류회사를 이용하던 독일기업들이 자국내 물류기지를 구축하고, 독일지역내의 물류회사를 운영하는 등 시간이 갈수록 독일 자체내의 물류기지화는 가속도를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DHL, DANZAS를 보유한 세계최대의 물류회사인 도이체 포스트의 매출액은 조만간 520억유로(한화 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외에도 최근 경제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유럽중앙의 8200만의 인구를 가진 독일은 유럽 최대의 내수시장으로 많은 유럽기업들이 유럽전진기지를 독일로 이전하고 있다.
셋째, 독일은 물류 관련 세계최고의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것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독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가장 대표적인 것 중에 하나가 속도 무제한의 아우토반이다. 총 연장 2만km에 총 구간의 60%가량이 속도 무제한으로 운영되고 있는 독일 고속도로는 유럽 최고의 물류 대동맥이다. 2004년까지 무료로 이용되다가, 2005년 1월부터 12톤이상의 대형 화물차의 경우 이용료를 납부하고 있다. 아우토반을 통과하지 않으면, 러시아,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의 주요 동구권국가들은 내륙으로는 프랑스, 스페인, 베네룩스 국가로 운송이 불가능한 상태다.
또 총 연장이 1천km가 넘는 라인강과 독일의 주요하천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주요한 물류운송로이다. 북해에서 유럽 내륙까지 이르는 물량의 많은 부분이 운하를 통하여 이동되고 있으며, 라인강의 대부분이 독일 내륙지역을 관통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라인강 내륙항구인 뒤스부르크등 독일의 항구도시들이 물류센터로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세계최대의 화물운송기차선로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총 연장 4만km에 이르는 독일의 기차선로 역시 단순하게 독일의 화물운송로가 아닌 유럽의 운송대동맥이다. 독일을 지나지 않고는 동서 유럽간의 물류이동은 없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독일은 또 물류관련 세계최고의 기술 보유국이다. 독일의 물류기술 및 설비 수출은 총 69억유로를 기록하여, 2위 일본의 40억유로, 3위 미국의 30억유로를 합친 수출금액에 맞먹고 있다. 물품분류, 바코드인식, 컨베이어 벨트, 고효율 첨단창고 등에 관한 한 독일의 기술 인프라 역시 물류축 이동에 간접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류중심의 이동의 구체적인 조짐
네덜란드 물류대기업 VOS의 독일내 물류거점 건설을 비롯하여, DHL은 벨기에에서 주 거점을 라이프찌히로 옮기고 있다. 이외에도 UPS는 쾰른 거점을 총 1억 3천5백만달러를 투자하여 확장하고 있으며, 브렌멘 항구는 총 연장 1.7km의 부두를 증설중이다. 쉥커, GLS, IDS는 지금까지의 독일 남북연장 물류서비스를 동유럽과 서유럽을 축으로 한 물류서비스로 전환중이며, 그 중심에 독일 중심인 카셀(KASSEL)을 주요 거점으로 사용할 계획이다.IKEA의 경우 총 77헥타의 부지를 크루프(KRUPP)사로부터 매입하여 가로 750미터, 세로 150미터의 거대한 유럽 물류창고를 건립하여 총 177개 유럽내 IKEA매장에 공급할 계획으로 독일이 물류중심지로 변모해 가고 있는 조짐은 많은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 유럽본부를 설치했던 대기업들은 물류의 편의성, 시장 등의 이점이 있는 독일로 거점을 이전했다. 노동경직성과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업들이 독일로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물류의 중심지의 이동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처방법으로 보인다. 독일에서 단일규모로 가장 큰 정비소는 ATU, PITSTOP이 아닌 브레멘의 물류창고 운영회사인 BLG이다. BLG의 경우 연간 32만대의 자동차를 하역 운송하는 업체로 차량 정비업과는 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연간 32만대의 차량은 장기간의 해운운송으로 인하여 가드제거, 운송중 생긴 잔고장 등을 독일 현지에서 처리하여야 하고, 이를 위하여 총 400명 규모의 정비소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 단일규모의 최대 세탁소 역시 운송회사인 마이어마이어(Meyer Meyer)가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중국, 베트남 등 동아시아에서 수입되는 의류를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다. 자동차에서와 마찬가지로 8,000~12,000km에 달하는 긴 항해중에 대부분의 수입의류는 구김이 심하다. 이러한 구김과 운송중 발생한 얼룩 등을 제거하기 위해 이 회사는 총 450명을 세탁과 다림질 인원으로 고용하고 있다.
위의 예에서 볼 수 있듯 독일의 2차산업분야가 동구권 및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는 가운데, 물류산업관련 신규고용은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물류 붐을 활용할 경우, 신규 고용창출이 52만명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의 물류산업의 붐은 현재 시작된 단계로 볼 수 있으며, 향후 독일 산업중 가장 탄력을 받을 분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물류의 중심축 이동은 단순히 EU 확대를 통하여 자동적으로 동진한 것이 아니라, 지난 100년간 물류 인프라에 끊임없는 투자를 아끼지 않은 독일의 잠재적인 힘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