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2-07 12:54
대형 물류기업들, 동유럽에 제2의 물류센터 속속 설치
작년 5월 1일 유럽연합(EU)이 중부 및 동유럽 8개국을 포함해 사이프러스와 몰타 등 10개국을 새로운 회원국으로 받아들인 이후 동유럽의 물류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옛 러시아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의 영향권에 들어있던 체코공화국, 에스토니아, 헝가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슬로바크와 슬로베니아 등의 경우 유럽연합의 물류지도를 다시 그려야 할 정도로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이 지역에 대한 상품 흐름이 확대되면서 범유럽 물류센터가 재편되고 있고 국경통과절차의 간소화 및 무역절차의 개선이 이같은 변화를 이끄는 동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경 철폐에 따라 물류시간 단축돼
최근 발간된 아메리칸 쉬퍼에 따르면 유럽연합 확대이후 이 지역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의 하나는 국경이 철폐됨에 따라 물류시간이 크게 단축된 점을 들 수 있다.
폴란드에 활동하고 있는 쉥커 로지스틱스 및 포워더 그룹 고르스키 회장은 “과거에는 피크타임에 트럭이 국경을 넘기 위해선 적어도 3일정도는 기다려야 했으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면서 이로인해 트럭의 경우 운항효율이 최고 30%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국경통과 시간의 단축 뿐만아니라 무역절차도 대폭 간소화돼 현재 폴란드에서 인근 국가로 상품을 운송하는데는 이틀밖에 걸리지 않으며 기존의 유럽연합 지역까지 가는데도 3일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물류전문가들은 동유럽 물류기업들이 기존 유럽연합 국가들의 물류 관행을 따라 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세계 굴지의 다국적 물류기업의 경우 대부분 지금까지는 유럽시장에 상품을 배송하는데 최적지라고 알려진 네덜란드나 벨기에 지역 물류센터를 설치·운영해 왔다.
유럽연합 확대이후 이같은 물류센터의 운영에도 변화가 일어나 대형 회사들은 지역분권화 전략을 추진하면서 동유럽지역에 제2의 물류센터를 설치하거나 설치를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이같은 기업의 상당수는 통합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한 폴란드에 물류센터를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데, 퀴네앤드나겔(Kuehne+Nagel)의 경우 동유럽과 발트해 지역에 있는 두 곳의 물류센터를 상호 보완하면서 운영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폴란드에 물류센터를 설치해 발트해 지역의 화물 배송업무를 담당하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동유럽 국가 가운데 특히 폴란드가 물류기업 등으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이 지역 국내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고 외국인의 직접 투자가 다른 국가에 비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함께 폴란드는 인건비가 비교적 저렴하고 고급인력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및 발트해 국가 등으로의 접근성이 뛰어난 한편 정보 통신 인프라가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는 것이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편 동유럽국가의 유럽연합 편입으로 독일 함부르크 항만은 지난 1989년 베를린 장벽 철거이후 또다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이 항만은 1989년 이전에 유럽의 동북부에 위치한 변방 항만에 지나지 않았으나 현재는 유럽 주요 항만 가운데 신입 회원국 8개국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점이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항만 마케팅 담당책임자인 소젠프라이는 “지난해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 700만TEU 가운데 1/3정도가 동유럽지역 화물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고 “향후 이 지역의 물동량 증가세에 대비하기 위해 엘베강까지의 접근로를 개선하는 등 항만 인프라 개선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함부르크 항만이 동유럽 신흥시장의 물류 거점항만으로 부상되고 있는 이유는 이들 지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 이외에도 발트해 연안 항만들의 경우 비교적 규모가 작고 자국의 화물을 주로 처리하고 있는데 따른 반사적 이익도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예컨대 발트해 항만중에서 가장 크다는 폴란드 그딘니아의 경우 연간 처리할 수 있는 컨테이너물동량이 5만TEU에 지나지 않아 함부르크 항만의 인프라를 넘볼 수 있는 처지는 아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러시아의 세인트 페테레스브르크 항만의 경우 앞으로 10~15년이후 이론적으로 경쟁항만으로 떠오를 수 있으나 발트해에서 항만 터미널까지 오는 항로 수심이 10.5m에 지나지 않아 대형선 입항이 불가능하고 선박이 편도로 운항할 수 밖에 없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함부르크 항만의 경우 피더 서비스 망이 잘 발달돼 있어 발트해 지역으로 노선을 연장하게 되면 500~700TEU 선박이 하루에 적어도 2~3차례 운항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동유럽 국가가 유럽연합의 새로운 회원국으로 가입한 지 9개월이 흐른 지금 물류분야에서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사회·경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회·경제적 해결과제 산적
우선 동유럽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직접 투자를 하는데 있어 가장 큰 매력의 하나로 꼽히는 것은 인건비가 더 비싸지 않다는 점인데, 폴란드와 체코의 경우 이미 근로자 임금이 상승하고 있고 물류센터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기술습득수준이 낮아 화물배송시간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또 폴란드 등 일부 국가의 경우 정보통신 인프라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신흥 가입국에서는 선진국 수준에 견줄만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소비자들이 가장 크게 요구하는 정시 인도(JIT)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핸드폰 보급이나 고속 인터넷 등도 물류지원도구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도로 및 철도 등 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것도 이 지역의 급성장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슬로베니아의 경우 철도를 이용한 컨테이너수송이 거의 제로상태에 가깝고 오랜기간동안 내전에 휩싸였던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불가리아 등도 철도 인프라가 거의 훼손돼 있는 상태다.
또 화물의 50%이상을 철도로 운송하는 폴란드와 체코, 헝가리 또한 열차 시간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짜임새 있는 운송계획 수립에 지장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밖에 다뉴브강 수로를 이용하는 바지 운송의 경우도 루마니아 지역에 가설돼 있는 다리들이 파괴되는 바람에 원활하지 않는 등 물류 인프라가 성장을 받쳐주지 못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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