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0-20 17:02
현정은회장 취임1년..“'현대인' 자부심 지키겠다”
"내실위주 수익 최우선-현대상선 경영권안정 주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20일 "앞으로 외형에 치우치기 보다는 내실에 주력, 수익을 내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현대상선 등의 경영권 방어에 대해서도 그룹 차원의 대비책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현 회장은 또 "그룹을 잘 키워 '현대인'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는 21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현 회장이 '정중동'속에 본격적인 '그룹 챙기기'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경영권 분쟁 마무리와 '포스트 MH(고 정몽헌 회장) 체제' 안정화, 업무 파악 등에 주력해온데 이어 지난 달부터 세계경영연구원이 개설한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강하는 등 경영수업에 한창이며 다음달에는 현대아산의 금강산 골프장 착공식 일정에 맞춰 방북, 대북사업 현안을 전면에서 챙길 예정이다.
현 회장은 2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워낙 많은 일이 일어나 지난 1년이 무척 길게 느껴진다"며 "조금씩 여유를 되찾고 있지만 이제는 업무 챙기기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고 취임 1주년 소감을 피력했다.
현 회장은 특별한 행사 없이 업무를 챙기며 '취임 1주년'을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그는 "금강산 관광이 활기를 되찾고 있고 현대상선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계열사들이 잘 돼가고 있어 다행"이라며 "그룹의 성장을 위해 단순한 외형 키우기보다 내실있고 수익을 많이 내는 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확실한 대비책으로 그룹의 경영권 안정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현대상선의 외국인 지분이 급증한 것과 관련, "정기 주주총회가 열릴 때까지는 외국인 매수주체의 정확한 실체를 알 수 없으나 현재까지 크게 걱정하지는 않고 있다"며 "그러나 여러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확실한 대비책을 마련해 둬야 하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현대상선의 우호지분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겠지만 당장은 지분 매입 등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KCC와의 경영권 분쟁 재발 우려와 관련, "40%이상의 우호지분을 확보해 둔 상태여서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나 KCC에서 당초 약속대로 이른 시일내에 지분을 처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계열사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고 전문경영인에게 재량권을 많이 부여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현 전문 경영진 체제를 계속 유지,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건설 인수 여부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현대건설이 원래대로 (그룹내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고 장기적으로 그룹이 인수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지만 당장에는 자금여력이 없다"며 "현대건설이 현대상선의 지분을 갖고 있는 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방북,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과 만나 금강산 관광 및 개성 공단 건설 문제를 논의하는 등 '대북사업은 직접 챙기겠다'는 소신을 실천해온 현 회장은 다음달 금강산 골프장 착공식 참석 계획도 전했다.
현회장은 지난 해 10월 21일 그룹 지주사인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에 전격 취임하면서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 사후 경영의 전면에 나섰으며 취임 직후부터 경영권 파동의 격랑을 온 몸으로 겪으며 그룹을 지켜냈다.
지난 3월 말 KCC와의 경영권 분쟁 종료 후에는 '정중동'의 행보 속에 상선 중심으로 그룹 체제를 개편, 계열사간 결속력 다지기에 본격 나서는 등 '포스트 MH' 체제 구축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해 왔으며 지난 8월에는 '2010년 재계 10위권 진입'을 골자로 한 비전을 선포하기도 했다.
현회장은 지난 1년간을 뒤돌아보며 "그동안 국내 해운사에 여성 CEO가 재직한 선례가 없어 처음에는 다소 망설였지만 업무 파악이 어느 정도 된 이후 아직까지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처음 경영권 분쟁에 직면했을 때는 자금 여력 차이 등으로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온 임직원이 힘을 합쳐 성과를 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고 이후 어느 정도 자신감도 붙게 됐다"며 "많은 분들이 후원해 주신데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그러나 "애들 아버지(고 정몽헌 회장)의 빈자리가 느껴질 때 가장 힘들었고 빈자리를 잘 채우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들 때가 많았다"고 인간적 고뇌도 내비쳤다.
전문경영진 체제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굵직굵직한 현안에서는 '강단'을 발휘하는 내유외강형으로, 그룹 해체 후 사라졌던 계열사 사장단 회의와 영업본부장, 관리본부장 회의를 부활시키는 등 그룹장악 수순을 밟아온 현 회장이 지난 1년간의 워밍업을 거쳐 향후 보다 본격적인 행보를 보일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고 정몽헌 회장의 뒤를 이어 현대아산, 현대상선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 의장도 겸하고 있다.
'모든 '현대인'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현대그룹으로 키워내겠다'는 현회장의 말에는 CEO로서의 책임감과 함께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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