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운송인이 송하인에게 선하증권을 발행·교부하는 경우, 송하인은 선하증권 최초의 정당한 소지인이 되고, 그로부터 배서의 연속이나 그 밖에 다른 증거방법에 의하여 실질적 권리를 취득하였음을 증명하는 자는 그 정당한 소지인으로서 선하증권 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2003년 1월10일 선고 2000다70064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송하인으로부터 담보의 목적으로 선하증권을 취득한 경우 등 선하증권을 교부받을 권한이 있는 자가 송하인을 대신하여 선하증권을 실질적으로 취득하는 경우에, 이 자를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으로 볼 수 있을까?
대법원은 최근 선하증권을 소지하고 있는 실질적 권리가 있는 자가 송하인을 대신하여 선하증권을 발행, 교부 받은 경우에도 적법하게 선하증권 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최초 판결을 하였다(대법원 2023년 8월31일 선고 2018다289825 판결). 이번 기고에서는 위 판결을 간단히 소개하려고 한다.
위 판례의 사실관계는 아래와 같다.
송하인의 거래상대방으로서, 송하인을 대신하여 선하증권을 교부받을 권한이 있는 자가 담보 목적으로 또 다시 자신의 거래상대방인 원고에게 위 선하증권을 교부하였는데, 송하인으로부터 운송물품 매수한 피고는 위 선하증권을 취득하여 그와의 상환으로 위 운송물품을 인도받아가야 함에도 무단으로 석탄을 인도 받아갔다.
이에 원고가 선하증권의 소지인으로서의 권리를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을 구하였다.
대법원은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담보의 목적으로 선하증권을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이 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면서(대법원 1997년 4월11일 선고 96다42246 판결 등 참조), 송하인으로부터 담보의 목적으로 선하증권을 취득한 자는 그 정당한 소지인으로서 선하증권에 화체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았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① 선하증권의 문언에 송하인을 대신한다고 표시된 자로서 송하인에게 이 사건 석탄을 매도한 거래상대방인 인도네시아 법인(ESA)은 선하증권을 교부받을 적법한 권한이 있는 자이므로, ② 위 인도네시아 법인으로부터 매매대금을 지급받기 위한 담보로 이 사건 각 선하증권을 취득한 원고(=인도네시아 법인에 대한 석탄매도인) 또한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대법원은 송하인과의 법률관계, 선하증권의 문언 등에 따라 송하인을 대신하여 운송인으로부터 선하증권을 교부받을 권한이 있는 자가 선하증권에 관하여 실질적 권리를 취득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경우에도 위와 같은 법리가 동일하게 적용되고, 그로부터 담보의 목적으로 선하증권을 취득한 자도 정당한 소지인으로서 선하증권 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위 대법원 판결에서 중요한 점은 송하인에 대한 선하증권의 발행 및 교부와 송하인의 배서에 의한 양도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그 밖에 다른 방법에 의하여 직접 운송인으로부터 선하증권을 받는 등 실질적으로 권리를 취득하는 경우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이 될 수 있다는 기존의 법리를 다시 한 번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법원은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인지 여부를 결정할 때, 선하증권의 실질적 권리를 취득했는지를 선하증권의 거래 형식보다 더 중요한 기준으로 본 것이다. 선하증권이 담보 목적으로 유통되기도 하는 거래의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타당한 판결로 사료된다.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 경험을 쌓았다. 배에서 내린 뒤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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